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임택지음
--종로12 마을버스와 함께 677일 48개국 세계여행
임택지음/메디치/초판1쇄2017.6/초판6쇄 2022.2/277쪽/읽은 때 2022.0222~0305
1부 여행 준비
2부 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
(45)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위기가 따랐는데, 그때마다 나의 안전을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미소'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건네는 미소가 그러했다. 전세계 어느 부모도 자기아이를 예뻐해 주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미소야말로 무한 한도를 가진 크레디트 카드임이 확실하다.
.
베낀 글들이 저작권 시비에 휘말려 몽땅 블러그에서 지워진들, 난 읽고 베끼는 동안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71)나를 틀 안에 가두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은수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속도 제한을 극복해내고 당당히 앞차를 추월한 것처럼, 한계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기 나름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돼.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틀 안에가두어 버리면 결국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는 새와 다를 바 없다.
(79)3일째 되는 날 오후에서야 지친 몸을 털고 시내 산책에 나섰다
비 때문에 허술한 옷차림에 냉기가 끼어들었다.
(80)에콰도르 키토에서 만난 소년:
아홉 살 아니면 열 살쯤 되었을 앳된 얼굴.화상을 입었는지 오른쪽 뺨에 아무렇게나 아문 상처가 반대편 뺨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보였다. 서툰 미장공의 마무리와 같은 흉물스러운 상처만 없었다면 얼마나 예쁜 얼굴이었을까. 까만 눈동자와 잘 익은 가지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피부. 잘 그린 그림 위에 쏟아 부은 잉크처럼 아이의 안타까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쳐다보는 간절한 두 눈과 오래된 듯한 딸꾹질소리. 그소리가 늦여름 뜸부기의 울음소리처럼 슬펐다.
(90)(가던 길을 멈추고 차 밑으로 들어가서 차를 고친 세 남자는 내가 콜라를 사러간 사이에 떠나버렸다.)
그러고는 멋진 여행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네들의 순수한 마음을 때묻은 수건으로 닦은 겪이었다.
그들은 애초부터 나에게 돈을 요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먼 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을 뿐이다. 메데인에서의 멋진 퍼레이드와 축제는 즐기지 못했으나, 그보다 값진 콜롬비아 사람들의 온정을 얻었다.
멀뚱하게 콜라를 들고 있는 내 손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137)초행지에서 만난 해결사:
길에서 '천사' 시세로를 만난 것은 기적이었다. 천사는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던데, 그의 모습은 초라함을 넘어 걸인에 가까웠다. 그가 영어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천사를 외면했을 것이다.
"시세로, 우리가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그와 헤어지며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예요. 그때 저는 겁에 질려 있는 당신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겉모습만 보고 한순간이나마 그를 의심하고 경계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144)뉴욕 입성을 앞두고 은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뉴욕경찰들:
'버지니안 파일럿'에 은수 이야기가 나온 걸 보고 통과 시킴
(144)"형님, 생각할수록 이 여행은 신비로운 것 같아요."
불교신도인 J가 우연과 기적이 많은 이 여행을 두고 한 말이다. 여행 중에 수많은 어려움을 만났다.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곤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들은 고비를 넘기는 촉매제가 되었다.
모든 일은 좋든 나쁘든 간에 모두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일도 그러했다. 어쩌면 우연이나 기적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주는 보너스가 아닐는지.
(151)뉴욕 타임스퀘어빌딩 앞에서:
폐차될 날만 기다리던 낡은 버스와 은퇴를 한 제가 중남미의 그 험한 길을 뚫고 이곳 뉴욕 타임스퀘어에 섰습니다.여행하는 기간 동안 우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준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파노라마같이 지나갑니다. 저와 은수는 어려움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이여. 도전하십시오.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당신은 청년입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나는 꿈이 있다'고 말하십시오. 2015년 8월 4일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3부 유럽-아프리카-중동-아시아
(182)한류가 맺어준 인연:나는 어행을 하는 동안 '무엇을 볼까'하는 생각보다 '누구를 만날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의 여행의 관심사는 늘 '사람'이었다.
(이 여행기가 뭐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 이유가 드러났다. 대개의 여행기가 갖춘, 언제 어디서 무얼 보고 무얼 듣고 느끼고 생각했는지는 그리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194)여행을 하다 보면 내게는 귀하게 쓰이지 않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귀하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공생이야말로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지혜로운 경험이 아닐까. 낙타와 사막의 메마른 풀 알팔파의 관계처럼 말이다.
(200)로마에서 배낭 다섯 개를 몽땅 도둑맞았다: 한순간 많은 걸 잃어버리긴 했으나, 동시에 소중한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둑을 맞았다는 소식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함께 여행한 '여행이 낳은 아들과 딸'들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들을 메일로 보내왔다. 혼자만 움켜쥐고 있던 것들이 내 손을 떠나자 더 많은 것들이 쥐어졌다.
살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숲에 갇혀 정작 뒤에 있는 큰 산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로마에서 도둑을 맞아 잠시 휘청거리긴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잃은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이 품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로마에서 겪은 도난 사건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고난이라는 수레에는 시련만 담겨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함께 따른다는 진리를 배웠다.
(201)아들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205)"아버지, 이번 여행에서 저는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보았어요"
"저는 그냥 아버지니까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래왔는데요,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멋진 아버지를 보았어요."
"정말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이 책 속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아들의 고백--아들이 아버지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고백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당신은 아들을 잘 키우셨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들 이보다 더 기쁘시겠는지요.)
(229)한번쯤 길을 잃어도 좋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는 구름이 연신 눈을 뿌려대고 있었다. 새하얀 눈꽃으로 휘감겨 있는 나무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감히 손으로 만져 훼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문으로 들어간 뒤 눈의 나라로 빠져나온 것같은 환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그때 맞은편에서 차가 한 대 다가오더니 운전자가 미소를 띠며 플리트비체에 온 것을 환영했다.
"당신들은 정말 멋진 길로 오셨네요. 여기서부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숲길을 모릅니다. 이 길을 선택한 당신들은 진짜 행운아들입니다"
길을 잃은 댓가가 이토록 멋지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245)이란 입국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을 때:기적같이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 모든 일을 요행에 의지할 수는 없지만 살다보면 이러한 방법이 통할 때가 있다.
나는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항상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안 되는 일을 찾기가 더 어렵다. 무엇보다 집요하면 다 된다.
(256)이란인들의 한국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그들은 드라마 '주몽'을 보고 '동이'도 본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주고 커피도 공짜로 준다.
(259)이란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넘치는 배려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면 이란은 중동예의지국임에 틀림없다.
(이란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호의적이라니 뜻밖이고 놀랍다.)
--이 책에 실린 글과 이미지의 무단전제 ㆍ복제를 금합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출판사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왜 이 문구들이 이 책에서 유독 또렷하게 보일까?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늘 독후감 정리 차원에서 필사를 했다고 했다. 이건 독자의 권리에 속하는 게 아닌가? 고도 말했다. 난 상업적 의도는 추호도 없고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라도 한다면 오히려 출판사로서는 좋은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그들에게서 속시원한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다. 그냥 웬지 불편해서 걸었을 뿐이다.
모르겠다. 어느 날 내가 꾸준히 적어온 이 글들이 '저작권 침해' 운운하면서 송두리채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읽고, 읽는 동안 즐기고, 필사의 재미도 맛보았으니 몽땅 사라진들 아쉬울 게 없다.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의 영혼과 육체마저 자신도 모르는 어느 한순간에 지상에서 사라지기도 하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