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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맑은 바람 2025. 5. 31. 18:45

도스토예프스키 지음/이현정옮김/하서출판사/254쪽/읽은 때: 2025.5.29~5.31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모스크바 자선병원에서 軍醫의 둘째아들로 태어남/불치의 간질병을 앓음/17세에 육군중앙공병학교에 입학/22세에 공병학교 졸업, 페테르부르크 공병대에 편입/23세에 <가난한사람들> 집필 시작,이듬해 완성, 평판이 좋음/28세에 벨린스키가 고골리에게 보낸 러시아정교회를 비판한 편지를 낭독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음./형장에서 황제의 특사로 4년형(시베리아 옴스크 요새감옥)과 병역의무로 감형됨/33세에 일개 병졸로 시베리아 국경 수비연대에서 복무/38세에 병역을 마치고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옴/43세 되던 해,36세에 결혼한 아내가 죽고 형도 죽음/45세에 <죄와벌> 발표, 文名을 떨침, 같은 해 <도박자> 출간, <도박자> 속기사였던 안나와 결혼/47세에 <白痴>출간, <카라마조프의 형제> 구상/60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영면, <카라마조프의 형제> 출간

--(줄거리)페테르부르크의 가난한 공무원 마카르와 불행한 소녀 바르바라와의 정신적인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을 서간체로 엮은 이 소설은 푸슈킨의 <역자>,고골리의 <외투>의 계열과 연결되는 걸작으로서 절찬을 받았다.--역자 해설 중에서

(5)소설의 첫머리에 오도예프스키 공작의 글:
오오. 세상의 소설가들처럼 몹쓸 족속이 또 어디 있는가! 그들은 무언가 유익하고 유쾌하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그런 소설을 쓰려 하지 않고 땅속 깊이 숨어있는 온갖 비밀 따위만 들추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아예 소설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을 읽을라치면---서글픈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에는 갖가지 망상이 떠오를 뿐이니, 그처럼 유해한 행위가 어디 있으랴. 그와 같은 소설은 마땅히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이 서간문은 4월 8일에 시작하여 9월 30일(5개월 22일)에 끝난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와 마카르의 편지로, 
마카르 제부슈킨은 40대 중반의 하급 공무원(9등관/필경사?)이며 너무 착해서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

하숙집 부엌방에 살고 있다.
바르바라(바렌카)는 10대 후반의 고아소녀로 마카르의 방이 마주 보이는 집에 살고 있다.
역자는 비극적 결말이라 했는데, 마카르에게는 틀림없는 비극이지만 바르바라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결혼을 통해 의외로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8)오늘 아침에 나는 정말 상쾌하게 홀가분한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태양은 빛나고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며 대기는 온통 훈훈한 봄향기를 풍겨, 자연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지 않겠습니까.그밖의 모든 것도 역시 이러한 자연 환경에 어울리게 봄다운 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그래서 나는 제법 즐거운 공상에 잠기기까지 했답니다.물론 나의 공상이란 바렌카, 언제나 당신에 대한 것뿐이지요.

나는 당신을, 인간에게 위안을 주고 자연에 운치를 더해 주기 위해 창조된 저 하늘의 새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바렌카, 그리고 나는 근심걱정과 노고 속에 허덕이는 우리 인간이 하늘을 나는 저 새들의 걱정 없고 천진난만한 행복을 부러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8)머리털이 다 빠진 늙은이가 새삼스럽게 사랑이니 뭐니하고 주책없는 말을 늘어놓다니, 꼴불견이었지요.
(19)마카르의 변명(?):
사랑스러운 바렌카, 당신은 나의 심정을 잘못 알고 있더군요.당신은 내 심정의 표현을 전혀 딴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나를 움직인 것은 아버지가 딸에게 갖는 그런 애정입니다.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아버지가 가지는 순수한 애정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고아라는 불쌍한 처지에 있는 당신에게 내가 대신 아버지 노릇을 해주고 있는 셈이니까 말입니다. 나는 진심으로 순수한 심정에서 그리고 친척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21)추억의 신비:
지나간 일은 그것이 비록 괴로웠던 것이라도 돌이켜 생각할 때는 어쩐지 즐거운 느낌을 주는 법입니다. 그 당시에는 몹시 불쾌했던 사실이나 원통했던 사실까지도 추억 속에서는 그 불쾌했던 면이 깨끗이 사라지고 그립고도 매혹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떠오릅니다.
(23)바렌카, 나는 별로 아는 게 없는 늙은이입니다.젊었을 때 이렇다할 교육을 받은 일도 없고, 또 지금 새삼스럽게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다정한 벗이여,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글을 쓰는 재주를 갖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좀더 재미있게 쓰려고 애를 써도 결국은 우스꽝스러운 문장이 되고 만다는 것은 누가 지적해 주거나 비웃지 않아도 나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번역문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잘 읽힌다.)
(당시 러시아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학벌이 좋은 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이, 어린애까지 딸린 가족 들도 집이 없어 방 한 칸 얻어 하숙을 하고 있다. 주인공 마카르도 20년 이상 하숙에 살고 있다.)
(37)바르바라의 수기(37~82)
(마카르의 청에 의해 바르바라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10세 무렵~)에 써놓은 기록물을 마카르에게 보낸다./내용은, 시골 영주의 집의 관리인이었던 아버지가 해고 당한 후 --페테르부르크로 이사,아버지의 죽음 /빚 때문에 집이고 재물이고 다 없어짐--먼 친척이라고 자칭하는 안나 표도르브나의 집이 있는 바실리에프 섬으로 이사,거기서 가정교사 표도로브나를 사랑하나 그는 병으로 갑자기 죽는다.마르바라에겐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만이 남게 된다.)
(88)나한테는 문장을 만드는 재주는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관청에서 승진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그렇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이 죄다 문장을 잘 만드는 기안자라면 대체 정서는 누가 맡아 하겠습니까?  하여간 나는 지금 자기가 쓸모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따위의 쓸데없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습니다.나를 보고 생쥐(하급관리의 대용어)라 불러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생쥐는 필요한 생쥐입니다.이 생쥐는 쓸모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생쥐의 덕을 입고 있습니다.내가 바로 이런 생쥐란 말입니다!

(마카르야말로 진정한 자존감을 지닌 인물이다.존중받아 마땅한!)
(96)문학의 역할:

바렌카,문학이란 정말 좋은 것이더군요. 나는 그것을 모임에서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문학이란 참으로 심각한  것이예요! 사람의 마음을 굳세게 해주며, 깨우쳐 주고 이끌어  줍니다. 문학은 어떤 의미에서 일종의 그림이며 거울이지요. 그것은 정열의 표현이며, 예리한 비평이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교훈이며, 인생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그 모임에서 배웠습니다.
(115)바렌카가 시골의 가정교사로 떠나겠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이제 당신과 완전히 친해졌기 때문에 당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답니다. 바렌카, 만일 당신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나는 네바 강에 뛰어들 것이고, 그리하여 만사는 끝장이 나고 말겠지요.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당신이 없는 이상 나로서는 달리 어쩔 수가 없어요! 아아,바렌카, 귀여운 나의 생명이여, 당신은 내가 영구차에 실려 볼코보의 공동묘지로 끌려가는 것을 바라는군요. 그리하여 사람들은 내게 흙을 뿌리고는 나 혼자 묘지에 남겨둔 채 사라져 버리겠지요.당신은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군요?

(마카르는 마르바라의 앞길을 막고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아니면 이기적인 사랑인가. 진짜 아버지였다면 자기가 먹여 살릴 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하든지 살길을 찾아보라고 둥지에서 떠나 보냈어야 하지 않나?

마르바라는 이 기회에 마카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찾아야 한다. 덧없는 사랑의 그물을 과감히 찢고--)

(127)(마카르는 바르바라로부터 고골리의 <외투>를 선물 받고 신랄한 평을 늘어놓는다.

자신의 처지와 너무 비슷해서였을까?)
남의 입:
우리는 가끔 자기 자신을 감추려 드는 일이 있습니다.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자기 몸을 숨깁니다.어느 곳에도 얼굴을 내놓고 싶지 않은 때가 있습니다.남의 입이 무섭기 때문이지요.세상의 어떤 사소한 일에서도 웃음거리를 찾아내기 때문이지요.
(140~141)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란 원래 변덕스러운 것입니다.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죠.

가난한 사람들이란 뒤틀린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보는 눈조차 전혀 다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곁눈질해 보고 언제나 겁 먹은 눈으로 자기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혹시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꼴사나운 놈이라고 욕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거나 아닐까,

이쪽에서 보면 어떻고 저쪽에서 보면 어떨까 하고 나를 흉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게 됩니다.

가난한사람들이란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이고 따라서 누구한테도 존경을 받을수없다는 것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엉터리 문학가들이 별의별 수작을 다 늘어놓는다 해도 가난뱅이임에는 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144)하숙집의  화젯거리:
우리 하숙집에서는 이 문제를 알고있습니다.그들은 당신의 방 창문을 가리키며 수군거립니다.나는 그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어제만 해도 내가 식사에 초대를 받고 당신한테 갔을 때 모두들 창밖으로 상반신을 내밀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주인마나님은 "저것 좀 봐요. 저 색마 같은 영감이 저 집에 사는 어린 계집애와 놀아나는구려!"하고 수다를 떨었을 뿐만 아니라, 당신에 대해서까지 상스러운 말투로 떠들지 않겠습니까.
(145)책에 대한 遺憾:
바렌카, 내게 심심풀이가 될 만한 무슨 책을 보내주겠다고요?  하지만 바렌카, 그따위 책 같은 건 마귀한테나 주어 버리십시오!  책이란 도대체 뭐하는 물건입니까? 터무니없는 거짓말만 늘어놓은 것 아닙니까! 소설책이란 것은 정말 백해무익한 물건입니다.허튼수작을 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그런 건 빈둥빈둥 놀고 먹는 게으름뱅이들이나 읽는 것이지요.  

바렌카, 내 말을 믿으십시오.혹시 어떤 사람이 셰익스피어의 얘기를 늘어놓으며, 셰익스피어는 문학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있지 않습니까, 한다고 해서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셰익스피어도 엉터리입니다.시시하기 짝이 없는 엉터리란 말입니다. 모두 남을 헐뜯거나 웃기기 위해 쓴 것이지요!
(발칙한 발상!)
(마카르의 모습은 또다른 <외투>의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183)*사모바르:러시아 가정에서 물을 끓이는 데 사용하는 특수한 주전자
(184)황금시절:
(바렌카는 어린 시절을 '일생을 통하여 가장 찬란한 황금시절'이라고 추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각자의 황금시절이 아닌가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금ㆍ여기'가 내 황금시절이 아닌가 싶다)
(208)각하의 아량:
(중대한 공문서를 카피하는 과정에서 한 줄을 빼먹는 실수를 한 마카르는 각하 앞에 불려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들키고 만다.각하는 마카르의 상관에게 가불 선처하라는 지시와 함께 손수 100루블을 손에 쥐어준다.마카르 생애 가장 감동적인 사건이자 狐假虎威하는 群像 뒤에 진정한 상관의 모습을 보여준 일이 감동적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209)마카르가 받은 감동:
나는 결심했습니다. 당신과 표도라에게 부탁해서, 그리고 혹시 앞으로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에게도 부탁하여, 나를 위해서는 기도를 드리지 않아도 좋으니 그 대신 하루도 빼놓지 말고 각하의 만복을 빌어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실 돈 때문에 허덕이는 생활을 해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게 귀중한 것은 절대로 100루블이라는 돈이 아닙니다. 내가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각하가 지푸라기만한 가치도 없는 주정뱅이인 나 같은 놈의 손을 잡고 따뜻한 악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으로 나의영혼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나의 영혼을 소생케 한 것입니다. 영원히 나의 생활을 즐겁게 해준 것입니다.나는 확신합니다.비록 내가 하느님 앞에 아무리 많은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각하의 만복을 비는 나의 기도는 반드시 하느님이 계신 곳까지 다다르고야 말 것이라고!


(215)선한행동의 영향력:
(각하의 따뜻한 악수가 마카르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내가 젊었을 무렵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정말 비참했습니다.  춥고 배고팠지만 그래도 언제나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아침에 네프스키 거리를 산책하다가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를 만나면 그것만으로 하루 종일 행복했답니다.참으로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바렌카,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특히 여기 페테르부르크는 더욱 즐겁지요! 나는 어제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 앞에 진심으로 참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불행했던 시기에 내가 저지른 모든 잘못--불행을 늘어놓은 죄, 반 기독교적인 자유 사상을 품었던 죄, 술주정을 하고 공연히 화를 낸 죄, 이러한 모든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빌었습니다.나는 기도를 드리며 감격에 찬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나의 천사여, 오직 당신만이 내게 힘을 주었고, 오직 당신만이 내게 위안을 주었습니다.유익한 충고와 교훈을 주는 사람도 당신밖에 없었습니다.

바렌카,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바르바라는 배고프고 병든 몸으로 옛날에 알았던 돈 많은 남자 브이코프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잘 알지도 못하는 브이코프, 그가 사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가려는 마르바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마르바라,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돈 쓸 일이 왜 이리 많냐며 불쑥불쑥 화를 내는 브이코프---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어차피 미래를 알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운명의 손이 이끄는 대로 따를 수밖에. 그런데 다 갖춘 브이코프가 정말 쓸모 없는(?) 아이를 왜 데려가려는 걸까? 그것도 결혼 상대로~?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