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기도 -서정주

맑은 바람 2009. 1. 15. 11:25

 

기도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같기도 하옵니다

주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워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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