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사유로 이 일 저 일에 얽히고설키다 보니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메일을 보내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바쁜 일과를 쪼개서 책상머리에 앉아, 설거지도 미뤄두고 식탁 앞에 앉아,
수첩을 펴놓고 돋보기를 코에 걸고, 너무 획일적인 편지는 또 왠지 성의가
부족한 것 같아서 하나하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분부분 내용을 달리해서
이메일을 보내고 또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새 문서 앞에서 또는 휴대폰의 메시지 보내기를 열어 놓고, 어떤 문구를 써서
친구의 감성을 자극할까(?) 고심도 해가며 오직 그 순간만은 소식을 받을 이만을
생각하며 마음을 모은다.
잠시 후 사연을 담은 문자들은 홀연히 섶벌처럼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그때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몇 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열어보기도 하고
받은 편지함을 들여다본다.
수고한다는 말과 함께 바로 응답을 보내오는 친구들 몇이 꼭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꿩 구어 먹은 소식--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 메시지가 들어가지 않은 걸까,
주소가 잘못되어 편지가 엉뚱한 데로 간 걸까,
답변을 해 줄 수 없을 정도로 몹시 바쁜 걸까?
또 그 흔한 문자 메시지겠거니 하고 들여다보지도 않고 삭제한 건 아닐까?
바뻐 죽겠는데 한가하게 답장할 새가 어딨어?
-온갖 상상들로 마음이 뒤숭숭해지며 서서히 울적해진다.
한창 젊었을 때, 방학 때마다 아이들로부터 오는, 그야말로 ‘우표딱지 붙인 편지’가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들던 때 -무심해서, 혹은 다 그렇고 그런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때 목 빼고 기다리다가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우체통을 들여다보았을,
사랑스런 아이들의 얼굴이 이제사 떠오른다.
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래서 나는 지금 메시지나 편지가 오면 최대한 빨리 회신을 보낸다.
작은 내 마음을 꼭꼭 눌러 담아--
나이듦과 함께 점점 외로움의 벽이 두터워지는 이때 -
단 일분이라도 날 떠올려 주거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 주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해서 바로바로 마음을 보내는 거다.
떠난 후 소식 없는 내 마음이여, 어서 돌아오라.
짝사랑은 이제 그만!!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