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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서른 번째 날 <도깨비들>

맑은 바람 2016. 11. 30. 01:17

 

 

지난 저녁, 밤 10시가 넘었건만 방안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멎지 않는다.

 

공부도 수면도 불가능할 정도로 단순 반복되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이 학원은 따로 모일만한 너른 장소가 없어 집회가 있을 때면 야외 풀장 한쪽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 우리방 베란다 쪽 창문을 열면 바로 수영장이다.

 

지난 금요일엔 한국 학생들의 모임이 있었다.

노털들이 끼면 아이들 분위기 망칠 것 같아 과일 한 박스 보내주고 우린 발레타로 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갔다

밤 10시가 넘어서 돌아왔건만 아이들은 수영장 한쪽에서 웅성거리고들 있다.

물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강남스타일'이 들리는 걸 보니 파장 무렵인가 보다.

 

11시가 넘으니 수영장 관리인이 와서 다들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근다.

 

이제 좀 조용해지려나 했는데 어디선가 여전히 음악소리가 난다.

베란다 쪽으로 나가 둘러보아도 근원지를 찾을 수 없다.

외출에서 돌아와 워낙 피곤해서 그날은 그냥 잠들었다

 

그런데 엊저녁은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음악소리가 컸다.

그들은 그걸 음악이라 하겠지만 내 귀엔 방앗간의 핏대 돌아가는 소리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사위가 고요한데 오직 그 소리만 들리니 점점 신경이 예민해져 온다.

 

마침내 대니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더니 나간다.

좀 뒤에 숙소 관리인이 따라들어와서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아냈다.

우리방 바로 위층이다.

 

관리인이 나간 뒤 바로 소리가 사라졌다.

그런데 한 시간이 못되서 다시 그 방앗간 기계소리가 난다.

 

대니가 다시 튀어나간다.

또 조용해졌다.

 

악몽을 꾸었다.

꿈에 작은아들도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깨니 새벽 2시 50분이다.

화가 치밀어오른다.

"여보, 쟤네들이 아직도 저러구 있네"

남편은 또 나간다.

이번엔 방까지 쫓아갔나보다.

새벽 3시인데 방안에는 남녀가 모여 웅성거리더란다.

 

놀이를 방해했으니 얼마나 미울꼬?

더구나 시끄럽다고 세 번씩이나 관리인을 보낸 게 우리라는 걸 알면 또 얼마나 미운털 보듯 할까?

 

머나먼 타국에서 미워하는 사람 만들지 말고, 유난스런 행동도 말고 조용히 지내다 가자고 약속했건만, 이눔의 도깨비들이 도와주질 않네~

 

오늘밤 또 도깨비들이 난리굿을 하면 그들을 옮겨달래야 하나, 절이 싫은 중이 떠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