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현관 앞은 금강이(우리 집 말라뮤트종 이름) 털로 수북하다.
여름철이면 묵은 털을 빼내고 몸을 가볍게 하는 개의 생리 때문이다. 도둑이 담을 넘거나 문을 따고 들어오다 금강이가 벌떡 일어나 쳐다보기만 해도 자지러질 정도로 덩치가 산만한 놈이, 후르륵 몸을 한번 털면 온주위에 개털이 난무한다.
제깐에는 반갑다고 슬쩍 다가와 몸을 부비대면 옷은 금세 털투성이가 된다.
자주(?) 청소를 해도 집안엔 늘 개털이 날아다녀 깔끔한 사람은 개기르는 집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마당에 나갔다 들어온 남편이
“비둘기가 금강이 털을 물고 가네.”한다.
“어디다 둥지를 만들 모양이지?”우리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남편이 새 소식을 전해주었다.
“라일락 가지 위에 새둥지가 보이네.”한다.
얼른 내려가 가만히 살피니 어디선지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둥지로 다가간다.
얼기설기 엮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털이 소복이 깔려 있고 그 위에 하얀 알들이 보인다.
며칠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비둘기가 새로 보금자리를 만든 것이다.
콧등이 찡하다.
평생을 집 한 칸 마련해 보자고 죽을 둥 살 둥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에 비해 얼마나 단순 명료하냐.
주위에 흔한 나뭇가지 몇 점 고 여린 입에 물고 수도 없이 날아올라, 공기 잘 통하는 나무 위쪽에다 둥지를 마련하고,
자꾸 쏟아내는 개털 청소하기 귀찮다고 툴툴거리는 인간의 불평은 아랑곳 않고 열심히 주워다가 포근한 잠자리 만드는
저 새의 삶이--
(2009. 6. 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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