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섬
남도 1박 2일(이순신대교-한산섬-칠백의총)
대마도 여행을 위해 부산까지 내려갔으나 태풍예보로 출항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안고 상경하고는, 이내 풀지 않은 여행 가방을 그냥 풀어 놓자니 미련이 남아 다시 아랫녘으로 떠났다.
며칠 전, TV에서 <이순신대교>를 보았는데 특수최신공법을 사용했다는 다리가 바다 위를 끝없이 가로지른 모습이 눈이 확 뜨이게 멋있어 보여 그리로 첫 일정을 잡았다.
출발한 지 5시간 남짓 광양에 도착, 밤 불빛 아래 휘황찬란한 이순신 대교를 건넜다.
숲에 들면 숲의 아름다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듯, 다리 위를 달리노라니 大橋 전체의 아름다움을 잘 알 수 없었다. 근방 어디쯤에서 자고 내일 아침 다시 다리를 건너자고 했는데 낯선 곳에서 밤길을 헤매다 보니 여수 시내까지 들어갔다.
밤 10시가 되도록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삼천포대교> 무려 8년 공사 끝에 2003년 4월 개통됨
다리를 건너면 늑도항이 나온다
이순신대교 -이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공장(여수종합석유화학 산업단지)의 불빛이 황홀하다
다음날 일찌감치 다시 이순신 대교를 향해 떠났다.
밤에 본 것보다 출렁이는 바다 위로 떠가는 듯이 건너니 그 장관이 실감났다.
이왕 남도에 온 김에 한려수도나 한 바퀴 돌자고 여수유람선터미널에 갔더니 배편이 이미 다 차고 없었다.
통영에서 출발하는 배도 있어서 <통영유람선터미널>로 갔다.
한려수도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배삯도 비싸 <한산섬>까지만 가기로 했다.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한산섬에 도착해서 그곳의 풍광을 보는 순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숙박시설이나 위락시설이 일체 없고 머무르는 시간도 한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부지런히 한 바퀴 돌고 다시 배를 타야 했다.
한려수도나 한산섬에 가려면~<통영유람선 터미널>
한산섬 앞의 고요한 바다
한산대첩을 이루게 한 한산만
<대첩문>
<한산문>
<제승당>- 이순신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일하셨던 곳
이순신장군은 壬辰倭亂 발발 후 3년 8개월을 삼도 수군통제사로 이곳 <제승당>에 머무셨다.
<戍樓>에도 올라보고 활쏘기로 무술을 연마했다는 <한산정>에도 올라보고 사당에 절했다.
이곳을 성지로 보존하고 가꾼 것이 참 잘한 일인 듯싶다.
자연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고 경건함마저 전해지는 아름답고 조용한 섬이었다.
사당에 분향하고
활쏘기로 무술을 연마했던 <한산정>
<수루>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올라가면서 피서인파가 몰리지 않는 조용한 곳들을 찾아 산청 허준동의보감길에 들어 약초비빔밥을 먹었다.
한의학 엑스포가 열렸을 때 조성한 건물들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이 부실해, 돈만 낭비한 게 아닌가 疑懼心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진안의 <용담호>를 보고 올라갈 셈으로 무주에서 잤다.
삼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누적된 감정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자꾸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곤 했는데 <용담호>를 향해가면서도 자꾸 엉뚱한 데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네비양이 또박또박 일러주는데도 왜 자꾸 길을 놓치냐고 궁시렁거렸다.
누가 뭐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는데 옆에서 지청구를 놓으니 마침내 폭발한다.
차문을 확 열고 나가버리더니 한참 만에 돌아왔다.
여행길 기분 상하지 말자고 각자 감정을 다독이며 다시 출발, 금산 <七百義塚>까지 둘러보고 무사히 서울로 올라왔다.
산청가는 길의 배롱나무 가로수길이 여름의 풍치를 돋운다
산청<동의보감촌>-피서철 같지 않게 찾는 이가 별로 없다
약초비빔밥
이리 드나들면 안 늙는댜~
금산의 <칠백의총>비-
조헌과 의병대장 영규대사를 비롯한 700명의 의병을 추모하는 글
비문을 소리내어 읽으며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권율장군과의 연락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만 했어도 이렇게 전멸하는 불운을 겪지 않았을 텐데-
철모르는(?) 자목련 두 송이가 칠백의총을 지키고 있다.
사당 뒤뜰의 목화꽃
사당 밖의 귀여운 채송화들
집에 다 와서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아, 이이가 귀가 어두워 네비 양의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했구나.
얼마 전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 결과표를 보며 속으로 놀라고 맘이 짠했던 일이 떠올랐다.
잘 안 보이고 잘 안 들리고 잘 못 걷고--
늙는다는 건 장애가 늘어나는 일이고 그걸 빨리 인정하고 마음자리를 넓혀야 하는데--
여행길은 점점 짧아지는데 지혜의 길은 멀고도 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