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76

시)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겪어보면 안다--김홍신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목마름에 지쳐 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걸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적은 게 행복인 걸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읽어보면 안다, 늙은 뒤에라야 곰삭은 글이 나온다는 걸김홍신(1947~ )건대 국문과제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동창 카톡방에서 옮겨옴

사는 이야기 2025.02.14

개나리는 장미꽂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아, 길고 지루한 겨울의 끝이 보인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머잖아 온천지에 노란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천지를 환히 밝히며 봄의 축제를 시작할 것이다.산수유, 복수초, 영춘화, 민들레, 개나리--이라는 영화에서 한 소녀의 말이 생각난다.가난하지만 영특한 어린 소녀에게 조선탐정이 질문한다.-넌 뭐가 되고 싶니?-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요.그러나 얼마 뒤 소녀가 말했다.-전 '꽃'이 될래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잡초라고 밟히지도 않고---논어 맛보기(1) 金聖基교수우리나라는 500개가 넘는 종교를 가진 나라다.그러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크게 분쟁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다.가족들 간에도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도 큰 충돌 없이 잘 지낸다.신부님이 부처님 오신 날 ..

사는 이야기 2025.02.09

멕베스의 아내

어느 수업 중에 있었던 해프닝입니다.그날은 셰익스피어의 를 교재로 하고 작품 감상 나누기를 했습니다.선생님이 나눠준 설문지를 보고 거기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인데화제는 '멕베스의 아내'였습니다.왕을 살해한 동기는 세 마녀의 예언이었나, 아내의 부추김이었나. 멕베스의 야심이었나 하는 것이었는데,덩치 좋고 아는 것도 꽤 있어 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자고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하고 입을 떼는 순간,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언성을 높여 상대방의 말을 끊었습니다."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두 사람은 큰소리로 티격태격하는데 주위에서 말려도, 선생님이 끼어들어도 좀처럼 잦아들 기세가 아니었습니다.회원들은 임시 휴식시간에 들어갔고 여자도 밖으로 나갔습니다."얘기를 끝까지 들..

사는 이야기 2025.02.04

시네마 친구들에게

2025년 1월 15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공수처에 의해 체포되던 날--경호원들은 그를 지켜주지 않았고 그 한 사람을 잡아가려고 4000명의 수사관과 경찰이 동원됐습니다.SS) 시네마 친구들에게~마음이 무거워 이번 달 모임은 쉬겠습니다. 미안합니다.KJ)그래 잘 생각했어요KJS)동감입니다.네~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현명한 결정이요. 친구들 心身 잘 다스립시다요.JS)네~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WS)친구들을 위해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여사에게 감사합니다 HS)우리의 마음이 하나임을  감사합니다.YH)모두에게 동감입니다.그러나 우리 희망을 잃지는 맙시다. 다시 화이팅해야겠지요.그동안 몸과 마음의 버거움을 조금은 벗고 다시 만나요.SS)함께 보고싶었던 영화,유튜브 영화에서 2000원에 대여해 줍니다. 상..

사는 이야기 2025.01.18

연하장 유감

**2024년12월 29일 써니)나는 설레는 맘으로 올린 이 연하장에 왜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사실 대니가 요새 AI를 배우길래 내 전용 연하장을 부탁했어~~ 그런데 이 친구들이 카드를 보면서 이브를 유혹한 뱀(사탄)을 떠올렸나?내가 하느님을 멀리하고 사니까~~ 뭐 그런 생각이 다 드네.임이)을사년(乙巳年) 새해 연하장?새해가 푸른 뱀이라 하더구먼 혀를 날름대는 푸른뱀 보니 징그런 생각부터 떠올랐어누가 연상도 되고~~새해 축복을 빌어주는 말이 헐 낫지 않을까?그러고 보니 남편이 뱀띠인데 한 번도 살면서 뱀과 연관시켜 살은 기억이 없네무안 제주항공 사고로 넘 넘 충격이 크다 총리 대행의 대행도 그렇고~~사고로 인해 순간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날벼락 맞은 가족들은 또 ..

사는 이야기 2024.12.29

스페인 내란의 실상

주말마다 여기저기서 "내란수괴 잡아넣어라" 외치며, 겨울 찬바람도 개의치 않는 저 촛불부대를 보며, 85년 전 지구 저쪽 끝에서 일어났던 '스페인 內亂'의 실상이 궁금해졌다.의 2부는 스페인 내란 당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곳을 방문하여, 처절하고 끔찍한 실상을 기자의 시각으로 있는 그대로 전한 글이다.*스페인 내란:1936.7.17~1939.4.1세계사에 오점을 남긴 '스페인 내란'은 피카소의 로 상징된다.히틀러, 무쏘리니까지 거들었어도 마드리드 점령에 실패한 프랑코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場이 서는 날, 느닷없이 히틀러의 최신무기 하인켈111을 공중에 투입, 융단폭격으로 게르니카를 피바다로 만들었다.이때 쏟아부은 폭탄이 30여톤이었다.인간의 뼈까지 녹이는 소이탄도 사용되었다. 작은 농촌 마을에서 한순..

사는 이야기 2024.12.23

첫눈 오는 날

첫눈 오는 날곽재구사랑하는마음이 깊어지면하늘의 별을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새들이 꾸는 겨울 꿈같은 건신비하지도 않아첫눈 오는 날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사랑하는마음이 깊어지면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노래하는마음이 깊어지면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사는 이야기 2024.11.27

늦가을, 쓸쓸한

대학로의 플라타나스 아름드리 줄기가 오랜 시간 風雪에 하얗게 알몸을 드러낸 채 서 있다, 자작나무도, 백송도 아니면서~~시내버스에서 나지막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헐렁한 버스 속에서 가슴에 스며드는 노래가 생뚱맞으면서도 감미롭다.마른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작은 잎새 하나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우리들의 사이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요.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좋은 날엔 시인의 눈빛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그 옛날의 사랑얘기를......좋은 날엔 시인의 눈빛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아름다운 사연들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뚜루루루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시인..

사는 이야기 2024.11.14

보건소와 가을 하늘

2024년 9월27일 금 보건소 구강내과에서 불소치료를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스켈링을 받았구요. 두 가지 다 무료입니다. 전 65세가 넘었으니까요. 병원은 환자들로 달박달박하는데 보건소는 한산하기만 하네요. 웬 직원들은 그리 많은지, 전직 대통령이 공무원 수를 많이 늘렸다더니 그들을 보니 실감나네요. 구강 내과 치료도, 의사선생님은 한켠에 계시고 스켈링과 불소치료는 간호사가 하더라구요. 국군의 날을 앞두고 광화문 하늘에는 비행기가 굉음을 내고 휙휙 날아다니고 찻길은 꽉 막히고 가을하늘은 아가들이 재미있어 할 법한 구름 몇 장 띄워놓고 한가롭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뭔가 마음이 불편한 것은 왜일까요?

사는 이야기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