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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맑은 바람 2021. 6. 10. 21:45

헤밍웨이/시사영어사 편집국역/1996.1인쇄/225쪽/읽은 때 2021.6.5~6.10

헤밍웨이(1899~1961)
그는 지성과 문명의  세계를 속임수로 보고 가혹한 헌실에 감연히 맞섰다가 패배하는 인간의 비극적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힘있게 묘사한, 20세기 대표적 작가의 한 사람이다.
헤밍웨이의 문체는 형용사를 피하고 단문과 중문만을 늘어놓고 회화를 나열하여 감정을 동작으로 암시하는데 그치는, 이른바  hard-boiled 스타일로 숱한 모방자를 만들어냈다.

(책을 펼치니  25년 된 책에서 나는 습한 냄새가 끼쳐온다. 대학도서관 근로장학생 시절, 지하서고에서 근무할 때 그곳에서 익숙했던 냄새라 반갑기도 하고, 이 냄새가 일종의 곰팡이가 아닌가 싶어 꺼려지기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떠올라 우울해지다가도 책장을 펼치면 그 모든 것들이 잊혀지고 책 속에 몰입하게 된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자가 곁에 없으니 감사할 일이다. 책은 그래서 내게는 더할나위없는 치료제이자 변치 않는 벗이다. 황반변성이니, 녹내장이니 해서 책을 포기한 친구들도 많은데, 아직까지 내 눈이 책을 읽어낼 만큼 좋은 것 또한 감사할 일이다. 무얼 더 바라랴~)

(5)로버트 콘:프린스턴 대학의 미들급 권투 챔피언(유대인에 대한 편견 극복의 수단)수줍음이 많으나 친절하고 선량한 성격/스파이더 켈리의 수제자/책을 너무 많이 읽어 안경을 쓰게 됨/부친 쪽으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유대인 집안/모친 쪽은 가장 오래된 가문/결혼 5년만에 아이가 셋이나 됐는데 물려받은 유산을 다 쓴 후 아내는 바람이 나서 나가버렸다./이혼 후 캘리포니아로 이사, 잡지 출판에 손을 댔으나 적자로 어려워짐/그때 만난 여자(프란시스)와 파리로 가서 '나'(제이크)를 알게 됨/로버트는 그곳에 있는 동안 어머니의 경제적 지원을 받음
(영혼없는 대화들, 의미없는 만남과 헤어짐--독자는 점점 지루해진다. 이게 '하드 보일드체'라고?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는 1926년 그의  나이 27세 때 막 작가로 출범한 시기에 선보인 작품이라서인지 어설픈 느낌이 드나, 그로부터 26년 후인 1952년에 발표한 <노인과 바다>는 몰입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글이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36년6월출판
영화바람과~1939년제작발표
(문득, 책을 부지런히 읽고 알라딘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대학시절엔 헤밍웨이의 짤막짤막한 글이 좋아 번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이 좋은 원문을 만났는데 그냥 몰라라하다니!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짤막한 문장들을 외어야겠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혼잣말을 해본다.
'나 지금 헤밍웨이의 언어를 쓰고 있어!')

 

(115)브레트 애슐리:영국인/애슐리부인/귀족/이혼 수속 중/주인공 제이크도, 로버트 콘도  그리고 백작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여자/그녀는 마이클이란 부자와 결혼하고 싶어한다./그러나 마이클은 파산선고를 받게 되고 브레트는 투우사 로메로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행각을 한다./곤경에 처했다는  브레트의 전보를 받고 신나서(?) 그녀에게로 달려가는 제이크--
(영화로 만나면 볼거리가 많아 재미있겠다.  연애, 술, 낚시, 춤, 수영,여행--이 이 소설의 코드다.)
(125)제가 모든 일을 잘 즐길 수 있는 건 오래 살아왔기 때문이죠.
그게 비결입니다. 사물의 가치를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저는 항상 사랑을 하고 있답니다.--백작의 말
(193)나는 화가 난 웨이터에게 팁을 두둑이 주었다. 그것이 그를 흐뭇하게 했다. 사람을 기쁘게 하기가 이렇게 간단한 나라에 와 있는 것이 마음 편하게 느껴졌다. 프랑스에서는 만사가 이처럼 확실하게 돈에 기초를 두고 있다. 살기가 가장 쉬운 나라다.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면 약간의 돈을 쓰기만 하면 된다

(주인공의 이 생각이 과연 사실일까, 어느 단면만 보고 판단한 주관적인 생각일까?)
(225)마지막 문장:
"아,  제이크" 브레트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였다면 정말로 즐겁게 지냈을 텐데요."
"그럼" 내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소?"
(본문에선 알아낼 수 없는 것-제이크는 성불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