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별꼴이네

맑은 바람 2021. 3. 23. 21:12

-4년 5개월 된 큰손녀 이야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큰손녀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 2권씩 읽기로 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아 하루 1권씩 읽다가 유치원 개학이 된 후 유치원 다니랴, 태권도학원 다니랴 짬이 더 없어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물론 시간이 있어도 읽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흐지부지하다가 어제는 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손녀는 책을 좋아해서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니, 아니면 넋놓고 TV나 보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되고 싶니? "
했더니 톡 토라져 방으로 들어간다.
삐져서 찔끔거리고 있나 싶었는데 '성냥팔이 소녀'를 들고 나온다.
"그래, 이걸루 정했어?"
반기며 한 쪽씩 교대로 읽는다.

눈보라 날리는 겨울거리에서 춥고 배고픈 소녀는 성냥을 팔아보려 하나  모두들 소녀를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간다. 마침 지나가는 마차를 피하느라 소녀는 길에 나동그라지고 성냥은 젖어서 팔 수도 없게 됐다.
두 살 때 엄마를 잃고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소녀는 성냥을 팔며 살아야 했다
젖은 성냥을 하나하나 켜며 소녀는 소원을 이루는 환상을 본다.
마침내 성냥불 속에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 저도 데려가요."
"그래, 할머니와 함께 가자꾸나."
"엄마도 볼 수 있는 아주 따뜻한 나라로 가자."
그 대목을 읽는데 갑자기 목이 콱 막히며 눈물이 핑 돈다.
손녀 얼굴을 보니 눈가로 손을 가져가는 듯한데 우는 것 같지는 않다. 난 순식간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읽기가 힘든데~
손녀는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말한다.
"별 꼴 이 네~"
건너편에 앉아 이 광경을 보던 할배가 폭발하듯 웃음을 터뜨린다.

'손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쥬쥬와 샤샤의 나들이  (0) 2021.03.31
손녀들의 하루  (0) 2021.03.30
큰손녀의 아이클레이 작품들  (0) 2021.03.16
큰손녀의 생일선물  (0) 2021.03.06
예주의 최근작  (0)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