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의 자취를 찾아(4)-수성동계곡과 기린교
오늘 답사지는 인왕산 자락에 있는 <안평대군 집터>이다.
부친 세종대왕도 잠시 머물다 가셨다는 안평대군의 집-
인왕산의 자연 경관을 해치는 <옥인아파트>도 헐어냈으니 이제 그 자리에,
세상의 거짓 허물을 뒤집어쓰고 그 재능의 한 점도 발휘하지 못하고
이슬로 사라진 '안평대군의 옛집'을 복원하면 좋으련만-
<사직공원> 왼쪽 길을 따라 오르면 수성동계곡에 이른다.
'아무리 귀여워도 잡지 말고--'
그런데 계곡에서 '더 귀여운 자기 자식'을 위해 바위 밑을 헤집는 애비가 있었다.
인왕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이 물이 청계천으로 흘러간다
청와대 뒤의 북악산,흥인문 쪽의 낙산, 숭례문 쪽의 남산과 함께 서울의 주산인 인왕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유명하다
개발의 붐을 타고 이곳에 자리잡았던 인왕아파트가 헐리고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뒤쪽에 그 흔적을 약간 남겨두었다
안평대군은 인왕산 자락 아래 저 계곡 위에 놓인 기린교를 말을 타고 건너서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계곡이 몹시 깊어 위험 표지판을 세워놓았다
겸재의 그림을 토대로 새로 조성된 <수성동계곡>. 그때는 지금보다 수량이 훨씬 풍부했나 보다
水聲洞雨中觀瀑(수성동우중관폭) 수성동에서 빗속에 폭포를 보고
-김정희
入谷不數武(입곡불수무) 골에 든 지 몇 발자국이 안 되어도
吼雷殷履下(후뢰은리하) 울리는 우뢰 신발 밑에 거세구나.
濕翠似裏身(습취사이신) 젖은 비취빛에 몸은 휩싸인 듯하고
晝行復疑夜(주행복의야) 대낮 걸음이 다시 밤인가 의아해
靜苔當舖席(정태당포석) 고요한 이끼 펴놓은 자리에 해당하고
圓松敵覆瓦(원송적부와) 둥근 솔 그늘은 덮은 기와와 맞먹어
簷溜昔啁啾(첨류석조추) 처마의 빗물처럼 전에는 쓸쓸하더니
如今聽大雅(여금청대아) 지금에 와서는 우아한 곡조로 들려
山心正肅然(산심정숙연) 산 속이 바로 숙연해 지니
鳥雀無喧者(조작무훤자) 새들도 들레는 놈이 없구나.
願將此聲歸(원장차성귀) 원컨대 이 소리를 가지고 돌아가
砭彼俗而野(폄피속이야) 저 세속의 야비함을 치료했으면
夕雲忽潑墨(석운홀발묵) 저녁 구름이 홀연 먹물을 펼치어
敎君詩意寫(교군시의사) 그대에게 시 생각을 쓰게 하네요.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돌다리 기린교
가까이서 본 기린교
인왕산쪽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사모정 쉼터가 있는 수성동 계곡
<벌개미취>가 피어나는 걸 보니 8월이 눈앞에 왔음을 알 수 있네
노란꽃에 노랑나비
노랑나비 한 쌍이 꽃을 따라 노닌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커피의 그윽한 향취에 취한다.
'저 홀로 고고한 섬 속의 왕국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