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수아즈 사강/김남주 옮김/민음사/160쪽/1판1쇄 2008.5/1판 4쇄 2009.2/읽은 때 2025.5.26~5.27
프랑수아즈 사강 (1935~2004) 향년 69세/프랑스 남서부 카자르크 출생/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가족과 파리로 이주, 솔본느 대학에서 공부함/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 '사강'을 자신의 필명으로 삼음/1954년 19세에 쓴 <슬픔이여 안녕>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비평가상 수상/후에 영화로 만들어짐/1959년 24세에 발표한 <브람스를좋아하세요>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낸 동시에 극히 사강다운 독특한 스타일을 다시 한번 정립했다./잉글리드 버그만 주연 영화로 만들어짐/두 번 결혼,두 번 이혼,알콜,마약, 도박중독 등 굴곡많은 생애를 보내면서도 다수의 소설,자서전, 희곡,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함/29세에 자서전 <중독>출간/37세에 자서전 <영혼의 푸른 멍>출간/42세에 <흐트러진 침대>출간, 르몽드 지로부터 사강의 작품 중 가장 우수하다고 극찬을 받음/49세에 자서전 <내 최고의 추억과 더불어>출간/코카인 소지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귄리가 있다"라고 말했다/한때 미테랑 대통령을 도와 교도소 개혁운동, 인종차별 반대, 反戰운동 등을 벌임/심장과 폐질환으로 2004년 사망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
1장
폴과 로제:6년 연인/폴은 39세다/로제는 밥만 먹고 가버렸다/그가 그녀를 혼자 자게 내버려 두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 앉았다.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오늘밤도 혼자였다.
(18)그는 당연히 그녀 곁에 머물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어야 했다.하지만 그는 걷고 싶었고, 이리저리 배회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쩌면 늦은 밤의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2장
폴에게 매혹당한 25세 청년 시몽:
시몽의 어머니집의 인테리어를 맡으면서 처음 만난 시몽--그는 그녀 나이의 여자에게 모성애를 불러일으키기에 꼭 알맞은 그런 부류의 청년이었다.
3장
술집에서 시몽,로제,폴이.만나 술을 마신다.물론 시몽이 폴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들른 곳이었다.
4장
(39)가을햇살:
시몽은 길에 서서 그녀의 팔꿈치를 잡았다.
"보세요, 해가 났어요." 그가 꿈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물방울이 맺힌 쇼윈도를 통해, 가을의 회한으로 가득찬 햇살이 돌연한 열기를 품은 채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폴의 몸은 햇살 속에 잠겨 있었다.
(43-44)수습 변호사 시몽의 말:
그는 한참 변론을 흉내내다가 어느 순간에 몸을 일으키더니, 배꼽이 빠져라 웃고 있는 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게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명 문장이다!)
"무시무시한 선고로군요."
"가장 지독한 형벌이죠. 저로서는 그보다 더 나쁜 것, 그보다 더 피할수 없는 것을 달리 모르겠습니다.저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나는 두려워, 나는 겁이 나, 나를 사랑해줘. 하고 말입니다."
5장
칵테일 파티에서 만난 메지와 로제-메지(마르셀)가 주말 여행을 같이 가자고 조르자 폴에게는 일이 있어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없다고 전화한다.혼자 보내는 시간이 따분해 일거리를 들고 시몽의 집에 갔다가 시몽과 마주쳤다. 폴은 시몽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어 그의 집을 떠난다.
6장
(56)시몽에게서 온 속달우편:
속달우편은 그 순간 詩的으로 여겨졌다. 맑은 11월의 하늘에 다시 나타난 태양이 그 순간 그녀의 방을 따뜻한 빛과 음영으로 채웠던 것이다. 음악회 초대편지에서 시몽은 이렇게 말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65)시몽은 사랑에 빠졌다:
"제겐 당신을 사랑할 권리가 있고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올 권리가 있습니다."
폴의 모습은 이미 밖으로 사라지고 없었다.시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주저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내겐 저 여자가 필요해. 그녀가 필요하다고--.그녀를 갖지 못하면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될 거야'
7장
돌아온 로제--혹여 비밀이 새어나가지는 않았을까, 전전긍긍한다.
8장
(78)시몽의 사랑: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랑이 자신 안에서 폴을 부르고,폴과 만나고, 폴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겁에 질린 채 고통스럽고 공허한 마음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9장
(시몽은 '빨리 돌아와요'라는 폴의 편지를 받고 출장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시몽을 기다린 건 무덤덤한 폴의 모습이었다.크게 낙담한 시몽은 그녀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10장
(93)첫키스:
겨울바람이 거리로부터 자동차 안으로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시몽은 그녀의 얼굴을 키스로 뒤덮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젊은 사내의 그 체취, 그 헐떡임, 그리고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런 다음 한 마디 말없이 자리를 떴다.
(20대에 읽었어야 했어. 지금은 손녀의 연애얘기를 듣는 것만큼 심드렁해)
11장
(로제는 멀어졌고 시몽은 다가와 그의 연인이 되었다.)
(102)남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
사람들의 험담이나 앞으로 강조되어 드러날 시몽과의 나이차에 대한 두려움 이상으로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모욕감이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신이 나서 떠들어댈까. 그녀 자신은 스스로가 늙고 지쳤다고 생각되어 약간의 위안을 얻으려는 것뿐인데, 그들은 그녀가 젊은 남자나 좋아한다며 요란스럽게 입방아를 찧어 대리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동시에 잔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더구나 이번에 야기될, 경멸과 시샘이 뒤섞인 그들의 반응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리라.
12장
시몽과 폴, 로제와 폴의 사랑의 줄다리기
(주간지 선데이의 연재소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고 문장이 아름답다거나 詩的이라는 느낌도 없고---)
13장
(바람둥이 로제는 폴이 멀어졌다고 느끼자 메지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고 폴에게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119-120)'상대를 자기 자신만큼 소중히 여기는 건 폴과 나(로제)의 경우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사는 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14장
(<설국>과 여러 모로 닮은 <브람스~>:
무위도식하는 남자 주인공, 성의 노리개인 고마코와 메지, 사랑놀이 이외엔 아무런 줄거리가 없는 이야기--)
15장
(132-133)시몽의 단호함과 자부심:
"그 할망구들이 우리 뒤에서 하는 말, 나도 들었어.그 말에 당신이 영향을 받는다는 게 난 참을 수 없어.그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그건 어리석고 나를 상처 입하는 말이야."
"하지만, 시몽, 별 거 아닌 걸 문제 삼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냐.오히려 당신이 그것을 문제삼지 않게 하려는 거야.당신은 당연히 내게 그런 일을 감추고 싶겠지.하지만 내게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없어.나는 어린애가 아냐, 폴.내게는 당신을 이해할 능력도, 당신을 도울 능력도 있어.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난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지금 당신은 행복해지기에는 지나치게 로제에게 집착하고 있어.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폴은 驚異와 희망에 차서 그의 말을 들었다.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냐.나는 스물다섯 살이야.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나는 알아.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난 서른아홉 살이야"그녀가 말했다.
"삶은 여성지 같은 것도 아니고 낡은 경험더미도 아니야.당신은 나보다 열네 해를 더 살았지만, 나는 현재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뿐이야.나는 당신이 자신을 천박한 수준, 이를테면 그 심술쟁이 할망구들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지금 우리의 문제는 로제뿐이야. 다른 것은 문제되지 않아"
**나이트클럽에서 시몽이 폴에게 춤을 청하러 일어섰을 때 할망구들이 한 말
"저 여자, 지금 나이가 몇이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16장
부활절 휴가여행 때 폴에게 최고의 멋진 시간을 보내고자 시몽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136)폴 안에 있는 로제:
시몽은 때때로 자신이 힘들고 무용하고 승산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흐르는 시간이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없애야 하는 것은 로제와의 추억이 아니라 폴 안에 있는 로제라는 그 무엇. 그녀가 집요하게 매달려 있는, 뽑아버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뿌리 같은 그것이었다.
(137)로제는 폴의 숙명적인 존재:
현재의 생활에 진력이 나면 그는 그녀에게 와서 불평을 늘어놓고 그녀를 되찾으려 하리라.그리고 아마도 성공하리라.시몽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테고, 그녀 자신은 또 다시 고독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면서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들을 입게 되리라.그녀는 자신의 숙명, 이 모든 것이 피하려고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은 그 느낌, 그녀의 삶에는 피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고 그것이 곧 로제라는 생각에 저항했다.
17장
(144)폴과 로제:
그는 그 아파트의 신이자 주인이었다.거기에는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고,애정으로 가득했고, 조용했다.그럼에도 그는 밤중에 그곳에서 나올 때면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제는 자기집에서 깨지지 않은 재떨이를 상대로 혼자 쓸모없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그는 다시 몸을 구부려 담배를 끄고,잠 속으로 빠져들기 직전 자신은 지금 불행하다고 중얼거렸다.
18장
로제와 폴의 再會;
간절히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 시몽을 떠나보냈다.
그런 후 폴은 전화를 받는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굴러들어온 복을 차 버리고 폴은 자기 팔자에 굴복한 셈이다.)
작품해설(151~155)
*삶과 문학에 대한 사강의 견해:
"예술의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문학이 삶과 밀착되어 있다고 믿게 하지만, 진실은 그 정반대이다. 삶이 무정형적이라면, 문학은 형식적으로 잘 짜여 있다."
*프랑스인들의 브람스 선호도:
대개의 프랑스인들이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브람스 연주회에 상대를 초대할 때는 이 질문이 필수!
(154)사강 작품의 특징: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사랑의 덧없음이다/심오한 철학도 참여의식도 이데올로기도 참신한 소재도 없다/구성은 가볍고 묘사는 감각적이며 대화는 암시적이고 문체는 유난하지 않다. 하지만 재즈처럼 리듬감있게 펼쳐지는 그 문장들 속에는 장치 아닌 장치들이 내재해 있다./그녀가 집중하는 것은 다만 한가지, 덧없고 변하기 쉬우며 불안정하고 미묘한 사람 사이의 감정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엄정하고 깊숙하고 철저하다.
(<雪國>은 지리멸렬하여 진도가 도무지 나가지 않아 결국 뒷부분 50여 페이지를 수박 겉핥기로 읽어 버렸는데, 비슷한 분량의 <브람스~>는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