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 지음/김욱동 옮김/민음사/298쪽/1판1쇄2020.8/1판18쇄2025.5/읽은때 2025.6.26~6.29
이디스 워튼:(1862~1937)향년 75세/ 미국 뉴욕 명문가에서 태어남/어려서부터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생활/학교 교육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음/1878년 16세에 시집 출간/1885년 로빈스 워튼과 결혼/1894년 신경쇠약으로 고생함/1차대전 때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활동 펼침/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음/1921년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이선 프롬>과 <여름,1916>을 통해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로 자리매김함/그밖에 <환락의집><암초>등이 있다./1913년 이혼/1937년 프랑스 베르사유의 고나드 묘지에 묻힘
김욱동:
외대영어과 대학원 졸업/미시시피대학 영문학 석사/뉴욕주립대 영문학 박사/서강대 명예교수/2011 한국출판학술상 대상 수상
***최근에 번역물이 나오기 시작한 걸까? 평생교육원 독서토론방 필독도서이기에 접한 책.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었다.***
(내게 讀書란 무엇인가?
時空을 초월하는 여행이다.
이제 발로 뛰는 여행의 빈도를 줄일 때가 되었으니 思考와 눈으로 하는 여행을 더욱 즐겨야겠지.
친구어머니는 100세까지 돋보기 없이 신문을 읽으셨다는데--
돋보기는 쓰더라도 나도 100세까지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
1
*노스도머Northdormer--북쪽으로 난 지붕창/황량하고 을씨년스런 이미지
(10-11)노스도머(공간적 배경)--한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로열변호사의 빛 바랜 '붉은집'에서 반대쪽 끄트머리의 하얀 교회에 이르기까지 마을 위 아래를 쳐다보면서 체리티는 매정스러울만큼 이 마을을 저울질했다.여기는 말하자면 비바람이 불고 햇볕에 그을린 언덕바지에 있는 마을로 남자들은 모두 떠나가고, 기차며 전차며 전신이며 현대 도시에서 삶과 삶을 이어주는 모든 시설과 동떨어져 있었다.상점도,극장도,강연장이나 상가지역도 없었다.다만 있는 것이라고는 도로 사정이 좋으면 두 주에 한 번씩 문을 여는 교회와 지난 이십 년 동안 새 책이라고는 한 권도 구입한 적이 없으며 낡은 책들마저 눅눅한 선반 위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도서관뿐이었다. 그러나 체리티 로열은 지금까지 노스도머와 운명을 같이하게 된 것을. 특별히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말을 늘 들어왔다. 그녀가 태어난 곳과 비교하면 노스도머는 가장 세련된 문명의 축복을 받은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어린아이 때 이 마을에 온 뒤로 줄곧 마을사람들 모두가 채리티에게 그렇게 말했다.언젠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을 때 심지어 해처드 부인마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얘야, 산에서 너를 데려온 게 로열 씨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돼."
2
(채리티는 <해처드 기념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오늘은 낯선 남자가 찾아와서 싱숭생숭해서 일찍 문을 닫아 건다.)
(21)채리티는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데다 감각이 무뎠는데, 그런 사실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빛이며 공기,향기,색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몸 속에 흐르는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그녀는 손바닥에 투박스럽게 느껴지는 산자락의 마른 풀이며 얼굴을 짓누르는 백리향 냄새, 머리카락과 면블라우스 속을 스쳐가는 바람, 솔송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좋아했다.
채리티는 가끔 언덕에 올라와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풀밭에 뺨을 비비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혼자 그곳에 누워 있었다.그럴 때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뭐라 말할 수없는 행복감에 젖었다.오늘은 이런 행복감이 도서관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 때문에 더욱 컸다.
(로열씨의 뜬금없는 청혼에 채리티는 화를 내며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여자 하나를 집안에 들여놓자고 한다. 로열씨는 며칠 뒤 이 두 가지 청을 모두 들어준다.)
3
(도서관 근무를 태만하게 한다는 얘기를 전해 주는 로열 씨를 등뒤로 하고 도서관으로 달려온 채리티는 슬픔과 격앙된 감정으로 뒤죽박죽인데 이때 그 청년이 들어선다.)
4
(오해가 풀리고 하니는 채리티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5
(산에 사는 벌목꾼 리프 하이엇/사람들은 그를 경계하지만 채리티는 그를 허물없이 대한다.산에 관심 있어 하는 하니에게 채리티는 자기가 바로 그곳 출신이라 고백한다.)
6
(산에 사는 사람들에 관해 궁금해하는 하니에게 들려준 로열의 말 속에 채리티의 과거가 드러났다. 그의 아버지는 복역 중이었고 그 어머니는 살 대책이 없어서 그랬는지 로열 씨에게 선선히 어린 채리티를 내주었다. 옆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채리티는 굴욕감과 절망감에 빠져 방을 뛰쳐나온다.)
(74)하니와 마차 타고 집구경 시켜주는 날--밝은 햇살과 아름다운 아침에 취한 나머지 불행의 마지막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사랑이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78)산 위의 갈색집:(갑자기 폭우를 만나 하니와 채리티는 갈색 집안으로 들어간다.사람꼴이라 말하기 어려운 세 사람이 거기 살고 있다.잠시 비가 걷히기를 기다린다.채리티는 그 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듯했다. 한편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도 생각한다.)
(오늘은 6월28일,이틀 후면 칠월이다. 장마기라서인지 종일 햇볕 구경하기 힘든 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해가 구름 속에 있어 공기가 서늘하고 남서쪽 창가의 소나무가 선풍기 바람에 솔향기를 실어 날라 책상머리에 머물다가 동쪽창으로 빠져나가니, 책읽기에 이만한 날씨도 없다. 책이 좀더 짜릿하고 재미가 있으면 錦上添花겠건만!)
7
(채리티는 애너벨 볼치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로열 씨는 루시어스 하니에 대한 질투심으로 괴롭고--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은 하니를 찾아 해처드 부인 댁으로 향한다.거기서 여행가방을 펼쳐놓은 하니를 보게 된다.)
8
(작별인사를 왔던 하니에게서 비밀 쪽지가 전해졌다.)
(115)채리티에게
그냥 이대로는 떠날 수가 없어요.며칠 동안 크레스턴 리버에 머물 예정입니다.크레스턴 연못에서 나를 만나주겠어요? 저녁 때까지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9
독립기념일에 네틀턴으로:
하니는 채리티를 안내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석브롯찌도 사주고 영화도 보고 마차로 호숫가 산책도 했다.
(우리도 都農 격차가 심했을 당시,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시골사람들에게 환상을 불러 일으켜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꽃을 피우게 했거나 짝사랑의 아픔을 남기기도 했다. 전도연의 <내 마음의 풍금>,황순원의<소나기>영화 <섬마을 선생>등이 그런 사연을 담은 작품들이다.)
10
(하니와 채리티는 호숫가에 도착해서 보트를 탔다.그곳 호숫가에서 휘황찬란한 불꽃놀이도 보았다.첫키스도 나누었다.거기서 술집 여자들과 어울린 로얄 노인을 보았다.그는 채리티에게 거침없이 "갈보년!"이라고 내뱉었다.)
11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려고 짐을 싸서 산을 향해 갔다. 가는 도중 전에 봐왔던 廢家에서 하루 묵을 생각으로 있는데 뜬금없이 자전거를 탄 하니가 나타났다. 채리티는 전에 로열 영감으로부터 받은 모욕적인 행동을 하니에게 다 이야기한다.하니는 아무 말 없이 채리티를 끌어안는다.
12
8월 말/해처드 부인 집/노스도머 마을의 '고향맞이주간' 행사/행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마을 사람 손으로 만들고 있음을 부인은 자랑스러워한다./읍사무소에 세울 무대는 하니의 손으로/둘은 폐가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13
고향맞이주간 행사날--
채리티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즐거운 나의 집'을 불렀다.
(175)채리티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기뻤다.처음으로 은밀한 황홀감이 몸 속에서 터져 나와 이 세상을 향해 도전의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핏속의 모든 빛이며 여름날 대지의 숨결,숲의 살랑거리는 소리, 해가 뜰 무렵 새들의 싱그러운 노랫소리, 사색에 잠긴 듯한 한낮의 나른함이 우렁찬 합창에 이끌려 그녀의 미숙한 목소리로 바뀌는 것 같았다.
(캐리티가 두리번거리고 찾던 하니는 애너벨 볼치 양과 나란히 다정스레 앉아 있고 그를 본 채리티는 심한 통증을 느끼며 로열 씨 발 밑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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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씨가 폐가로 직접 찾아왔고 그는 채리티를 산에서 데려오지 말 걸 하는 말을 뱉았다.
하니는 한두 달 이곳을 떠났다가 돌아오겠다고,그때에 결혼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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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196)채리티는 단 한 번도 하니와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채리티는 마음 속에서 그런 생각을 없애 버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아예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만약 미래를 생각했다면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강이 너무 깊고, 두 사람의 열정이 그 강에 가로질러 놓은 다리는 무지개만큼이나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채리티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앞일을 내다 보지 않았다.너무 풍요로운 하루하루가 그녀를 사로잡았다.----지금 그녀는 처음으로 모든 게 달라진 것이며 자신도 하니에게 다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독립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대신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될 테고, 그는 그녀가 모르는 일들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채리티는 너무 자만하여 두렵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은 한풀 꺾였다.---
(어느 날 친구 앨리가 바느질감을 가지고 와, 하니와 볼치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앨리가 수선 중인 볼치 양의 블라우스를 찢어버렸지만, 후에 채리티는 하니에게 체념이 담긴,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선수를 치는 편지를 쓴다.당시만 해도 아무리 젊고 예뻐도 시골의 무지랭이와 도시의 세련남의 결혼은 그림의 떡이었나 보다)
(203)"만약 당신이 애너벨 볼치와 결혼을 약속했다면 그녀와 결혼했으면 해.당신은 그 일로 내가 몹시 가슴아파 할 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나는 당신이 옳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야"---당신을 사랑하는 채리티
(후에 채리티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한다.그러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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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을 향해(가을)
(218)지금 채리티에게는 죄의식이 없었지만 무례한 시선으로부터 비밀을 보호하고, 마을의 준엄한 규범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다.그런 충동은 구체적인 생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다만 아기를 구하고, 어느 누구도 그들을 괴롭히려고 찾아 오지 않을 어딘가에 아이와 함께 숨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뿐이었다.
(산[햄블린]을 오르다기 어지럼증을 일으켜 주저앉아 있는데 리프 하이엇과 마일스 목사가 거기 나타난 게 아닌가.지금 채리티 어머니(메리 하이엇)가 임종이 가까워져 목사와 사내는 그리로 가는 중이란다. 일단 편하게 그곳까지 갈 수 있어서 좋으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229~234)장례식
(마일스 목사가 낭독하는 성경귀절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린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 것이요----비록 내 벌레가 내 몸을 파 먹은 뒤에도 내 육신에서 하나님을 뵈올 것이며---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으므로 아무것도 가지고 떠날 수 없으리로다--
--사람은 걸어다닌다고는 하지만 그 한평생이 실오라기 그림자일뿐 재산을 늘리는 일조자 모두 허사이로다. 장차 그것을 거두어들일 사람이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로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잠든 사람들의 첫 열매가 되셨으니---보라, 너희에게 비밀을 하나 보여주리니. 우리가 다 잠들 것이 아니라 다 변화할 터인즉, 마지막 나팔이 울릴 때 눈깜빡할 사이에 홀연히 그렇게 되리니---죽은 사람은 썩어 없어지지 않을 몸으로 살아나고, 썩을 몸이 썩지 않을 것을 입어야 하고, 죽은 몸이 죽지 않을 것을 입어야 할것이로다.썩을 이 몸이 썩지 않을 것을 입고, 죽을 이몸이 죽지 않을 것을 입을 그때에 이렇게 기록한 성경말씀이 이루어지리다.죽음을 삼키고서 승리를 얻었노라.--
(하관하는 동안의 성경 봉독)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그 사는 날이 짧은 데다가 그 생애마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피었다가 곧 시드는 꽃과 같이 --그림자같이 사라져서 멈추어 서지를 못하여--그러나 가장 거룩하신 우리 주님, 오 가장 전능하신 주님, 오 거룩하고 자비로우신 구세주여, 우리를 영원한 죽음의 고통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자비롭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여기 죽은 우리 자매의 영혼을 기꺼이 맡아 주시므로 우리는 그 시신을 땅에 묻노라.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고, 재에서 왔다가 재로 돌아가며,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가나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분은 놀라운 역사에 따라 영광스러운 당신의 몸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더러운 육신을 변화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자신에게 복종시키시는---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그리스도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마지막 삽의 흙이 시신 위에 떨어진 뒤 다같이 주기도문을 왼다 )
(목사는 떠나고 채리티는 산에 남는다.)
17
(237)지금까지 살면서 채리티는 가난과 불행을 보아왔다.그러나 가련하고 검약한 호스 부인과 부지런한 앨리가 궁핍에 가장 가까운 생활을 하는 마을에서도 이 '산'에 사는 농부들의 짐승 같은 비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240~242)눈뜨는 모성애:
(산에서 하룻밤을 자고난 채리티는 아이를 이런 곳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242)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채리티는 바람에 날려 스쳐가는 엉겅퀴의 관모처럼 뿌리가 없는 느낌이었을 것이다.아이는 그녀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짐이면서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잡아 주는 손과 같았다.
(산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차를 탄 로열 씨가 나타났다. 그는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돌아온 탕아를 대하듯 부드럽게 대해 주었다.그리고 로열씨가 이 추운 날 여기까지 오려면 새벽에 집에서 출발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243)"처음 너를 데리러 왔을 때도 꼭 오늘처럼 이렇게 눈이 세차게 내리고 있었지"
그러고 나서 혹시 자기 말을 지난날의 은혜를 상기하는 말로 받아들이지나 않을까 싶어 곧 이렇게 덧붙였다.
"글쎄다, 넌 그 일을 잘한 일이라고생각할지 잘 모르겠다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채리티가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채리티는 말로만 듣던 산사람들의 실상을 목격하고는 그들과 섞여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더구나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
(246)"채리티, 지금껏 함께 살면서 우린 서로에게 불쾌한 말을 해왔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그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어. 하지만 난 너에 대해 한 가지 감정을 느낄뿐야. 네가 그러자고 하면 우린 시간에 늦지 않게 기차를 타고 곧장 목사관으로 갈 거야. 네가 집에 돌아올 때엔 로열 부인이 되어 돌아오는 거고."
(247)"너한테 정말 필요한 게 뭔지알고나 있어? 내가 말해 줄게. 집에 데리고 가 보살펴 주는 거야.내 생각으론 그 말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니예요---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충분하지 않다고? 자 한 가지 더 말해 주지.내가 알고 싶은 건 말이다.네가 나하고 결혼할지 말지 뿐이야 그밖의 다른 게 있다면 너한테 그렇다고 말해 줬을 거야. 하지만 없어.내 나이가 되면 중요한 문제와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구별할 수 있게 돼. 나이가 들면서 얻는 유일하게 좋은 변화라고나 할까."
(일생에서 단 한 사람만 내 편이 되어도 인생은 살 만한 거라 했는데~~)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 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18
(249-250)채리티에게 찾아온 평화:
로열씨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침묵은 처음으로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그가 있는 곳이라면 온기와 휴식과 침묵이 있으리라는 것을 채리티는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게 다였다.채리티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이런 것들조차 점점 희미해졌다----.
(로열 씨는 채리티의 임신 사실도 알았을까? 그마저도 돌아온 蕩兒를 맞는 어버이 심정으로 받아들였을까? 로열 씨가 이름이 왜 '로열Royal(왕족)'인지 알겠다.)
--작품해설--(265~294)
<여름>은 1차대전의 와중에서 잠시 휴가를 보내는 중에 씀/미국의저널리스트 풀러턴과 사랑에 빠짐/<이선 프롬>과<여름>의 공간적 배경은 매사추세츠주의 버크셔 산악지방이고 스탁필드와 노스도머는 상상의 공간이다.
(272)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가 꿈과 이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시골에 남아 좌절을 겪는 과정을 다룬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태어나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는 것을 볼 때, 세상에 평등이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미국에서 태어나는 것과 소말리아에서 태어나는 것-어찌 평등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타고난 성격은 또 얼마나 삶에 큰 영향을 주는가. 이번 남도여행에서 새삼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느꼈다.)
(273)이디스 워튼이 쓴 모든 작품을 통틀어 <여름>처럼 에로틱한 소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는지 모르지만 20세기 초에 이 소설은 그야말로 선풍을 불러일으켰다.당시의 '점잖은 전통'을 가차없이 깬 것이다.
(285)절망을 느끼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없듯이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않고는 참다운 사랑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290)지리적이고 도덕적인 의미의 자연 옆에는 시냇물과 풀과 나무와 야생화가 자라는 대자연이 숨쉬고 있다.미국소설 가운데에서 <여름>만큼 자연을 풍성하고 생명력 넘치게 묘사하는 작품을 찾아보기어렵다.
(283)미국의 보봐리 부인--플로베르처럼 워튼도 성애와 그것에서 비롯하는 희열과 환희를 삶의 원동력으로 간주했다.워튼은 '삶이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라고 밝힌바 있는데 그렇게 슬픈 삶을 참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인간의 性愛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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