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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에

맑은 바람 2010. 4. 3. 00:14

 

<서울의 문화-조선에서 현대까지> 그 네 번째 강의가 오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되었다.

 

한 시간 남짓 ‘조선의 복식과 장신구와 가구들’을,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관람했다.

欌과 籠, 책장들이 검박하고 수수한 데 反해 궁궐여인들의 장신구와 웃전들의 의복은 그 빛깔의

아름다움과 디자인의 우아하고 세련됨이 가히 국제적이라 할만했다.

한 시간 남짓 둘러보았는데 다리 허리가 아파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박물관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세 시간도 부족하고, 지금 전시된 것 이외에

박물관 소장품이 아직 다 정리가 되지 못했을 정도로 소장량이 엄청나서 담당자도 놀랐을 정도라고

한다. 오늘 박물관 측에서 우리를 위해 특별히 ‘自擊漏(self-strike-water clock)’를 자세히

소개하고 징과 북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광경도 실제로 보여줬다.

1434년 이 시계를 만들게 된 동기는, 한 신하가 시간을 맞추지 못해 체벌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딱하게 여긴 세종대왕이 장영실에게 부탁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세종의 爲民정신을 엿보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오늘 인상 깊었던 것은, 관람 마무리에서 박물관 직원이 한 말이다.

우리가 조선에 대해서 갖고 있는 많은 편견들, 특히 텔레비전 사극의 영향으로 엉뚱하게 왜곡된 조선왕실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수많은 유물들 하나하나가 조선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뿐더러 훌륭한 조상을 가진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이야기다.

대한제국을 세운 고종과 명성황후와 대원군-이들에 대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들 또한 일제의 고의적인 역사 왜곡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난날 이런 그릇된 선입견 때문에 ‘제 것은 신통치 않고 남의 것만 대단하게’ 보아온 게

아닌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올해, 반만 년의 역사 속에서 3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여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해야겠다.

이를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서울의 문화-조선에서 현대까지>를 수강하는 참뜻이 아닐까?

(2010. 4. 2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