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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맑은 바람 2024. 12. 15. 22:08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지음/안미란 옮김/민음사/1판 1쇄 2010.6/1판 28쇄 2021.6/137쪽/읽은 때 2024.12.14~12.15

헨리크 요한 입센(1828~1906)

근대극의 선구자/노르웨이 항구도시 시엔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남/14세에 희곡을 쓰기 시작함/22세에 <전사의 무덤>이 공연됨/23세부터 베르겐국립극장에서 극작가,감독,연출자로 활동/덴마크와 독일 여행/30세에 수잔나 토레센과 결혼/36세에 이탈리아로 이주, 27년간 조국을 떠나 살았다/<브란>으로 큰 성공을 거둠/39세에 <페르 귄트>발표/그리그가 음악으로 만들어 유명해짐/독일과 로마에 머물기도 함/51세에 <인형의 집> 발표/1879년12월21일 코펜하겐에서 初演됨/71세에 마지막 작품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 때> 발표/오슬로에 돌아와 죽음

등장인물
헬메르 토르발 변호사
노라 그의 아내
랑크박사
린데부인
닐스 크로그스타드 변호사
헬메르 부부의 세 아이
안네마리 유모
하녀들
심부름꾼

배경:헬메르 부부의 집

"오늘날 사회에서 여성은 자기자신이 될 수 없다"--입센

한때 절친이었던 린데부인이 찾아온다.린데부인은 남편을 잃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앞에서 노라는 남편 자랑, 돈 자랑을 서슴없이 하며 행복에 겨워한다.
한술 더 떠서 남편이 한동안 건강이 나빠서 죽을고비를 겪었는데 노라 자신이 돈을 끌어들여 남편의 건강을 되찾게 됐다고 얘기한다.자금 출처에 관한 비밀이 있다고 넌지시 암시까지 하면서--
사실 노라는 남편회사직원 크로그스타드에게서 돈을 빌렸다.그런데 차용증 날짜를 조작해서 궁지에 처한다.한편 크로그스타드는 남편 헬메르에 의해 해고될 위기에 처해 있다.노라가 그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위조증서에 대해 눈감이주겠다고 한다. 노라는 남편한테 매달리다시피하며 크로그스타드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달라고 하나 헬메르는 우편으로 크로그스다드에게 해직통보를 한다.
(111~112)노라를 옭아맸던 차용증서:
헬메르) (크로그스타드가 우체통에 넣었던 차용증서를 꺼내 모두 찢어서 난로에 던지고는 불에 타는 모습을 바라본다.)
맹세하는데 나는 당신을 모두 용서했어. 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당신은 아내의 도리 그대로 나를 사랑했어.통찰력이 부족해서 수단에 대해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지.하지만 당신이 스스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다고 내가 당신을 덜 사랑할 것 같아? 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나에게 기대면 내가 당신에게 충고를 해주고 인도하겠어. 여자인 당신의 무력함이 당신을 두 배로 매력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나는 남편이 되어서는 안 될 거야. 당신은 내가 했던 심한 말에 얽매이면 안돼. 그건 내 위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갑자기 놀라서 한 말이야. 노라, 나는 당신을 용서했소.당신을 용서했다고 맹세하오.
(114~118)인형의 집을 떠나는 노라:
노라)우리가 결혼한 지 8년이 되었어요.그런데 당신과 나, 남편과 아내, 우리 둘이 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노라)당신은 나를 이해한 적이 없어요. 토르발, 나는 부당한 일을 많이 당했어요.먼저는 아버지에게서, 그다음엔 당신에게서.
헬메르)뭐라고! 어느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한 우리 둘에게서라고?
노라)당신들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당신들은 나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헬메르)하지만 노라,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노라)예,토르발 이런 거예요. 내가 아빠 집에 있었을 때는 아빠가 내게 당신의 생각을 말씀하셨고, 그럼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죠.그리고 내 생각이 달랐을 때는 나는 그 생각을 숨겼어요.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버지는 나를 인형아기라고 불렀고, 내가 인형을 갖고 놀듯이 나를 가지고 노셨어요. 그리고 내가 당신 집에 왔을 때---
헬메르)지금 결혼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건가?
노라)내 말은, 나는 그렇게 아빠손에서 당신손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취향대로 꾸몄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취향을 내것으로 만들게 됐죠.아니면 그런 척했던 것이었거나요. 알고보니 나는 여기서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네요. 토르발, 나는 당신에게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먹고 살았던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원했던 거죠. 당신과 아버지는 내게 큰잘못을 했어요.당신들은 내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이 있어요.
헬메르)노라,말도 안돼.당신은 감사할 줄도 모르는군.당신은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나?
노라)아니요.행복한 적은 없었어요.행복한 줄 알았죠.하지만 한번도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헬메르)아니라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노라)그래요.재미있었을 뿐이죠.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하지만 우리집은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아내였어요.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꽤나 똑똑한 친구들이 대학의 가정과를 지망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자대학 중 가장 좋은 모대학엔 이상한 풍조가 있었다. 집안 좋은 가정과 학생들은 4학년쯤 되면 自退를 하는 게 붐이었다. '있는집'으로 시집을 가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자퇴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시선들도 꽤 있었다. 말하면 뭐해? 간호학과가 인기가 있었던 것도 의사남편을 만날 확률이 높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불과 100년 전에 이미 女權을 부르짖으며 '인형의 집'을 나섰다니 대단한 일이다.)
헬메르)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거야. 놀이는 끝난 것으로 하지.이제는 교육이 시작되는 거야.
노라)무슨 교육이요? 아이들의 교육인가요?
헬메르)사랑하는 노라, 당신의 교육과 아이들의 교육 모두를 말하는 거야.
노라)아,토르발, 나를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내로 교육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예요.
나는 나자신부터 교육해야 해요. 그런데 당신은 그 일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아니예요. 내가 혼자 해야 해요.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떠날 거예요.
헬메르)당신 그게 무슨 말이야?
노라)나는 나 자신과 바깥 일을 모두 깨우치기 위해 온전히 독립해야해요. 그래서 더이상 당신 집에 있을 수가 없어요.
헬메르)노라, 노라!
노라)지금 당장 떠나겠어요.오늘밤은 크리스티네가 나를 받아줄 거예요.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을 찾겠다고 나선 노라--이렇게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게 된 계기를 그녀는 말한다.)
노라)법률도 듣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군요.하지만 법률이 옳다는 건 도저히 머리로 이해가 안 되네요.여자는 죽음에 임박한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드려도 안 되고 남편을 구해도 안 되다니요! 믿을 수가 없어요.
(남편은 돈을 빌리는 것 자체를 죄악시할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죽을병에 걸렸을 때 노라는 돈을 꾼다.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해서.이 일이 발각되자 이때 남편의 본모습을 본다.의무만 남고 사랑은 없고 남보기에는 그럴듯한 '거짓행복'을 꾸려가라고 명하는남편! 노라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반지까지 돌려받고 집을 나선다.)

--작품해설--
(132)입센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인형의 집>을 집필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몇 가지 거론할 수 있는데, 남편을 위해 서명을 위조하고 돈을 빌렸다가 이혼을 당한 작가 라우라 킬레르(1849~1932)의 실제 사건,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를 거부한 로마의 스칸디나비아 인 클럽의 정책, 소설가이며 노르웨이 첫 여성운동가로 작품에서 전통적 결혼제도를 비판한 카밀라 콜레트(1813~1895)의 영향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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