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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맑은 바람 2025. 4. 20. 14:08

--독서모임 전문가 10인의 인생 그림책
10인:김민영  김예원 허유진 오숙희 오수민 우신혜 김미연 이인자 이혜령 박은미(숭례문학당)

섬드레/174쪽/1판1쇄 2025.1/읽은 때 2025.4.14~4.20

1.<프레드릭> 레오 니오니 지음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김민영 글(선택하는 힘)
(15)*<프레드릭>은 1968년 레오 니오니가 지은 책으로 미국에서 출판된 가장 뛰어난 아동 그림책에 수여하는 칼데곳 상을 수상함.
프레드릭과 들쥐 가족--겨울을 대비해서 식량을 모으는 들쥐가족이 보기엔 햇살과 이야기와 빛깔을 모으는 프레드릭은 일안 하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프레드릭은 자존감이 단단한 영혼이다. 자신의 행동은 겨울을 대비하는 일이며, 그 또한 노동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프레드릭의 활약상은 후반에서 절정에 이른다.
(20)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하는 <<프레드릭>은 오래도록 읽힐 클래식이다.
(22)--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나도 알아.
(23)"세상 모든 名文들도 형편없는 草稿로부터 시작된다.--앤 라모트"

2.<태어난 아이> 시노 요코 지음
--태어나도 괜찮다-- 김예원 글(깨고 나오는 힘)
(36)강아지에게 물린 여자아이를보고:여자아이는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여자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약을 발라주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로 하여금 지금껏 한 번도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했다. 네가 상처를 입었을 때,아파 울고 있을 때 언제든 나에게 달려와도 된다는 목소리가 아이의 귀에 들려왔던 것만 같다.어떤 순간에도 단단한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던 그의 마음에 비로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엄마라는 빛'은 아이에게 태어나도 괜찮다는 마음, 상처를 입어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아이는 마침내 반창고와 엄마를 외치며 태어났다.
(38)나는 곧 엄마다:
이제는 한걸음씩 떨리는 발을 내디뎌 볼 참이다.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그런 모습들까지 넉넉하게 품어주며 걸어가고 싶다.생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할 사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세상에서 가장 너른 품을 내주며 안아주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3.<부엉이와 보름달> 제인 뮬런 지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허유진 글(일상을 기억하는 힘)

(독후감은 이렇게 쓰는 거야! 어느날부터 나의 감상보다 글 속의 의미있는 문장들을 카피하며 안이한 독서록을 정리해 오다가 이 글들을 읽으니 신선한 충격이다.독서토론의 지도자들답게 글이 하나하나 재밌고 맛깔스럽다.우수독후감을 모아놓은 책 같다)

4.<곰씨의 의자>노인경 지음
--나를 위한 '선 긋기' 오숙희 글(선을 긋는 힘)
(60)박총 작가는 <읽기의 말들>이란 책속에서 "책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넘어갈 적마다,책은 다친 새끼를 햝는 어미의 혀처럼 상처 입은 내 존재의 살갗을 거듭거듭 핥아주었다."고 말한다. 내가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다.
(이삼십대의 나는 시니컬하단 소릴 많이 듣고 4,50대의 나는 불평 불만이 많았고

60대 이후 파도가 잔잔해지자 성격이 무던해졌다는 얘길 듣는다.

나이 덕(?)도 있지만 '책의 덕'이 아닌가 싶다.

나의 상처투성이의 몸과 마음을 알게 모르게 치유해 준 책읽기

--독서가 무슨 취미에 드느냐고 힐난조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나는 일생동안 책읽기가 으뜸취미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5.<나는 소심해요> 엘로디 페로탱 지음
--소심함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오수민 글(소심함이라는 힘)
(85)소심함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안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차 올랐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서 '나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심함이라는 힘은 행복지수를 힘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얼마 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헤아려 보았는데, 스무 개가 넘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이제 난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변신했다.
(외모에서 발견되는 '소심함'의 典型을 한강 작가에게서 본다. 비록 그녀가 내면에 세계의 큰산과 대양을 품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6.<울타리 너머> 마리아 글레메토바 지음
--울타리 너머엔 다른 삶이 있다. 우신혜 글(용기내는 힘)
(97)듣기만 한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다.솔직한 마음의 표현이 필요할 때가 있다.진정한 듣기는 상대의 영혼을 끌어안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그런 연결은 다시 힘을 내 세상을 살아갈 마음을 창조해 준다.
(97-99)산들이의 매력:
산들이는 작품 속에 나오는 야생 멧돼지다.덫에 걸렸다 간신히 빠져나온, 힘든 상황일 텐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아기돼지 소소에게 달리기시합을 하자고 제안한다.
산들이는 야생에 길들어져 삶의 진리를 이미 깨닫고 있나 보다.삶은 어렵고 어려운 일들은 곧 지나간다는 진리를~
그리고 소소가 "난 울타리를 넘어갈 수 없어" 라고 말했을 때도 "왜"냐고 묻지 않았다.그저 다음날 다시 오겠다고만 했다.
상대방에게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소소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마침내 답을 얻어 다음날 울타리 밖으로 나간다.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며 산들이와 함께
(104)나도 누군가에게 산들이가 되고 싶다:
울타리를 넘어본 나는 안다.새로운 시도는 삶을 확장시켜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든다는 것을.선택에 책임을 지며 나는 좀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삶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울타리 너머엔 예상치 못한 삶이 있어 휘청거렸지만, 더 많은 행복을 느꼈다.내 아이들처럼 홈스쿨링을 하는 많은 가정을 만나 울고 웃었다.그 과정에서 내가 얻은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자녀들과의 연결이었다.미소 지으며 고백하고 싶다.울타리 넘기는 재미있는 일이구나, 도전하는 삶은 멋지구나, 도와주는 친구들도 많구나.이쯤되면 넘을 울타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7.<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지음
--올가의 쇠공 다루기. 김미연 글(홀로 서는 힘)
(116)나의 *키오스크는?
*키오스크: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파는 아주 작은 가판대

그런데 인생을 흔들어 놓은 사고(키오스크가 뒤집혀 강물에 떠내려감) 앞에서 왜 올가는 키오스크를 벗어 던지지 않았을까?
올가에겐 키오스크가 바로 직장이자 집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을, 사람들을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를 가두는 숙명으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올가의 결핍을 키오스크로 보았다.누구에게나 벗어나거나 떨어질 수 없는 키오스크가 존재한다.어느 누군가에게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상처일수도 있지만, 또 세상과 연결될 수있는 胎, 각자의 보호막, 울타리이기도 하다.우리는 키오스크를 통해 바깥을 바라보고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8.<뛰어라 메뚜기> 다시마 세이조 지음
--메뚜기는 뛰어야 한다. 이인자 글(뛰어오를 힘)
(134)문득 떠오른 메뚜기도 이렇게 결심한 걸까? 중요한 것은 '살아내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임을 말이다.  메뚜기는 밖으로 나섰고 바위 위에 올라 햇볕을 쬐기 시작했다.내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는 듯이 말이다.풀숲에 숨죽이고 있던 메뚜기가 세상에 몸을 드러내는 순간 걱정했던 일들은 일어난다.뱀이,사마귀가,거미와 거미줄이 사방에서 압박해 왔다.그 순간 메뚜기는 뛰어오른다.그냥 뛰는 게 아닌 온 힘을 다해 펄쩍 뛰어오른다.
나는 그런 메뚜기를 보면서 그의 닫힌 세상이 깨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수풀에서 바위로 올라선 순간 메뚜기는 자신을 둘러쌌던 벽을 깨기로 결심한 것이다.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과 고난을 감수한다는 것이다.내가 힘들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배신이나 뒷담화가 아니라 그것들과 마주하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9.<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지음
--'우리 엄마'라는 어려운 말 이혜령 글(엄마라는 힘)
(세상에 자식 없는 사람은 있어도 엄마없는 사랑은 없다.100% 나쁜 엄마도,100% 좋은 엄마도 없다.

'엄마'는 한 인간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성장기의 나는 엄마의 삶에 고난을 보태준 존재가 아니었나 가끔 생각했다.

내가 없었더라면 조금은 덜 힘드셨을까?

애증의 세월 끄트머리에서 만난 엄마는 내 삶의 롤모델이 되었다.

난 엄마처럼은 못 살았을 거야. 엄마가 날 미워하고 내치고 하면서도 당신의 의무를 끝까지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나는 안다.임종 무렵, 하시고 싶은 말이 산처럼 쌓였을 텐데도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고 계셨다.
'난 엄마한테 빚진 거 없어.난 최선을 다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딸년이 몇이나 될까?)

10.<여우> 마거릿 와일드 지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여우> 박은미 글 (질문하는 힘)
(166-167)여우에게 버림받은 까치:
(함께 떠나자고 했던 여우는 도중에 까치를 버린다)
날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는 순간, 까치는 새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에 여우를 따라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하루라도 까치답게, 새답게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은 사막에 혼자 남겨진 까치가 친구가 있는 곳을 향해 멀고 먼 여행을 시작했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개를 남겨두고 여우를 따라나선 까치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친구가 있는 곳'이 개가 있는 곳인지, 그곳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개가 받아줄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하지만 까치의 마지막 모습에서 후회와 절망보다는 후련함과 희망이 보인다.
개에게 의존하고, 여우 때문에 불안해했던 까치는 사막에 혼자 남겨져 시련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의 본능과 정체성을 따르는 선택을 했기에 여우를 따라나선 까치는 앞으로 후회없는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