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늙은 사내의 시-서정주
맑은 바람
2009. 5. 11. 23:37
내 나이 80이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깎어주자
발톱도 또 이쁘게 깎어주자
훈장 여편네로 고생살이 하기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 손발의
손톱 발톱이나 이뿌게 깎어주자
내 시에 나오는 초승달 같이
아내 손톱밑에 아직도 떠오르는
초사흘 달 바래보며 마음 달래자
마음 달래자. 마음 달래자.
****술 사들고 들어오는 손님 좋아하고,
어느 제자가, 몸에 좋은 거 사 잡수시라고 뭉치돈 베개 밑에 넣어드렸더니
곡꼭 숨겨두었다 미국에서 잘사는 아들 다 주고온, 다른 아버지들처럼
자식 사랑에 연연하던 범부, 미당선생님--
그냥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내는 게 다 명품이 되는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