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4

나이들어 깨달은 것

갓 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 섰을 때는 아이들이 모두 내 얘기를 경청하고 수업에 집중하기를 바랐습니다.그러나 교실 정경은 내 기대와는 상관없이 돌아갔습니다. 이제 코밑이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하는 사내아이들 70여 명이 꽉 들어찬 교실을 43kg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여선생이 장악하기에는 버거웠습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70년대만하더라도 대체로 아이들이 순진해서 지금처럼 걸핏하면 매스컴을 타는 '학교 폭력'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예나 이제나 아이들은 거기서 거기였으니까요~~작은소리로 잡담하는 놈,책상 밑에 만환지 소설인지 펼쳐놓고 보는 놈,필기하는 척하고 여자친구한테 편지쓰는 놈,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자는 건지 조는 건지 노골적으로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놈, 뜬금없이 화장실 급하다며 튀어나가는..

사는 이야기 2025.07.15

알라딘 중고 내다팔기

2025년 7월 3일***나의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잡아두기 위해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 이 '바람의둥지'에 담겨 있다. 이 제목으로 글을 써서 올려놓았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네, 그래서 다시 또 한 번~~*** 알라딘 중고에서 사들인 책을 다 읽고 다시 알라딘중고서점에 내다 팔러 간다.18권인데 구입한 가격이 합 133,300원이다. 생각보다 큰 돈이다.사람에 따라서는 동네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지, 뭐 그걸 사느냐고 한다. 난 생각이 좀 다르다.한때 출판사에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머리와 눈과 손이 거기 매달렸는지 잘 안다. 새 책을 사야 더 좋겠지만 난 중고를 선택한다. 더 이상 書架의 책 식구를 늘리지 않아야겠기에.이제는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

사는 이야기 2025.07.03

맹물처방-미셸 투르니예의 <예찬> 중에서

맹물 처방:날이 갈수록 기운이 쇠하여 가지가지로 삐걱거리는 몸뚱이--현기증,가려움증, 늑골간 격통, 한쪽 눈의 시력장애, 기억력상실, 비장의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수돗물 두 잔을 받아다가 내밀며 말했다.--아침저녁으로 물을 한 잔씩 드세요.--광천수를요?--천만에요! 그냥 수돗물이면 됩니다.--그렇지만 이 물 두 잔으로 내 병에 효과가 있을까요?--내 전임자들이 선생님께 강요했던 캡슐, 알약, 주사 및 그밖의 각종 장난과 속임수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효과죠. 맹물이라구요?맹물의 장점이 뭔지 아세요?맹물의 싱거움은 존재의 본질입니다. 그 나머지는 우연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오늘날의 인간들은 포도주,맥주,차,커피, 소다,과일주스, 그밖에 별의별 것들을 다 마셔댑니다. 그들이 처음으로 마셔보는 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