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 675

<허송세월> 김훈

김훈 산문/나남/332쪽/초판 2024.6/초판6쇄 2024.7/읽은때 2025.2.26~3.2 을, 영양가는 있으나 별로 땡기지 않는 음식을 먹듯 숙제처럼 읽고 나서, 이제 내 입맛에 맞는,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빵이거나 매콤달콤한 떡볶이 한 접시 받아든 기분으로 김훈을 만나니 편안하고 좋다.이라니 제목도 맘에 든다.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산다고 하면서도 더이상 돈 벌러 출퇴근을 안 하니 '허송세월'하는 기분이 자주 든다. 동년배의 김훈은 그런 나의 마음을 족집게처럼 집어서 얘기를 풀어놓는다.(13)와인:와인은 현실을 서서히 지우면서 다가온다.와인의 취기는 비논리적이고 두루뭉실하다. 이 취기는 마음 속에 몽롱한 미로를 끝없이 펼쳐놓는데, 그 미로를 따라가면서 마시다 보면 출구를 찾지 못한다...

<희랍어시간> 한강

한강장편소설/문학동네/193쪽/1판1쇄 2011.11/1판 31쇄 2024.10/읽은 때 2025.2.24~2.261(첫문장)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보르헤스의 유언의 의미와 스위스 성 갈렌의 도서관과 루체른에서 본 알프스 협곡) 2침묵(그녀는 17세에 실어증에 걸린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학교생활도 그녀를 배려하지 않고 선생들은 아이를 내쫓거나 뺨을 때렸다.그러나 어느 순간에 말문이 터졌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나 양육 능력이 없다며 아이는 아빠 쪽으로갔다.대학과 고교에서 문학을 강의하던 중에 또 실어증이 찾아왔다. 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 실어증에서 풀려나고 싶어 어려운 희랍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에 불어 시간에 실어증이 풀렸던 ..

(영화) 시민 케인

'로즈버드rosebud'신문왕이라 불리는 찰스 포스터 케인이 1940년 임종 직전에  웅얼거린 말입니다.뉴스에는 케인의 죽음이 대서특필되었고, 톰슨이라는 기자는 그가 마지막 남긴 말. '로즈버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케인의 삶에 깊숙이 관여한 다섯 사람(후견인, 첫째부인, 절친, 둘째부인, 집사)을 한 사람씩 만나 케인의 삶을 들여다봅니다.그는 순간순간 성실했고 최선의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살았습니다.왕궁에 버금가는 제나두 성에 살았어도 그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증인들은 '로즈버드'의 의미를 아무도 알지 못했으나 관객은 알아차립니다.마지막 순간에 한낱 쓰레기로 벽난로에 던져지는 작은 썰매에 '로즈버드'라는 글씨가 쓰여있다는 걸~부자가 된 엄마가 케인의 장래를 위해 교육환경이 좋은 대도시로..

한강 강연 -스웨덴 한림원

2024년12월 8일 KBS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뭘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한강이 8살 때 쓴시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임에도 결코 으리뻔쩍하지 않게 조촐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나의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생명은 살고자 한다생명은 따뜻하다죽는다는 건 차가와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 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 역사 속에서의 인간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 바람과 해류 전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연결되어 있다,부디必..

채식주의자 한강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한강/창비/275쪽/초판1쇄2007.10/개정판 55쇄 2024.11/읽은때. 2025.2.16~2.18한강(1970~ )2024년 노벨문학상수상--차례--채식주의자(화자:영혜의 남편)채식을 결심하고 냉장고의 육류와 해산물을 모두 버렸다.남편의 질책이 먼저 날아왔다.언니네 집들이날 온 가족이 모인 데서 육식을 거부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아버지에게 뺨을 두 차례 맞고 아내는 손목을 칼로 긋는다. 집안은 발칵 뒤집히고 아내는 병원으로 실려간다. 거기서 또 환자복 상의를 홀랑 벗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분수대에 앉아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모두 아내를 정신병자 취급한다.그녀의 손에서 떨어진, 죽은 동박새 한 마리.(읽는 동안 작가가 '그녀'인 것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소설을..

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한강 장편소설/창비/215쪽/2014.5초판1쇄/2014.11초판128쇄/읽은 때 2025.2.13~2.15(반 년 만에 초판 128쇄라니! )--차례--1장 * 어린 새(주인공 '너'를 작가가 관찰하는 시점)(12~13)몸이 죽으면 혼은 어디로 갈까, 문득 너는 생각한다.얼마나 오래 자기 몸 곁에 머물러 있을까./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17)(너는 친구의 시신을 찾으러 상무관 강당에 갔다가 거기서 바쁜 일손을 돕게 된다.)시신을 확인하고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소년은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 놓는 것이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차인표 장편소설/240쪽/해결책/초판1쇄 2021.11/초판9쇄2024.9/읽은 때 2025.2.10~2.11**해결책사 출판 이전에 2009년 출판한 적이 있으나 절판되었음--차례--1.1931년 가을,백두산호랑이 마을과 잘가요 언덕에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나타났다.(백두산호랑이,풍산개,제비, 코흘리개--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친근한 것들)촌장네 집을 방문한 황포수와 용이--용이는 거기서 촌장님의 손녀를 만납니다. 나무를 지게에 한짐 메고 오는 열한 살 순이--(26)호랑이마을 촌장님의 말씀:"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

영화 <골든 에이지>

최근에 가장 영화 같은 영화를 보았다. 1시간54분 /2007년 11월 국내개봉주연 *케이트 블란쳇(엘리자베스여왕), *제프리 러쉬(프란시스 웰싱햄), *클라이브 오웰(해적 월터 라일리)(아카데미 의상상 수상)엘리자베스 1세 여왕시대의 드라마틱한 역사가 웅장한 배경음악,서사적인 화면,16세기 영국 왕실의 화려함이 극에 달한 의상들,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 시적인 대사,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줄거리 전개가 관객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엘리자베스(1533~1603)향년70세(종교적 갈등)1585년경 개신교도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카톨릭 교도들을 미신숭배자 취급하여 억압했다.그러나 여왕의 태도는 분명했다."신앙 때문에 국민을 벌할 순 없소, 행동이 없는 한--- 영국의 국민들은 날 사랑해. 난 좋은 통치로 ..

<화> 틱낫한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지혜)틱낫한 지음/최수민 옮김/명진출판/231쪽/1판1쇄 2002.4/1판 166쇄 2009.12/읽은 때 2025년 2월1일~2월9일7년 만에 166쇄라니~~'화'를 풀 길이 없어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엄청 많았나 보다.이 책이 조용히 서가에 잊혀진 채로 있었던 걸 보면 십중팔구 전에 읽었지 싶다.깔끔하게 내용을 정리해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앞으로 화낼 일이 별로 없을 테니(?) 관찰자의 입장에서 화가 났던 상황들과 담담히 마주하고 싶다.틱낫한(1926~2022 향년 96세)베트남의 승려이자 시인/평화운동가/1960년대에 '참여불교'를 주창,사회문제에 적극 참여/1980년대 프랑스에 *플럼빌리지를 세움/*플럼빌리지는 '..

<다시 보는 영국사> 찰스 디킨스

정치판은 泥田鬪狗일 뿐이라는 선입견(?)으로 그쪽은 敬遠視하고 살았는데, 계엄령 이후 뉴스 시간을 도배하는 건 그와 관련된 사건뿐이니 자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얼마전, 영화 검색을 하다가 의 작가 토머스 모어의 전기를 다룬 를 보았다.대법관이자 재상이었던 그가 왕(헨리 8세)의 비위를 거슬렸다고 해서 한순간에 지위를 박탈당하고 참수형에 처해지는 걸 보니 생판 남의 나라일 같이만 보이지 않았다.헨리 8세 관련 영화를 찾다가도 보고 까지 보며 새삼 영국사에 흥미를 느꼈다.허구가 아닌 역사서로, 600여 페이지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무척 흥미로웠던 찰스 디킨스의 를 다시 보았다.[찰스 디킨스(1812~1870) 58세]이제 봐도 흥미로운 건, 찰스 디킨스가 가장 높이 평가한 왕과 가장 악평한 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