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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 있으세요?

맑은 바람 2011. 1. 11. 23:43

 

예순을 넘으면 耳順이라고? 그건 공자님의 희망사항이고 주변을 돌아보면

‘에그, 나이 값도 못하고--’

하며 혀를 차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도 물론 예외일 수가 없다.

 

건강교실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에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다. 혼자 오붓하게(?) 샤워를 하는데

한 사람이 들어온다. 키가 크고 몸집도 상당하다. 그녀는 비누칠을 하면서 “후욱후욱, 식식, 아후아후--”

흉내도 내기 어려운 소리를 계속 낸다. 안 들으려 해도 그 소리들은 귓속으로 솔솔 들어와 속을 슬슬

뒤집는다.

“좀 조용히 씻으면 안 될까요?” 이렇게 말하면 분명 시비조가 되겠지?

‘얼른 씻고 나가자.’ 마음을 바꾸고 들으니 웃음이 터진다. 웃는 얼굴로 건너다보며

“왜 그렇게 소리를 내세요?” 기어이 묻고 만다.

“글쎄요, 내 몸 하나 씻는 것두 힘든가 봐요.”

 

탈의실로 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샤워실 그녀가 얼굴만 내밀고

“누구 헬스장에 가서 제 수건줌 갖다 주슈.”한다.

         “아니, 자기 수건이 어떤 건 줄 알고--‘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들이다.

“이걸로라도 씻으시겠어요?”하며 내가 쓰던 젖은 수건을 건넸다.

그녀는 잘 썼다며 꼭 짜서 가지고 나왔다.

옷을 거의 다 입고 발가락 양말을 신는데 그녀가 묻는다.

“무좀 있으세요?”

“아뇨, 발가락이 점점 안으로 휘어 들어가서 좀 방지가 될까 하고 신는 거예요.”

그녀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다.

 

어쩜 그녀는 집에 가자마자 옷을 훌훌 다 벗고 다시 샤워를 할지 모른다.

아니면 ‘어쩐지 몸이 자꾸 가려운 것 같은데--’ 할지도.

그녀가 耳順이라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더냐.’ 하며 기분 좋은 저녁상 앞에 앉을 것이다.

(201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