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근원수필--김용준

맑은 바람 2022. 7. 18. 21:53

김용준/범우사/초판1쇄1987년 3월/초판4쇄 1994년7월20일/3판 2쇄 2002년 4월/176쪽/읽은 때2022년 6월29일~7월18일
**이 책은 2010년 10월 15일 구입했는데, 손철주가 극찬한 에세이스트다. 월북작가?

김용준(1904~1967)
대구출생, 화가,수필가, 자는 善夫 호는 近園 외 검려(黔驢), 牛山, 梅丁, 老枾山房主人 등 여러 가지가 있음 /도쿄미술학교 졸업, 6ㆍ25 당시 서울미대학장을 지내다가 서울수복 때 월북.
저서로는 '근원수필'(1948년 탈고), '조선미술사 대요' 등이 있다.

*국대안(國大案) 반대 학생 데모가 일어났을 때 주동자를 퇴학 처분했는데, 근원은 그것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쓰기도 했다. 그 후 동국대학 교수가 된 뒤 잘 못 만나다가 6.25난리가 일어나고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온 10여 일 만에 서울미대 학장이 되어 나타났다. 그는 서울 미대 전직 동료인 우리들을 소집, 파면조치 하고 인민군과 유엔군의 전투상황을 설명하는데, 인민군을 찬양하는 어조가 얼마나 격렬한지 전 날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그 후 3개월간의 그의 행적은 전혀 알 길이 없다. *국대안:'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의 약자

(이 글을 쓴 이는 초창기 서울미대교수로 근원과 수화와 가까운 사람인 듯 하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함)

자화상
검려 45세 상
어느날 미군이 수염을 잡아당긴 데 모욕감을 느껴  그날로 밀어버렸다

(11)내가 매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실로 이러한 많은 조건이 필요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를 대하매 아무런 조건없이 내 마음이 황홀해지는 데야 어찌하리까.
매화는 그 둥치를 꾸미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 자라고 싶은 대로 우뚝 뻗어서 피고싶은 대로 피어오르는 꽃들이 가다가 훌쩍 향기를 보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제가 방 한구석에 있는 체도 않고 隱士처럼 겸허하게 앉아있는 품이 그럴 듯합니다.

(김용준의 매화는 분재 매화였다.)
(12)매화를 대할 때의 이 경건해지는 마음이 위대한 예술을 감상할 때의 심경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피디어스의 작품
*운강과 용문의 거대한 석불
*신라의 석불:그 부드러운 곡선을 공중에 그리며 아무런 조건도 없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자세로 내 눈을 어지럽히고 황홀하게 합니다.
(13)조선조의 白砂器:
희미한 보름달처럼 아름답게 조금도 그의 존재를 자랑함이 없이 의젓이 제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 수줍어하는 품이 소리쳐 불러도 대답할 줄 모를 것 같구려. 古銅의 빛이 제 아무리 곱다한들 龍泉窯의 품이 제아무리 높다한들 이렇게도 적막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14)이 커피는 맛이 좋으니 언짢으니 이 그림은 잘되었느니 못되었느니 하는 터에 빙설을 누경(屢徑)*(자주 루,지름길 경)하여 지루하게 피어난 애련한 매화를 완상할 여유조차 없는 이다지도 冷灰같이 식어버린 우리네 마음이리까
(15)정소남이란 사람이 난초를 그리는데 반드시 그 뿌리를 흙에 묻지 아니하니 이민족에게 짓밟힌 땅에 慨潔한*(슬퍼할 개)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 함이란다.*介潔한:굳고 깨끗한
(초장부터 모르는 낱말과 씨름하는 재미란!)
--붓에 먹을 찍어 종이에 환을 친다는 것--자연을 빌어 작가의 청고한 심경을 호소하는 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데서 비로소 환이 예술로 등장할 수 있고 예술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淸高하다:고상하고 깨끗하다
• (16)되든 안 되든 그래도 예술가답게 살아보다가 죽자고 내딴엔 굳은 결심을 한 지도 이미 오래다. 되도록 물욕과 영달에서 떠나자. 한묵翰墨으로 유일한 벗을 삼아 일생을 담박하게 살다 가자 하는 것이 내 소원이라면 소원이라 할까.
• *榮達:높은 지위에 오르고 귀하게 됨/翰墨:문한과 필묵이란 뜻으로, 글씨를 쓰거나 글을 짓는 것을 이르는 말/淡泊하다:욕심이 없고 순박하다/塗抹하다:발라서 드러나지 않게 하다/이리저리 임시로 둘러맞춰서 처리하거나 꾸며 대다/羊毫양털?
(17)게에 대한 윤우당의 시
滿庭寒雨滿汀秋
得地縱橫任自由
公子無腸眞可羨
平生不識斷腸愁
윤우당:조선 후기 한학자 윤희구(1867~1926)가 쓴 칠언절구의 한시
**無腸公子는 속없는 사람을 비유, 여기서는 게를 말함
**17쪽 6행 :'참으로 부럽구나'하는 번역이 누락됨
(18)**곁두리:새참
(19)검려지기 黔驢之技:자신의 솜씨와 힘이 없음을 모르고 뽐내다가 화를 스스로 부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黔驢: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검은 맨머리라는 뜻으로, 관직에 있지 않은 일반 백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1)호 '近園'의 사연:평생 남의 흉내나 겨우 내다가 죽어버릴 인간이라 近猿이라고도 했더니 같은 동물에 같은 글자이면서도 아호에다 猿자만은 붙이기가 딱 싫어서 園자로 고치고 말았다.

(22)그밖의 호:
*碧樓 *石隅洞人 *得月樓主人 *尋花愛雪之廬*(농막집 려)
*검려黔驢 검은 나귀(오호라! 나도 이 나귀처럼 못생긴 인간인가! 나도 이 나귀처럼 못생긴 재주밖에 못 부리는가)

(26)烏紗*去不爲官(던질 척)
蕭蕭兩袖寒(자루 탁/낭탁=자루)
寫取一枝淸*竹(여윌 척)
秋風江上作漁竿*(낚싯대 간)

(29)*魚鼈 바다에 사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33)두꺼비 연적:

가장 호사스럽게 치레를 한다고 네 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흡사 시골 색시가 능라주속을 멋없이 감은 것처럼 어색해만 보인다.*綾羅紬屬:두꺼운 비단과 얇은 비단,명주실로 짠 여러가지 피륙/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 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일 것이리라.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42)噴飯할 지경:*분반-참을 수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리다
(51)紺碧의 바다:*紺碧-약간 검은 빛을 띠는 청색
(52)擊劍하는 장면처럼 번쩍번쩍 달빛과 파도가 싸우면서 흰거품을 해변가로 몰아다 붙인다. 그리고 검은 물결은 후회하는 사람처럼 물러앉는 양이 더한층 슬프다.*擊劍하다:장검을 법도있게 쓰다
(53)悽愴한 밤 바닷가:*悽愴한 -마음이 몹시 구슬프고 애달프다
(61)*噫라.--아아,슬프도다
*김 니콜라이
*박 에리시
(64)*之南之北--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감/주견없이 갈팡질팡함
(69)답답한 이야기
내 소갈머리가 좁고 답답한 탓인지 공교롭게 타고 난다고 난 것이 요런 시기에 걸려든 것인지 씨움질도 많고 답답한 꼴도 많이 볼 바에는 신경이나 든든하여 남이야 어쨌든 내 할일이나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진정 이따위 환경에선 살기가 어려워 어느 깊숙한 산촌에 소학교 교장이나 한자리 얻어서 죽은 듯 몇 해만 지내다 왔으면 싶다가도 들어보면 산촌은 산촌대로 서울 뺨치게 더 야단들이었다.
--세상에 무엇이 답답하니 무엇이 답답하니 하여도 제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을 못 갖고 허덕이는 것보다 더 답답한 노릇은 없는가 보다.(그가 6ㆍ25 직후 월북한 이유가 몹시 궁금한데, 이러한 답답한 마음이 원인 아니었을까?)
(73)*주추--건축에서 기둥의 받침대
*도롱태--사람이 밀거나 끌게 된 간단한 나무 수레
주인 부처는 진종일 영감 그린 종이를 모으기(얼마짜리 지폐일까?)에 눈코 뜰 새 없다가 도시의 소음이 황혼과 함께 스러진 뒤 참새 보금자리 같은 이 집 속에서 신화같은 이야기를 도란거리다가 고요히 꿈나라로 들어가고 만다. 災民들은 이렇게 가지각색으로 살고 있다
(74)*안답잖게--
*丙丁火年--
*頹屋破窓--무너진 집, 깨진 창
(79)유독 내가 감나무를 사랑하게 되는 것 그놈의 모습이 아무런 조화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때문이다. 나무껍질이 부드럽고 원시적인 것도 한 특징이요, 잎이 원활하고 점잖은 것도 한 특징이며 꽃이 초롱같이 예쁜 것이며 가지마다 좋은 열매가 맺는 것과 단풍이 구수하게 드는 것과 낙엽이 애상적으로 지는 것과 여름에는 그늘이 그에 덮을 나위없고 겨울에는 까막까치로 하여금 시흥을 돋우게 하는 것이며 그야말로 花朝와 月夕에 감나무가 끼어서 풍류를 돋우지 않는 곳이 없으니 어느 편으로 보아도 고풍스러워 운치 있는 나무는 아마도 감나무가 제일일까 한다.
(그러나 후에 심한 가뭄이 들어 사람 마실 물도 사먹어야 하는 처지여서 감나무가 枯死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88)평생 漢詩라고는 짓는 체하지도 않던 袋山이, 이러한 *유유한 시를 지은 데는 그의 심경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그 당시 모든 것에 희망을 잃고 생사의 고비에서 방황하던 대산인지라 그의 친구인 나를 두고 지은 이 시에도 역시 맥맥이 흐르는 그의 비애가 숨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움직임이 느릿느릿하다
나는 대산의 贈詩에 酬和할 의무를 느꼈으나 불행히도 한시라고는 字高低도 모르는 沒字碑*라 수일 기회를 보아 그림으로 대신 응수하기로 하고 말았다.
*몰자비--글자가 씌어 있지 않은 비

袋山:(1903~1992)벽초 홍명희의 아들/국어학자, 국학연구자/독학으로 신학문 섭취/1930년대 조선일보 학예부장/월간 '조광' 주간
(근원은 수화 김환기에게 집을 팔았다.그런데 집값이 많이 올라 수화는 근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그에게 용돈도 주고 골동품도 주었다.근원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음에도 그와 같은 친구가 있음에 큰 보물을 얻은 것 같이 든든함을 느꼈다.)
(104-105)시와 그림
소위 시인이란 것은 吟詩깨나 한다고 시인이 아니요 가슴 속이 탁 터지고 온아한 품격을 가진 이면 一字不識이라도 참 시인일 것이요, 반대로 성미가 빽빽하고 속취가 분분한 녀석이라면 비록 종일 *咬文嚼字를 하고 *連篇累牘하는 놈일지라도 시인은 될 수 없다. 시를 배우기 전에 시보다 앞서는 정신이 필요하다.-隨園詩話
*교문작자--글자를 씹는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글의 자구를 다듬는 것을 이르는 말.
*연편누독--쓸데없이 문장이 길고 복잡함.(牘서찰 독)
(112)明: 동현재의 골동설
骨董을 상완하는 것은 병을 물리칠 뿐 아니라 수명을 연장시키는 좋은 놀음이라 하였다. 達人端士*와 더불어 談藝論道를 하여 고인과 상대한 듯 潛心欣賞* 하는 동안에 울결한* 생각이 사라지고 방종한 습관이 고쳐진다 하였다.
*달인단사--역량이 뛰어난 사람과 단정한 선비
*잠심흔상--깊이 생각하고 보고 즐김
*울결한--답답하게 막히다
(조선의 골동품 수집가와 차원이 다르다)
(114)去俗
筆墨間 寧有*氣 毋有滯氣 毋有市氣 滯則不生 市*多俗 俗尤不可浸染 去俗無他法 多讀書則書卷之氣上* 市俗之氣下降矣 學者其*哉-**芥子園畵傳 中 論畵 18칙
*어릴 치/*곧 즉/ *오를 '昇'과 병용/*자루 굽은기 전
(필묵 사이에(글을 쓸 때에)차라리 치졸한 맛이 있을지언정 정체된 기운이 있어서는 안 되며, 패기가 있을지언정 세속의 속듼 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체되면 즉 생동감이 없고, 세속의 기가 있으면 즉 속됨이 많다.속된 것은 오염되지 않을 수 없으니, 속됨을 제거하는 데는 방법이 따로 없다. 책을 많이 읽어 기를 높이면 세속의 기가 떨어질 것이다. 배움을 닦는 것에는 정성스러움을 다해야 함이라.)
**'개자원화전'
중국 청나라 초기 화가 왕개·왕시·왕얼 3형제가 편찬한 화보. <개자원화보>라고도 한다. ‘개자원’이라는 말은 이 화보의 편찬을 후원했던 당대의 유명한 문인이자 부호였던 이어(李漁)의 별장 이름에서 유래했다. 원래 다양한 화풍과 화법을 참고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초학자의 학습교본용으로 간행되었으나 역대 유명한 화가들의 특징적인 화법과 작품을 한 책에 수록했다는 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조선 후기에 입수되어 회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14)오자정정 어미 모->말 무
(115)*滯澁:막히고 떫다?
*천착스럽다:더럽고 상스러운 데가 있다
**寫蘭訣*:(이별할 결)
(117)*雲峴의 蘭
운현은 누구?
(119)조선조 산수화가
*안견:출생사망 시기 불확실/450년 전 사람/자 可度/호 玄洞子, 朱耕/도화서 화원/성품이 총명하고 畵才가 비상하여 곽희를 본받으면 곽희가 되고 이필을 본뜨면 이필이 되고 혹은 유융이 되고 혹은 마원이 되고 하여 제가의 법을 배우면서 제가의 長處를 모아 절충하여 일가를 이루었는데 산수가 가장 장기였었고 세인이 안견의 그림 한폭을 얻으면 금옥처럼 귀히 여겼다 한다./일본 천리대소장인 '夢遊桃源圖'와 덕수궁 박물관에 있는 傳安堅筆 '赤壁圖'와 '雪景山水圖'가 가장 귀중한 유작으로 남아 있다./세종의 세째아들 안평대군과각별히 친하여 안평대군이 어느날 꿈에 본 것을 안견에게 그리도록 위탁하여 나온 것이 '몽유도원도'다/천봉만학이 좌우에 參差(참치)하고 원근에 桃林이 구름과 같으며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과 굽이굽이 돌아간 山間石徑 등 전 화면에 기운이 생동하며 필의가 창달하고 더구나 구도가 웅대하여 곽희, 이성을 배웠으되 오히려 靑藍이 상하를 다툴 만큼 희세의 명작이라 세인이 일컫는 것이다.
*李楨:(1578선조 때~1607? )스스로 게으르다 하여 自號가 懶翁, 懶窩(게으를 나,움집 와)라 하였다./집안에 이름높은 화가가 많았으며 조실부모하였으나 5세 때 畵才를 발휘하여 10세에 이미 대성하였다./산수에 가장 능하고 인물과 佛畵를 잘하여 11세 때 금강산에 들어가 장안사의 벽화산수와 天王諸體를 그렸다. 시서를 다 잘하였고 불법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타고난 성품이 활달하고 술을 즐겨하여 하루에 斗酒를 불사하더니 술로써 병이 되어 30세 되던 해 서경(평양)에서 객사하였다.
• (122)이정의 유작은 많지 않으나 덕수궁 박물관에 소장된 몇 폭 산수도는 그의 풍모를 추측하여 오히려 남음이 있을 만큼 그의 뚜렷한 개성이 전폭에 넘쳐나고 있다.더구나 이정의 개성은 대작보다도 소품에 더 강렬하게 비치고 있으니 古蹟圖譜에 오른 依松望雁圖, 寒江釣舟圖며 山水圖 등을 보면 *무질어진('무지러지다'의 誤字/끝부분이 닳거나 잘려서 없어지다) 붓끝으로 少毫의 容赦*의 여지없이 線畵(선획)과 점과 潑墨*( 먹에 물을 섞어 윤곽선이 없게 그리는 화법)으로써 혹은 산이 되고 혹은 屋木이 되며 혹은 樹葉이 되어 近者는 蒼鬱하고 遠者는 표묘하되*(끝없이 아득하게 넓어서 있는지 없는지 환히 알 수 없고 어렴풋하다)또한 그 가운데 毫厘*만한 市氣俗趣가 없으며 여운이 넘치는 작품으로 법을 배웠으되 오히려 법을 이탈하여 소위 전인미답의 세계를 자유로 독보하였으니 진실로 이정은 前不得聞하고 後不得見할 畵境에서 獨往獨來한 사람이라 하겠다.
• (125)정선:(1676숙종2년~1759영조35년)향년 94세/자 元伯/호 겸재, 蘭谷/금강산을 많이 그리고 잘 그린 화가로 유명함/조선화풍 창시자
(126)다소 亂柴준*(산수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준법의 하나. 땔감용 나무를 흩어 놓은 것처럼 그린다.)에 가까우나 그보다도 더 평행수직선의 준법을 쓰되 명암향배의 묘를 얻은 작가다./겸재의 화풍의 특징은 누구보다 뛰어나게 畵譜式인 법규를 초탈한 곳에 있으며 누구보다 예리하게 조선사람의 성질을 筆端으로 나타나게 한 곳에 있다 할 것이니 그가 가장 得意로 하는 소나무를 보면 우리의 성격이 한 개 한 개 소나무를 통하여 여실히 엿보이고 있음을 알 것이다./그의 화풍의 특질은 구도의 웅대함과 묵색의 蒼潤함*(푸르고 물기가 촉촉함)에 있으니 현존한 작품 중에 그 대표적 걸작이라 할만한 것은 덕수궁박물관 소장의 '廬山瀑布圖'일 것이다.
**沈師正:(1707숙종33년~1769 )자 이叔( 턱,기를 이,아저씨 숙)/호 玄齋(현재)/산수 잘하기로 이름을 날렸다/그가 처음 겸재 정선에게 사사하여 수묵,산수를 배웠으나 점차 고인의 名蹟을 깊이 연구하여 동국화가의 산만한 結構*(일정한 모양으로 얼개를 만듦)와 蕪雜한*(뒤섞여서 어지럽고 어수선한) 落款에 少毫*(털끝만큼)의 관심을 갖지 않는 陋弊를 일소하고 능히 대성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가 이렇게까지 대성하기에는 그의 50여 년의 그림생활을 통하여 갖은 간난과 빈고, 오욕을 무릅쓰고 하루 한시도 화필을 잡지 않은 날이 없었음에 있다 할 것이다. 그가 서거하였을 때는 貧乏이 심하여 葬費 한푼 가산으로 남은 것이 없었다.
(127)豪邁淋璃:호매--호방하고 뛰어남, 임리--글씨 그림 따위에 힘이 넘치는 모양
勁健雅逸:경건--굳세고 튼튼하다, 아일--맑고 편안하다
(128)이인문(1745~1824)호 有春, 古松流水館道人/그의 성격을 웅변으로 말해 주는 것은 그의 독특한 화풍일 것이니 유춘의 그림만큼 소름이 쪽쪽 끼칠 만큼 강철같은 무서운 필력은 다른 그림에서 일찌기 얻어보지 못한 바다.
(129)天朗氣晴--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개고 날씨가 화창하여 공기가 상쾌함.
筆良硯精--
덕수궁 박물관 소장의 '강산무진도'는 근 30척의 길이를 가진 횡축* (가로로 길게 걸도록 꾸민 족자)
대작이면서도 심원한 화면과 변화무궁한 구상과 세밀한 필치와 단아한 設彩*(먹으로 그린 바탕 위에 색을 칠함)와 고매한 화격은 실로 이 작품으로 하여금 천고불변할 국보적 지위를 갖게 하는 일품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31)최북과 임희지
호생관 최북(출생은 숙종 경자년 전후로 추측~49세로 卒)초명은 식(埴*진흙) 자는 聖器, 有用 ,七七
호는 星齋, 箕庵, 居其齋, 三奇齋, 毫生官
유리 안경을 끼고 다닌 애꾸눈(自害)/酒狂이란 별명이 있음/금강산 구룡연에 뛰어듦
(134)그는 최산수란 이름을 들을 만큼 산수에 능하였고 그 외에도 화초, 초충, 괴석, 翎毛*(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에 모두 超俗한 필법을 가졌다.그는 산수를 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흔히 산은 그리되 물을 그리지 아니하니 그 연고를 물으매 '종이 밖에는 모두 물이 아닌가 '하고 해학하는 것이었다.
(135)유작으로는 화조도, 금강산全圖, 금강산扇面*(부채의 겉면) 등이 있다
(136)水月道人 임희지(1765~? )
성미가 청렴하고 강개한 기절이 있으며 삼각 수염에 신장이 8척이나 되는 깨끗한 선비였다./술을 대하면 주야를구별하지 못하며 2.3일씩 취하는 것은 항다반사였다./蘭竹을 전문하였으나 竹은 표암 강세황과 비견하며 蘭은 표암을 훨씬 능가하였다. 그 필법은 그의 청렴강직한 기개와 같이 幽雅함이 구석구석에 창일하고 있다. 그는 서법이 또한 기괴하여 그가 기록한 水月 두 자는 인간 세상의 글자 같지 않을 만큼 자획이 奇古하였다.
서화 이외에 음률을 잘하여 생황과 거문고로 벗을 삼았고 집이 가난하여 세간이라고 이를 만한 것이 없으나 오직 琴,鏡,劍,硏과 古玉으로 만든 筆架(붓걸이), 하나가 유일한 家臧*什*(오자:臧->藏, 집안살림살이)이었다.장서로는 오직 晋書 한 부가 그의 서가를 장식하였을 뿐이요 집이라고는 數椽斗屋*(몇 칸 안 되는 아주 작은 집)을 면치 못하였고 뜰이 없으매 화초 한 폭 변변히 심을 공지가 없었으나 반 *(이랑 무)가 될락말락 남은 극지에다 두어 자 평방 될 만한 못을 파고 못 물이 없으매 쌀뜨물을 붓고 그 물 흐르는 소리에 응하여 池畔*(연못의 가장자리)에서 피리를 불며 노래를 부르고 "내가 水月을 저버리지 않거늘 달이 어찌 물을 골라 비추일까 보냐"하는 것이었다.
(139)예술가와 세인과의 현격한 차이는 요컨대 예술가는 성격의 솔직한 표현이 그대로 행동되는 것이요 세인의 상정은 성격이 곧 행동될 수 없는 곳에 있다.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솔직한 성격의 고백이 가능하기때문이다.
(140)吾園의 이야기
吾園(1843~1897년경 행방불명)조실부모하고 서울에 漂泊함/그다지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으나 어디인지 모르게 맑고 童濯한*(씻은 듯이 깨끗한) 빛이 떠오르는 듯하며 멀리서 보아서도 그가 瑞氣 도는 사람처럼 훤해 보인다는 것이 더한층 큰 특색이었다./그는 일자무식이면서도 변원규, 이응헌 등의 집에 머무는 동안 옛날 명서화를 많이 보고 또 한두 번 본 것은 꼭 그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자기의 畵境을 개척하여 주었으니 그의 타고난 천재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것은 결코 이상한 일도 우연한 일도 아닐 것이다./翠月창衣*(파르스름한 빛깔의벼슬아치 평상복 상의)를 입고 다녔다/술과 여자가 있고서야 그림을그렸다.--오직 여색과 美酒와 그림뿐이 그의 유일한 벗이었다/그는 성격이 극히 疎放하여 그림을 그리되 그림에 붙들리는 법이 없었다.작품의 성과에 반드시 기대를 가지는 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무수한 그림을 그렸으나 휘호 도중에 미완성인 채 집어치우는 수도 많았고 어느 한구석이 잘못되었다 하여 그것을 繫*念(얽을,묶을 계, 계념-마음에 두고 걱정하거나 잊지 않다)하고 다시 붓질을 대는 법도 없었다./그는 어느 때나 三靑*(그림을 그릴 때 쓰는 진채의 하나)과 石間朱*( 오자:朱× 산수화, 인물화, 도자기의 안료로 주로 쓰이는 물감)와 도장을 품속에 지니고 다녔는데 아무 곳에서나 누구의 집에서나 흥이 나서 휘호를 하게 될 때는 彩器가 없으면 장판 바닥에라도 쓱쓱 채색을 풀고 서슴지 않고 設彩(색을 칠함)를 하는 것이었다./말년에 관수동,원남동 부근에 살았다고 함/ 작품--器皿折枝屛*(진귀한 옛날 그릇과 길상의 의미를 지닌 과일이나 화초 따위를 함께 그린 그림)
(158)*漫환--흩어질 만,
*塔婆--돌, 벽돌, 나무 따위를 깎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집 모양의 건축물
*斷碑殘碣--
*稜角--물체의 뾰족한 모서리
*重濁--무겁고 탁하다
*堅實味(견실미)--
*躍如하게--생생하게
(159)*趺石--*趺 책상다리할 부
*碑趺--
*方첨--
*篆額--篆字로 쓴 비석이나 현판의 글씨
*陰記--비와 갈의 뒷면에 새긴 글
 *금석학--문자가 새겨져 있는 종이나 비석, 금속 같은 문화 유물을 연구하는 학문
(160-161)*墨蠟(묵랍)--
*舊拓(구탁)--
*金石過眼錄--조선 말기, 김정희가 쓴 금석문에 관한 책
*好古家--옛것을 좋아하고 즐기는사람
(162)*蒼古하다--오래되어 옛것다운 느낌이 있다
(163)광개토왕 壺우*에 대하여
(164)*懸腕--枕腕:붓글씨를 쓸 때, 붓을 움직이는 법 가운데 현완법과 침완법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엽壓鉤揭--
*九宮間架--간가(글의 짜임새)
*鴻儒--학문과 덕행이 높이 이름난 유학자
*雄偉崎굴--웅장하고 위대하며 기이하고 뛰어남
*古隸--전한의 예서를 후한의 팔분(八分)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
(165)*蟠리--
*穿孔--구멍을 뚫음
*屹然히--우뚝 솟은 모습이 위엄있게
*聳立(용립)--높이 우뚝 솟음
(166)*分隸--
*波별--
(174)저자후기
내가 수필을 쓴다는 것은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격이다.--수필이란 글중에도 제일 까다로운 글인성 싶다.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고서야 수필다운 수필이 될 텐데--
(175)옛날 같으면 서러운 심회를 필묵에 맡겨 혼쇄(渾灑-)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저(江渚)에 낚싯대로 벗을 삼아 한평생 꿈결같이 살아나갈 수도 있을 터인데 현대라는 괴물은 나에게 그렇게 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나는 이 글을 읽어내기 위해 20년이 넘도록 서고에 꽂혀있던 옥편과 국어사전까지 꺼내서 펼쳤다. 물론 인터넷사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단어들을 찾기 위해~ 그 북카페 주인과 독서모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죽기살기로(?) 끝까지 읽어냈을까? 글쎄다. 집어치우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느꼈으니까~ 다 읽어내고 나니 찾아오는 이 성취감--그러나 근원의 수필 내용을 절반이나 소화했을까? 적어도 그와 이 땅에서 함께 발을 딛고 산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건만, 그가 구사하는 단어가 생소한 것 투성이다. 국어전공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하여 예까지 끌고 오지 않았는가? 근원 선생님, 왜 북으로 가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