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가을

대니생일날--용문사

맑은 바람 2021. 10. 7. 17:28

지난 토요일 가족모임에서 미리 생일상을 차리긴 했는데 막상 당일에 그냥 넘어갈래니 섭하구먼~

그래서 오랜만에 용문사나 가 보자고 대니에게  나들이를 제안했다.

전철 안에서 펼쳐지는 바깥풍경을 바라본다. 아직 단풍이 찾아오기엔 이르지만 비온 뒤라 푸르름이 무척 싱그럽고 좋았다.

용문역에 내리니 예상대로 식당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적극적인 사람이 차지한다고, 불쑥 명함을 내민 사람을 따라가서 차에 올랐다.

<황해식당>

더덕정식을 시켰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인지 몹시 시장하던 차에 밑반찬으로 나온 나물들이 12가지 정도 되는데

죄다 맛있었다. 대니는 역시 된장찌개 맛이 최고라고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다.

 

오후 5시 전에 오시면 용문역까지 다시 모셔다 드린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부르니 마음의 여유도 생겨 천천히 도랑물 소리를 벗삼아 1km 남짓한 길을 걸었다. 

계곡의 물도 불어나 흰거품을 일으키며 기운차게 흘러내렸다.

물가엔 무슨 소원들이 그리 많은지 유난히 소원탑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용문사의 상징인 1100년이 넘은 은행나무에 인사드리고 대웅전 앞에 섰다.

"엄마한테 초 하나 올리고 싶은데--" 하니까,

"그러자"하며 대니는 분홍색 연꽃 모양의 초를 한 대 사서 지장전 앞에 올렸다.

'사위 생일에 인사 받으니 엄마, 기분 좋으시지?'

나도 기분이 좋아서 동생하고 오빠한테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보냈다.

"효도하셨습니다" 오라버니한테서 바로 답신이 왔다.

맘껏 여유 부리며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에 빠져 있다 시간을 보니, 식당차 출발 30분도 안 남았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한손에 쥐고 있던 우산을 콕콕 찍어가며 사타구니에 불나게 서두르니 멀찌감치 뒤에서 따라오던

영감이 한마디 한다.

"당신 무릎 아프다는 사람 맞어?"

 

 

 

 

 

 

 

 

 

 

 

 

 

 

 

 

 

 

 

 

 

 

 

 

 

 

 

20211007
대니생일이다.
지난 토요일 미리 생일파티를 거하게(?)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섭해서 용문사나 갔다오자고 했다.
용문역에 미리 대기 중인 식당차를 타고 어렵지 않게 용문사 입구까지 가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들어간 황해식당은 밑반찬으로 나오는 나물들도 다 맛있지만 대니는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두어 시간 후에 식당차로 다시 용문역까지 태워다 준다니 여유있게 용문사로 들어갔다.
산책하기 딱 알맞은 거리--
대니는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은 용문사에 감탄한다.비온 뒤라 계곡의 물도 좋고, 1100년이 넘은 은행나무도 좋고, 비안개가 모락모락 이는 산세도 좋고--어머니를 위해 지장전에 연꽃초를 봉양했다. 사위가 자신의 생일에 장모님께 드리는 촛불공양이니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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