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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맑은 바람 2024. 12. 14. 15:02

다자이 오사무 지음/김춘미 옮김/민음사/191쪽/1판1쇄 2004.5/1판 22쇄 2009.4/읽은 때 2024.11.16~12.14

다자이 오사무太宰治(1909~1948)향년 39세/아오모리현 쓰가루 부유한 집안[신흥졸부/고리대금업자]의 11남매 중 열째/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집안에 대해 평생 부끄러움을 느낌/어릴적부터 학업이 우수해 수재로 인정되었으나 중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빠져 학업을 소홀히 함./도쿄대 불문과에 입학한 후 좌익운동에 가담/1930년 연인 다나베 아쓰미와 투신자살을 기도했으나 홀로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 혐의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됨/1935 맹장수술 후유증으로 진통제 중독이 됨/같은 해 소설<역행>발표/1945년 일본 패망 후 그의 작품은 일본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음/다자이는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작가로 불리움/<인간실격>은 퇴폐의 미,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하는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3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무뢰파 문학

서문
(9~12)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괴상한 표정의 소년의 표정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이상한 미남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기묘한 얼굴의 남자를 역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첫 번째 수기
(13)첫 문장: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16)행복이 무엇인지: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17)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번에 한번밖에 안 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위기일발의 진땀나는 서비스였습니다.

(싸르트르의 <영혼의 자서전>에서 주인공 소년이 가족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늘 엉뚱한 짓을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주위에 누군가는 이 꾸며낸 행위를 용케 알아채는 사람이 있었다)
---즉 저는 어느 틈에 단 한 마디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18-19)인간 실격?:
저는 말싸움도 자기변명도 하지 못했습니다.남이 저에게 욕을 하면 그래 정말이야, 내가 엄청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생각되어서 언제나 그 공격을 잠자코 받아들이고 속으로는 미칠듯한 공포를 느꼈던 것입니다.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본성 또한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 자신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뭐든 상관없으니까 웃게만 만들면 된다.그러면 인간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삶'이라는 것 밖에 내가 있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라.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돼. 나는 無야. 바람이야.  텅 비었어.그런 생각만이 강해져서 저는 익살로 가족을 웃겼고, 또 가족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무시무시한 머슴이랑 하녀들한테까지도 필사적으로 익살 서비스를 했던 것입니다.
--놀아도 공부는 일등, 재미있는 글쓰기도 일등,하녀와 머슴에게서 동정을 잃고도 인간이 못미더워 침묵을 지키는 아이--
(26-27)인간에 대한 불신:
(뒤에서는 흉보고 앞에서는 아닌 척 내숭을 떠는 어른들의 모습에 요조는 치를 떤다.어떻게 그들과 마음을 나누며 공존하겠는가)

두번째수기
--바닷가 중학교에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나 친척집에 맡겨졌다. 거기서도 요조는 익살로 아이들의 인기를 얻는다--
(남의 마음을 읽어내는 뛰어난 기술자 요조 이야기라 술술 잘 읽힌다.)
--공부도 못하고 허약한 다케이치에게 본색을 들킨 후 요조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해서 친하게 지낸다.--
(41)자존감이 있는 다케이치:
(내가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 싶은 인물상은 자존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부각되면서 글읽기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고흐의 자화상을 들고와서 '도깨비'라고 말했을 때 요조는 깨달았다--
(41)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즉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비법을 다케이치한테서 전수받은 저는 예의 여자손님들 몰래 조금씩 자화상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세번째 수기
(131)(술과 몰핀으로 망가진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갇힙니다)
이제 여기에서 나가도 저는 여전히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이마에 찍혀 있겠죠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32)진정한 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저는 점점 더 얼간이가 되어갔습니다.아버님이 이젠 안 계신다.내 마음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던 그 그립고도 무서운 존재가 이젠 안 계시다.제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제 고뇌의 항아리가 공연히 무거웠던 것은 아버지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모든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고뇌할 능력조차도 상실했습니다.
(134)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후기
(137)문득 마담이 새삼스레 어조를 바꾸더니 "당신은 요조를 알고 있었던가요?"  하고 물었다. 모른다고 대답하자, 마담은 안으로 들어가서 공책 세 권과 사진 석 장을 들고와서 나한테 건네주면서 "소설의 재료가 될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그 수기에 씌어 있는 것은 옛날얘기긴 했지만, 요새 사람들이 읽어도 상당히 흥미를 느낄 것이 틀림없었다.쓸데없이 내가 첨삭을 가하기보다는 이대로 잡지사 같은 곳에 부탁해서 발표하는 것이 좀더 의의가 있을 듯싶었다.
(138)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빠르고---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直訴> 소설?
*직소: 일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윗사람이나 상급 관청에 직접 호소함
(가롯 유다가 은화 삼십 냥에 예수를 팔아넘기는 이야기)
(189)다자이가 평생 갈망하던 무구하고 순수한 것, 아름다운 것을 대변하는 예수와 약하고 평범한 인간이기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배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유다는 다자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작품해설--
(166)<인간실격>은 다자이가 평생동안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허구화한 작품이며 어떤 면에서는 자기해명의 책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죽음을 지향한 원인에 대한 해답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167)다자이가 죽고싶은 이유:

은행가이자 귀족 집안의 아들인 게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섬세하고 예민한 다자이에게는 부담스럽고 미안했던 것이다.(참, 잘사는 게 열등감으로 작용했다니, 우리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180)다자이의 현재적 의미:
공산주의만이 유일하게 옳은 사상이라고 믿었던 다자이의 생각이 흔들린 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출신성분으로 보아 자기는 거기 낄 수 없는 '멸망해야 할 백성'이라고 언명하던 다자이였던 만큼 이 배반이 사상적인 전향 차원을 떠나 양심 차원에서 그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 사실을 경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181)1960년대, 미일안보조약 자동 연장 반대 시위로 시작되어 근 십 년 간 일본 전역을 휩쓴 정치의 계절에 다자이 문학은 학생들의 성전으로 떠받들어졌다.
"패전 후의 혼미기를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 하나에 의지하여 살았다. 다자이라는 존재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우리는 현대, 지금의 현실을 대하는 입장에서 그를 비판하고 정당하게 부활시켜야 한다.다자이 오사무는 우리를 위해 負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이기조차 하니까"
(독자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책과 氣를 빼앗아가는 책이 있다.<인간실격>은 後者다. 고로 이런 부류의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오지 않았음 좋겠다.근데 어쩌다 이 책이 두 번씩이나 내 손 안에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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