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24

이름 모를 꽃

여행길에 절간 마당이나 담장이 낮은 시골집 장독 가에 또는 앞마당 화단에서 많이보던 꽃이었습니다.그런데 작년 여름 우리 동네 골목길 입구에서 이 꽃을 만났습니다.오가는 사람들 보라고 동회에서 설치해놓은 건지 앞집 가게 주인이 건사하는 건지 모르는 커다란 돌 화분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보시시 아슴하게 골목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욕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뿌리 캐다가 집안에 들여 놀까?그러다가 그만 바쁜 생활 속에 흐지부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그런데 올여름 다시 이 꽃이 생각나 그 자리를 눈여겨보았습니다.누구의 손길이 닿았는지 작년 보던 그 꽃은 온데 간데 없고 엉뚱한 꽃이 그 자리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낭패감으로 발길을 멈추고 맥없이 서서..

뜰에 찾아온 해바라기

씨앗을 뿌린 적도, 심은 적도 없는데 요상한 놈이 뜰에 뿌리를 내렸다. 십중팔구 잡초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줄기를 키우고 잎새를 내는 모양이 범상치 않아 기다려 보았다. 키가 1m쯤 크더니 드디어 노란 꽃잎을 낸다. 틀림없는 해바라기다. 불꽃같은 이파리가 둥근 모양을 만들더니 그 안에 가지런히 접혀있던 꽃잎이 하나하나 일어서면서 해바라기가 완성된다참나리 키는 2m가 넘는데 해바라기는 겨우 1m 정도~ 참나리는 해바라기의 보디가드. 내 의도와 상관없이 해바라기도 키우고, 딱새 집도 지어주신다, 가없이 크고 깊으신 그분은~~ 이파리는 거의 절반을 벌레에 내주고도 잘만 큰다 비를 맞으면서 완전 개화정체 모를 벌레가 꽃잎마저~~

백일홍, 6월에서 10월까지

여름이면 시골마당에 색색으로 가득 피어 시선을 잡곤했던 백일홍-- 왜 도시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을까? 손녀에게 꽃이름 하나라도 가르쳐 줄 양으로 백일홍 씨를 사서 부엌쪽 창가 바깥 수도가 있는 곳에 손녀와 함께 꽃씨를 뿌렸다. 한참 뒤 잎이 올라오는 걸 보니 백일홍이었다. 대문앞에 심은 채송화가 한 포기도 올라오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칠월 들어 꽃이 한 송이, 한 송이 피기 시작했다. 한 줄기에서 올라오는 꽃이 색깔도 가지가지인 게 신기했는데 꽃잎도 홑잎, 겹잎이 함께 피어난다. 한 부모 뱃속에서 나온 여러 자식들이 성격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인 것과 비슷하다. 건너편 금화규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져 버려 아쉬운데, 백일홍은 문자 그대로 100일까지 가려나, 그 花期가 길어서(6월~..

참나리, 칠월의 꽃

이 땅에 자생하는 나리 중의 으뜸, 참나리가 개화를 시작했다. 소나무 곁에 터를 잡고 봄부터 싹을 내기 시작해서 두 대가 나란히 2m까지 족히 자라더니 엊그제 첫 꽃망울을 터트렸다. 밑동부터 피기 시작해서 30 송이 가까이 차례차례 피어날 예정이다. '순결, 깨끗한 마음'의 꽃말을 지닌 참나리는 '참'자가 들어가서인지 우리 민족과 닮은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과 햇빛 속에서 긴 시간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 웬만한 비바람에도 줄기가 기울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그 날카로운 잎을 펼치고 마침내 묵직한 꽃망울을 키워냈다.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철조망이 있다. 군부대 철책이 연상되는 저 철조망을 걷어달라고 옆집에 부탁을 해 보았다.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우리집 담 뒤로 해서 도둑이 자기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