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녹동 시외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나로도를 가고 싶다 했더니 고흥까지 나가서 나로도행을 타란다.
녹동에서 고흥까지는 완행으로 15분 거리다. 고흥 군내버스 요금은 무조건 1000원. 직행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나로도행 버스를 타러 나갔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기중기 줄을 서 있다. 7,80대 할머니 군단이다.
서로들 말한다.
"나로도에 뭔 일 났능가잉, 우째 이리 사람들이 많은가잉~"
버스 문이 열리자 소리없는 다툼이 시작됐다.원래 줄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차 안으로 올라서 빈 자리에 앉을래도 못 앉게 팔로 막는다. 자리를 맡아 놓고 내 주지 않겠다는 거다.
팔십성님들의 막무가내고집을 꺾을 생각을 접고 그냥 서서가기로한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을 만난 셈이다. 바닥에 그냥 주저앉았던 사람들은 정류장에 차가 멈출 때마다 차례로 내리는데 좌석에 앉은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길은 어이하여 그리 꼬불탕꼬불탕하며 나로도는 왜 그리 먼지(고흥-나로도 완행 1시간10분)~팔에서 쥐가 나고 무릎이 자주 꺾이면서 통증이 온다. 모처럼 고친 다리가 도로 아미타불되게 생겼다. 걱정된다. 종점에 거의 이를 무렵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비로소 죽다 살아난 기분으로 자리에 앉는다.
가면서 차창 밖으로 충분히(?) 구경을 했고 날은 이미 저물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바로 돌아나오려 했더니, 한 시간 후에나 출발한단다. 주인 좋고 객 좋다는 말이 이럴 때 쓰라고 생긴 말인듯~
나로도 선착장까지 다녀올 만한 시간이란다.
나로도에서 먹는 단팥죽 맛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
노을이 아름다운 나로도를 등지고 나로대교를 건넜다.
귀로에, 오늘 이곳 저곳에서 만나 좋은 정보를 주고 자청해서 친절한 안내를 해준 지역주민들을 떠올리며, 그들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저녁은 현이가 추천한 '소문난 맛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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