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시오노 나나미 에세이/이현진 옮김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을 존경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남자들이여,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
작가가 어느 날 문득(?) 이탈리아로 건너가 27세에서 54세까지 로마를 연구하고 55세부터 70까지 매년 한 권씩 <로마인 이야기>를 쓴 사실은 나를 충분히 매료시켰다. ‘참, 사는 듯이 살았구나.’생각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려 했는데 마침 이 책이 손에 들어와 워밍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작가의 소재를 다루는 솜씨며 대상에대한 탐색의 깊이 등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시오노를 ‘건방지다’ ‘교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마도 단호하고 단정적이고 고급 취향을 마음껏 뽐내는 자세를 올곧게 받아들이지 못함 때문이리라.
그러나 나는 이런 작가가 좋다. 넘치는 자신감에서 오는 당당함 아닌가. 오로지 돈이 많고적음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이 시대에, 내면의 힘을 길러 늙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에 당당히 ‘남성론’을 펼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첫 장에 <스타일리스트>부터 들고 나온 작가는 이렇게 규정한다.
1.나이 성별 지위 경제력 윤리 상식에서 자유로운 사람
2.궁상스럽지 않은 사람
3.가슴이 따뜻한 사람
4.멋있는 사람
스타일 있는 사람-윈스턴 처칠
**<은그릇 찬양>과 <장인은 손과 판타지다>를 읽으며 그녀의 고급 취향과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멋에 감탄한다.
<성공하는 남자의 조건>
1.몸 전체에서 나오는 밝은(세레노) 빛을 발하는 남자
고뇌에 찬 인생에 햇빛 같은 사람, 그 옆에 가면 나도 기분이 밝아진다.
2.어둡고 검은 쪽으로 눈이 가지 않는 남자
뭐든지 부정적으로 보고 남의 결점만 보는 남자, 노우 굿!!
3.자기 일에 90% 만족하고 10% 불만을 가진 남자
두서넛만 모이면 직장 상사 욕하고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텐데 하면서 한눈파는 남자는 뻔해!
4.상식을 존중하는 남자
내가 상식을 넘어설지언정 평범한 사람들은 상식에 의존해서 사니까--
성공한 매력남-전 캐나다 수상 트뤼도
<매력 없는 남자>
매력 있는 남자 얘기는 뻔하고 매력 없는 남자 얘기가 재미있다.
1두꺼운 만화책을 전철 안에서 읽는 남자
책은 무겁고 내용은 그저 그럴 테니--
2.불안을 모르는 남자
자신감으로 포장한 위선자로 보여 정이 안 간다.
3.구차한 남자
일흔 넷에 열아홉 처녀에게 구혼한 괴테 같은 남자.
이 경우는 뻔뻔스러운 남자, 이기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내 마음의 사나이>
시오노가 좋아하는 배우 게리 쿠퍼-어디가 그렇게 좋은가 궁금해서 <하이눈>과 <마르코 폴로의 모험>을 봤다. 다른 사람 목 하나가 더 큰 꺽다리에 크고 선량한 눈빛, 절제된 말투-찰튼 헤스턴, 율 브리너가 진작에 내 마음에 없었더라면 충분히 반할만한 남자다.
<멋있는 남자가 되기 위한~> 어찌 보면 도발적인 제목이다. 이런 글은 진짜 ‘멋있는 남자’는 절대 보지 않는다. 늘 바깥 시선에 전전긍긍하는 이들이나 기웃거릴까? 그러나 나는 재미있게 읽는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여기 해당되나 상상해 가면서--
<멋있는 남자가 되기 위한 전술 10과 1/2>
1.자기 나이를 언제나 머릿속에 박아 둘 것
2.자기 나이와 공존 공영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할 것
3.억지로 젊은 척 하지 말 것
4.자연스러울 것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 절제된 웃음
5.어느 한곳에 포인트를 둘 것
장난기를 살린다면 여든의 나이에도 매력 발산 가능
6.사랑할 것
7.상냥할 것
8.청결할 것
9.피로해 보이는 것을 두려워 말 것
그래야 여자의 할 일이 생길 테니--
10.섹스는 아흔이 되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
(첨부) 똑똑한 척하는 여자가 쓴 남성론 같은 것은 읽지 말 것!!
<불행한 남자>
1.원칙에 충실한 남자
다른 사람의 처지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는 것은 불행해지고 싶지 않은 남자가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도 먼저 실행해야 할 과제
2.모든 것에 완벽을 기하는 완벽주의자
객관적 기준 없는 완벽을 남에게까지 요구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성을 무시하는 무지한 행위다.
3.나이 40에도 흔들리는 남자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자도 하루아침에 마흔이 되지 않는다. 30대를 어떨게 보냈는지에 따라 결과는 대단히 달라진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적어도 30대에는 확신은 못할지언정 결정은 해야 한다.
<여자의 본성에 대해>에서 답을 얻었다. 왜 여성 작가들이 주로 자기 얘기를 그렇게 소상하게 쓰고 싶어 하는지, 그런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고 경시 당하면서까지.-나체를 드러내려는 본성 때문이라니~
이 책을 ‘선물용’으로 산다면 어떤 연령층의 여자일까? 어쩐지 시오노의 ‘남자들에게’는 남자들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읽을 것 같다. 시오노를 아는 남자들이라면, 게다가 ‘독설가’의 일면을 알고 있다면 선뜻 집어 들게 되는 책은 아닐 듯하기에-- (2010.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