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머잖아 시골로 가 생활할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늘 접해 보고 싶은 책이었기에 무척 흥미를 갖고 페이지를 넘겼다. 주인공들의 생존 연대를 보니 이미 고전이 되어 가고 있는 책이었다. 류시화의 번역이 매우 자연스럽고 좋다.
헬렌과 스코트는 표지 사진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21년의 나이 차가 나는 부부였지만 정신의 동지로 46년을, 자연으로 돌아가 흙에서 모든 걸 구하고 자연과 더불어 숨 쉬었던 온전한 자연인이었다. 그들은 젊은 날 미국의 대공황기에 뉴욕을 떠나(1932년) 뉴잉글랜드 버몬트 골짜기로 들어간다. 새로운 삶을 위한 ‘모험’을 시작한 거다. 오직 ‘조화로운 삶’을 위하여-
니어링 부부는 조화로운 삶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이론과 실천이,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삶’
조화로운 삶을 위한 원칙은,
돈을 모으지 않는 것, 집짐승을 기르지 않는 것
(동물의 시체를 먹는 일 자체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규정함-, 먹을 만큼 이상의 생산물을 쌓아두지 않고 남는 것은 이웃에 모두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그들은 아침엔 과일만, 점심땐 곡류와 스프, 저녁엔 샐러드와 야채만으로 살았다. 물론 그들이 퇴비만으로 기름지게 일군 그들의 땅에서 손수 재배한 것들이다. 그들은 저장소는 있지만 냉장고는 쓰지 않았다. 육류나 어패류를 먹지 않았고 먹거리는 식사 전에 바로바로 밭이나 저장소에서 가져다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생활은 버몬트 골짜기와 메인 주 해안가 숲속 농장에서 산 60여 년 동안 두 사람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었고 의사의 신세를 한 번도 지지 않은 채 스코트는 100세를 살고, 헬렌은 91세로 생을 마감했다.
도시인들이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음식물에 대해 그들은 심각하게 경고한다.
인공영양제와 화학약품과 표백제를 쓴 밀가루로 만든 빵과 과자, 살충제가 들어있는 우유, 과일과 야채-- 이런 음식들의 지속적인 섭취는 영양실조를 가져오고 당뇨병, 암, 심장병, 관절염 등을 유발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새삼 확인한 이런 이야기들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과연 이런 것들을 계속 돈을 주고 사다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들의 담백한 식생활은 도시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좀체로 흉내 내기 어려운 생활이다.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당시(2008)는 어떻게 그렇게 먹고 사나 했는데,
2023년 다시 읽어 보니 니어링 부부의 식단이, 요새 너도나도 건강한 식단이라고 추천하는 식사이고 나 또한 그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
아침엔 당근+사과 쥬스와 계란+토마토+브로콜리 부침, 점심 땐 모둠채소, 요거트+블루베리+견과류와 밥 반 공기, 저녁엔 낫또+식초+양파간 것 그리고 사과, 바나나, 귤이다.이렇게 먹고 살 빠질 걸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다. 양이 많은가 보다. 계란은 워낙 좋아하니까 포기할 수 없고 요구르트를 빼야겠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삶의 방식은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들의 땅에서 나온 돌들과 나무만으로 집을 짓고,
그 땅에서 나는 곡식과 과일과 야채만으로 일 년내내 식량을 해결하고,
하루의 반나절만 일하고 반나절은 사색과 취미생활로 보낸다.
즉 일 년 중 6개월만 일하고 6개월은 여가를 즐긴다.
여행을 떠나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듣고 책을 읽거나 쓰고 가끔은 주민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음악회도 열고 --
무슨 동화나라 삶 같은 걸 두 사람은 살아냈다!!
누구나 추구하는 단순하고도 조화로운 삶-헬렌과 니어링이 이룩한 삶이다.
2008.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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