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2년 5개월 아이의 언어
맑은 바람
2021. 6. 10. 18:18
별나라에서 온 지 2년 5개월 된 손녀,
종일 놀아도 반도 못 알아듣는 별나라말
그러나 알아듣기 쉬운 말 세 가지--
땡볕 아래 놀다가 할미가 파라솔을 펴주면
고마워~
컵에 얼음 물을 타다 주면
고마워~
바지의 실밥이 너덜거릴 때
가위로 싹둑 잘라주면
고마워~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를 묶어주었더니
할미, 고마워~
나뭇가지에 걸린 잠자리채를 빼주었더니
할미 고마워~
발꿈치를 들어도 닿지 않는 책을 꺼내주었더니
고마워~
냄비뚜껑을 갖고놀다 떨어트려 큰소리가 나면
미안해~
마루를 뛰어가다 넘어져 할미눈이 동그래지면
미안해~
현관 밖 고양이 밥 주고 들어서면
어여와~
마당에서 잡초 뽑고 들어오면
어여와~
종일 볼일 보고 한참 만에 들어오면
어서와~
날쌘 제비처럼 날아와 품에 안긴다
고마워~ 미안해~ 어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