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암탉이 울면---

맑은 바람 2025. 2. 4. 12:05

어느 <고전 인문학> 수업 중에 있었던 해프닝입니다.
그날은 셰익스피어의 <멕베스>를 교재로 하고 작품 감상 나누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나눠준 설문지를 보고 거기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인데
화제는 '멕베스의 아내'였습니다.
왕을 살해한 동기는 세 마녀의 예언이었나, 아내의 부추김이었나. 멕베스의 야심이었나 하는 것이었는데,
덩치 좋고 아는 것도 꽤 있어 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자고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하고 입을 떼는 순간,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언성을 높여 상대방의 말을 끊었습니다.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
두 사람은 큰소리로 티격태격하는데 주위에서 말려도, 선생님이 끼어들어도 좀처럼 잦아들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회원들은 임시 휴식시간에 들어갔고 여자도 밖으로 나갔습니다.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갑자기 뛰어들어 말을 끊으면 어떡해?"
남자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었습니다. 얼굴을 정면으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벌겋게 상기된 모습으로 정신나간듯 앉아 있었습니다.

다시 토론이 시작되려는 순간, 언제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여자가 상대방 남자에게 머리를 숙여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모두들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여자는 집에서 걸핏하면 '암탉이~'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와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꼭지가 돌았던 모양입니다.

토론 시간에 이런 다툼이 종종 있는 모양인지 설문지 머리에 이런 글귀가 있네요.

<토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맞고 틀리고 정답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게 아니라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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