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사) 소파에 길게 누운 어머니는 잠꼬대하듯 감아놓았던 이야기 실타래를 다시 푼다.한두 번 더 들으면 백 번째가 될지도 모를 똑같은 얘기- 토씨 하나 틀리는 법 없다.맞장구 치기도 힘들어하는 딸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가는 것도 나 몰라라 하면서- -서모가 밥상 밑으로 꼬집으며 밥 고만 먹으라고 눈치준 일-9살에 가출해서 친척집으로 갔는데 공부 시켜준다더니 부엌데기 노릇만 이 년하다가-11살 때 일본인의 군수공장인 인천 공장으로 가 버린 일-거기서 사람대접 받고 살면서 천안 아저씨의 구애를 받은 일, 그 남자는 이미 고향에 처자가 있는 몸이라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도 엄마의 반짇고리엔 그 아저씨가 만들어준 실패가 반질반질 닳은 채로 담겨 있다. 공장사람 중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있는데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