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겨울 9

폭설

폭설--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눈이 좆나게 내려부렀당께!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축사 지붕도..

떠난 친구를 그리며

지난 달말 설밑에,  인사도 없이 홀연히  떠난 친구가 문득 떠오릅니다. "나 이제 내뜻 대로 한번 신나게 살아 볼 거야, 너희들이랑 여행도 실컷다니고~"그런데 어느날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후 병원을 드나들기 3년여~~영안실 입구에서 사진으로 만난 그녀는 묻는 듯했습니다.'이거 뭐야? 왜 내가 여기 걸려 있는데? '그날 밤부터 사나운 바람이 몰아치고 폭설이 내렸습니다. 원통해서 떠나기 싫어하는 그녀의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동백 피는 날--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