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이야기

뒤태가 닮았어요

맑은 바람 2021. 5. 9. 21:21

누굴 닮았는지 차 타는 걸 좋아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아가입니다. 그래서 할미와 할비는 시간만 나면 동네 놀이터며 공원엘 데리고 다닙니다.
지난여름, 막 22개월 지난 손녀와 할미는 집 가까이에 있는 창경궁으로 놀러 갔습니다. 임금님이 사시던 집도 구경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모래 장난도 했습니다. 춘당지에서 놀고 있는 잉어와 오리도 보며 느긋하게 걷고 있는 할미와 손녀의 뒤태가 어찌 저리도 닮았는지요? 부디 우리 손녀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훌륭한 예술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창경궁 춘당지를 손녀와 함께

애 보는 데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는 말이 있지요? 아기가 자라는 걸 보니까 그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22개월 된 우리 손녀는 할비 할미를 졸졸 따라다니며 뭐든지 흉내 내고 싶어합니다. 할미가 부엌에 있으면 곁에 와서 온갖 참견 다 하고 그예 음식을 쏟거나 그릇을 깨기도 하고 화초에 물을 주면 바로 저도 물뿌리개를 빼앗아 화초에만 물을 주는 게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을 쫓아다니며 물을 뿌립니다.

한번은 할비가 그린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그림 참 좋다~” 합니다. 그래서 “어디가 좋으냐?” 하니까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 하면서 평을 합디다. 그러면서 저도 붓을 달라고 하더군요. 신이 난 할비가 스케치북과 팔레트를 펼쳐놓으니 아주 진지하게 붓질을 하더라고요. 할비의 재능을 물려받아 훌륭한 예술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할비와 손녀 (2018년 8월)


━이 기사는 2019년 1월13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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