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장어집 평양 장어집 광장시장 골목 안에 ‘평양장어’집,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작은 간판이 조등처럼 걸려 있는 집 어두컴컴한 가게 안에서 아지매가 피 묻은 손으로 장어를 뜨고 있다, 17년째 장어장사에 손끝이 아직도 서툰 -1키로만 주세요 다섯 마리가 올라왔다. 송곳같은 걸로 대가리께를 콱 찌른다.. 글사랑방/자작시 2010.04.28
어느 시인의 넋두리 *어느 시인의 넋두리* 나는 바보 천치다 못 하나 박을 줄 아나 팔십 평생 은행이 뭐 하는 덴 줄 아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전철도 탈 줄 모르니 석 달 앓고 떠난 아내 천사 되어 지금 내 가까이 떠돈다 부실한 나는 남고 튼실한 아내는 먼저 갔다 남아서 깨달아지라고. 헤어짐은 헤어짐이 아니야 만남의 또 .. 글사랑방/자작시 2010.04.28
장봉도에서-망둥어를 낚으며 망둥어를 낚으며 밀물 때를 기다려 바다로 들어선다 곰실대는 갯것들의 둥지 무너뜨리며 매끌매끌 갯벌 위를 걸어간다 거꾸로 선 물음표 끝에 갯지렁이 몸뚱이 공양하여 깊은 물속으로 내려가니 이내 발등을 차거나 뒷다리 톡톡 건드리며 망둥어들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열 마디 낚싯대가 찰랑 찰랑.. 글사랑방/자작시 2010.04.12
몸 감 옥 몸 감 옥 축복이다 은밀한 그곳까지 무심코 손이 닿는 건 구부리고 낯 씻을 수 있으니 더더욱 발가락 하나하나 내 손으로 닦을 수 있다는 건 일상의 기적이다 중심에 병 깊어 내 몸 스스로 들어올리기 우주보다 힘들 때 (2004. 7. 9) **그놈의 ‘개님’ 때문이다. 녀석이 비만 부슬부슬 오면 강아지 때 생각.. 글사랑방/자작시 2010.04.12
입춘의 문 입춘의 문 겨울 숲으로 오지 않겠느냐고 겨우내 웅크린 내게 그가 물어왔다 태백 줄기에 눈 덮고 엎드린 청태산 낙엽송 통나무집에 누워 마음 문 삐걱 열어 그를 들여 놓는다 갑옷 두른 전나무 소나무들 파랗게 언발 녹이려 바짝 끌안고 계곡의 잔설들 한나절 햇살 속에 녹다 말다 개울가에 빛나는 댓.. 글사랑방/자작시 2010.04.12
욕지도 일주도로 욕지도 일주도로 --통영 항에서 뱃길 32km 남해 바다 끝섬 <欲知島> 일주도로를 가다 (길 이름이 낭만적이고 예사롭지 않아 시심이 일었다) 어느 시인이 그 마음 자국 남기고 간 길들인가 대구지길 지나는 길 샘터에 고인 물로 목울대 적셔내고 솔구지길 타박타박 벼랑 끝 솔밭에서 땀들인 후 자주꽃.. 글사랑방/자작시 2010.04.12
봄 밤의 향기 봄밤의 향기 어느 부드러운 숨결인가 나를 이끄는 기척 있어 뜰에 나서니 희미한 어둠 속 잔물결 치는 희고 고운 손들 물안개 피어나듯 뜰 안 가득 번지는 봄밤의 매화 향기 (2010. 4. 11 일) 저 푸른 봄하늘이 배경이 되어 주지 못했더라면-- 매화꽃 나무 아래 매향에 취하는 이 모두 행복하다 글사랑방/자작시 2010.04.11
쭈 까 쭈 까 맑은바람 아들 셋 딸 셋 묵정밭에서 길러내어 제가끔 꽃 피우고 열매 맺어 한시름 내려놓을 즈음 캐나다 딸이 보내준 비행기표 받아 캐나다로 날개 달고 가신 어머니, 지상낙원이구먼! 얘야, 나 여기 살란다 맏아들에게 이민 수속 부탁하고 하늘 땅 맞닿은 곳 누비며 훠얼훨 다니셨다 사흘만 고.. 글사랑방/자작시 2009.06.10
인스턴트 시대 인스턴트 시대 맑은바람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 좋다 게으른 사람에게 더욱 좋아 일부러 장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 오다가다 생각 나면 불쑥 동네 마트로 간다 새벽 이슬 맞은 골푸른 샘물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정수기에서 쭈루룩 따라 쓰면 그만이니까 푹 삶거나 한나절 고아내지 않아도, 파 마늘 .. 글사랑방/자작시 2009.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