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라도

섬진강 매화마을

맑은 바람 2009. 2. 21. 11:06
 

 -꽃비 맞으러 갔다가 사람 구경만 실컷 했네-


당일치기로 전라남도 땅을 밟고 온다는 게 무리인 줄 알면서도, 오늘 못 보면 올해의 매화꽃은 이내 못 볼 것이니 일단 출발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운현궁 앞에서 7시에 출발하는 '터 사랑' 여행사 버스를 탔다.

전용차선의 고마움을 절감하며 4 시간 만에 구례 산수유 마을에 도착.

여행사에서 내준 도시락에 섬진강 재첩국을 곁들여 먹고. 노란 별꽃구름을 연상시키는 산수유 꽃동네를 노닐었다.

산수유마을이 매스컴에 알려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신작로에는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속도로는 신나게 달려갔건만 산수유마을에서 광양 매화마을까지는 세월아 네월아, 두 시간 남짓 걸렸다.

그러나 푸근한 어머니 젖가슴으로 누운 지리산을 바라보며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흐르니 기냥 이대로 마냥 가고 싶더라.


홍쌍리 여사네 매화 마을에 당도하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실망감-

마음속에 그리던 매화 동산은 사라지고 파장 무렵 장터 아낙네 어수선한 좌판마냥 썰렁한 동산만이 날 기다리고 있다.

온 김에 본전이라도 찾을 양으로 가게마다 무료로 제공하는 매실차를 냉큼냉큼, 배가 그득하도록 채워 허전함을 메웠다.


"그림 될 것이 없어서 어떡하지?"

한창 꽃 좋을 때 다녀가자고 성화를 댔는데도 끄떡도 않고 있다가 이제 오니 뭐가 있겠어?하는, 원망 담긴 말투로 그렇게 말하니까,

"아냐, 상관없어. 가지 따로 찍고 꽃 따로 찍었으니까 갖다 붙이면 돼.

꽃이 너무 많이 달려 있으면 되레 안 좋아."

천하태평이다.                2002.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