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음악/영상음악

장사익 소리판 驛-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맑은 바람 2010. 10. 28. 00:25

 가을 깊은 10월 세종로의 밤은 우리 고교 동기동창들의 놀이마당이었다.

사직공원 옆 <홍성한우 암소만>에서 진짜 맛있는 갈비탕을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뚝딱 먹은 후

장동문이 직접 한 권씩 챙겨주는 법륜스님의 책<스님의 주례사>를  가슴에 품고

야경이 빼어난 광화문길을 걸어 세종문화회관에 당도,

맨 아는 얼굴들이 예서 제서 툭툭 치며 아는 체를 한다.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도 또 반가운, 징~한 사람들-

 

 

두 시간의 감동 넘치는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종일관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장 동문 내외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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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자분자분 걸어 나온다.

검정 고무신에 눈부시게 흰 두루마기, 희끗희끗한 수염과 머리카락,

자연스레 주름진 얼굴, 순한 미소, 어눌한 듯한 충청도 말씨--

학예회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선 소년처럼 깎듯이 절을 한다.

이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져 장사익을 만든다.

 

일단 소리판을 벌이면 청중을 몰아의 경지로 몰아넣는다.

두 시간이 어느 결에 지나갔느냐싶게 한순간이다.

1부는 자작곡 중심, 2부는 소리꾼 표현대로 ‘나이트클럽’이 된다.

그러나 어디에서 그런 고품격의 나이트클럽을 만날 수 있을까?

 

앵콜곡으로 부른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성악을 전공한 친구가

감탄할 정도로 훌륭하다. 그의 심볼처럼 불리는 ‘찔레꽃’을 끝으로

온몸으로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의 꿈길에서 벗어났다.

(2010.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