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84

귀경--양구 83

2022년5월31일 화 맑고 더움 두달살이로 떠난 양구살이를 연장해서 82일간이나 머물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복닥거리는 도시로 어떻게 돌아가나 했지만 막상 한평생 익숙했던 공간으로 진입하니 반가움마저 솟는다. 그동안 집을 잘 지키고 나비(양이)도 잘 돌보아준 작은애 내외랑 저녁을 먹었다. 동네에 유명맛집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문자 그대로 '맛있는 집'이었다. 알뜰히(?) 사느라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한우등심'을 먹었다.고기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구워서 앞에다 놓아주는 고기를 넙죽넙죽 잘도 집어먹었다. 자식들 하고 먹으니 더 맛있음에 틀림없다. 먹다가 둘러보니 고깃집은 그새 손님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찼다. 비용이 솔찬히 나왔으나 아이들하고 나누는 이 기쁜 시간을 무엇..

만대리--양구82

2022년 5월 30일 월 흐림 -만대리 레스토랑 6시도 되기 전에 토니(수코양이 새끼)가 먼저 오고 뒤이어 마크(출산한 암코양이)가 왔다. 토니는 밥을 먹다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마크가 먹을 만큼 먹고 돌아가자 그제서야 다가와서 마저 먹는다. 누가 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켰겠는가. 동물세계의 저 엄정한 질서 앞에 그저 놀랄 뿐이다. '만대리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그곳은 조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라 묵묵히 따라나섰다. 조반만 먹고 짐을 싸야겠기에 숙소로 돌아와 계단을 오르다가, 깜짝 놀랄만큼 예쁜 벌레를 보았다. 만물박사 친구에게 문의를 하고, 한편 검색을 해보았더니 '네이버렌즈'라는 것이 있더라. 다음에서 꽃검색만 해봤는데, 네이버렌즈에서는 벌레이름도 알려준다. 도처에 스승이 있건만 알..

펀치볼과 팔랑골--양구 81

2022년 5월29일 (일) 맑고 더움 (해안면 카페펀치스11-2) (펀치볼로 김순례할매손두부) (바랑길 솔숲) (팔랑골 산책) 해안면 펀치볼을 한번 더 가고싶었다. '해안 야생화공원'에 도착했으나 어디에도 공원티가 나지 않았다. 마침 젊은이를 만나 물어보니, 공원용도로 만들었다기보다 야생화 체험교실을 위주로 하고 있다고. '생방송 오늘'이라는 프로에 나온 적이 있다는 '카페펀치스11-2'로 자리를 옮겼다. 알맞게 서늘한 실내에서 더위를 잠시 잊었다. 점심도 亥安에서 하기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김순례할머니손두부'집--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밑반찬도, 두부요리도 맛있었다. '바랑길 솔숲'과 작별을 하러 갔다. 그늘과 바람과 솔향기로 우리의 심신을 맑게 해 준 곳--양구를 떠난 후에 그리운 곳의 하나가 되리..

한반도섬 노을--양구80

2022년 5월 28일 토 --아침부터 땡볕이 방구석까지 파고드는 날 (양구수목원) (전망대 레스토랑) (한반도섬 노을) 일급피서지-양구수목원 오늘도 잣나무숲 하늘데크 아래 자리를 잡고 뻐꾸기와 등검은뻐꾸기가 서로 화답하는 소리를 들으며 한나절을 보냈다. 숲에서 먹는 누드주먹밥 맛도 그럴듯했다. 저녁은 양식을 먹기로 했다. 양구에 와서 처음이다. 양구읍 초입에 번듯하게 눈에 띄는 '전망대 레스토랑'--4층 옥상에서 양구읍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레스토랑은 세계각지에서 모았다는 컵들로 장식되어 이색적이었다. 컵으로 만든 시계도 재미있었다. 음식에 대한 호감도는--글쎄~ 식사 후 곧바로 꽃섬으로 갔다. 양귀비꽃의 그 고혹적인 붉은빛이 꽃섬을 뒤덮었다. 일몰시각이 오후 7시 40분이라는데 해는 벌써 산등성이 뒤..

두타연--양구 79

2022년 5월 27일 흐리다 갬/바람불고 싸늘함 지난 4월 6일, 봄기운도 채 서리지 않은 두타연을 찾았을 때, 입구에서부터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와 애를 먹이더니, 막상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두타연은 조그만 沼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물이 말라 초라하기까지 했다. 그걸 보려구 그렇게 소란을 피웠나 싶어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양구와 헤어질 날도 며칠 남지 않아 '양구 제1의 名所 두타연'을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어제 예약을 하면서 입금까지 하고 오늘 '금강산 가는길' 안내소로 갔다. 백신 접종 확인 절차만 빠졌는데도 훨씬 빨리 수속이 끝났다. 오늘은 차에 푸른 깃발도 걸어주지 않고 태그(위치추적 목걸이)만 하나씩 줬다. 부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검문을 받고 두타연 주차장으로 ..

작별의 시간들--양구78

2022년 5월26일 목 (엉겅퀴 채취) (감자구이파티) 오전에 엉겅퀴밭으로 갔다. 조이네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해서. 가시옷으로 무장한 紅紫色 엉겅퀴꽃에 조심조심 가위를 갖다대면서 我田引水格으로 생각을 한다. 보는 이 없는 들길에 홀로 피었다가 시들어버리든가, 밭주인이 자신이 기르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힐까봐 아예 제초제를 뿌려 말라죽느니, 차라리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가 약으로 쓰인다면 엉겅퀴의 생으로서도 가치있는 게 아닐까 하는. 낮에는 볕이 뜨겁고 어제 침맞은 자리가 아파서 산책을 그만두기로 하고 이런저런 음악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애상적인 가락을 선곡한다 동심초, 솔베이지송, Time to say goodbye~ 마크와 치즈(고양이)에게 줄 간식도 다 떨어져서 대니가 안타까워한다. -여보, 더 ..

도자기체험-양구 77

2022년 5월 25일 수 맑음 27도/10도 양구 확진자 17 --약침 10회 --도자기 체험 양구 '부부한의원'엘 갔다. 약침을 자신과의 약속대로 열 번째로 맞았다. 그런데 '夫婦한의원'이라면서 매번'夫'만 보이고 '婦'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夫婦'가 아니라 '富富'였나? 그걸 물어보는 걸 깜빡했네. 원장님께 작별인사를 고했다.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되시어 서울까지 소문나기를 바란다고. 점심을 먹고 인문학박물관으로 갔다. 걷기엔 너무 뜨거울 것 같아 택시를 타고. 갑자기 한여름이 찾아와 대낮엔 땡볕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오늘 도자기체험은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린과 황소, 그리고 '꿈 꿔 봐, 자유야'를 그려넣고 색칠을 했다. 이 작품은 도자기 가마를 거쳐 한 달 후에나 내 손에 들어올 ..

엉겅퀴 말리기-양구76

2022년 5월 24일 화 맑고 무척 더움 -보건소 방문 -양구수목원에서 피서 --엉겅퀴 채집 팔랑리보건소에서 타온 진통소염제는 약침보다 효과가 빠르다. 오늘 처방전과 함께 일주일치 약을 타러 보건소엘 갔다. 차분한 여의사는 조용조용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며 처방전을 써준다. 양구를 떠나더라도 선생님과 보건소를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점심 후, 양구수목원으로 피서를 갔다. 나무그늘에 자리를 펴고 누워 제니와 한담을 나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들을 편히 즐기자고 했다. 아랑 드롱도, 김지미도 곧 세상을 뜨려 한다는데 지금 이 순간 말고 중요한 게 뭐 있겠는가. 대니가 인터넷검색을 하더니, 엉겅퀴가 자신한테 꼭 필요한 약재라며 채취하러 가자고 한다. 고 황홀한 빛깔의 꽃을 똑똑 따는 일이 영 내키지..

군량리--양구 75

(약침 9회) (배삼룡의 고향 군량리) 약침의 효과를 반신반의한 채 오늘 아홉번째 침을 맞았다. 횟수가 뭐 중요하겠느냐마는 그래도 서울 가서 계속 맞아야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내 무릎도 멀쩡한 거 같다가 다시 묵직한 통증이 찾아오기도 하고--정답을 주지 않는다. 오늘은 코미디언 배삼룡(1926~2010)의 고향이라는 군량리행 마을버스를 타보았다. 버스에 우리 부부밖에 없길래 대니가 말을 걸었다.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나요? 저흰 구경삼아 한바퀴 돌고 올라구요. 기사양반은, --뭐,별루 볼 거 없어요. 한다. --배삼룡의 고향이 이곳에 있다던데~ 중간에 올라탄 노인이 거든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 사람이야. 어려서두 사람을 많이 웃겼어. --기념관 같은 게 있나요? --그런 ..

華川 산소길--양구 74

2022년 5월 22일 일 흐리다 갬 --華川 산소길 --열린음악회 오늘은 꺼먹다리와 딴산 인공폭포를 보고 산소길을 걷자며 화천으로 갔다. 제니의 '화천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파로호와 山勢와 가로수가 어우러져 스위스 레만호 저리가란다. 나도 레만호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이가 왜 그리 화천을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하는가도 이제 조금은 이해되었다. 호수 위로 난 데크를 걷노라면 풍경이 빚어내는 이 고요하고 그윽한 정취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행복감이 서서히 차 오르고 無我之境이 된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서울 사는 친구가 물었다. --너 거기까지 가서 뭐하고 지내는데? ---으응, 먹구 자구 싸. 오늘 '열린음악회'는 꽤나 기대된다. 개방된 청와대에서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