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나비, 하늘 나라로~~

맑은 바람 2023. 7. 26. 18:05

2023년 7월 26일 (수)9:00

나비가 냉장고 앞 제 변기통 옆에서 자고 있다.
"나비야, 저리가, 하필이면 왜 여기서 자니?"
툭치며 말하니 반응이 없다.인기척만 내도 '야옹~'하고 일어났었는데~~
다시 부르며 살펴보니 눈을 반쯤 뜨고 입을 벌리고 있다. 전에 보지못했던 낯선 모습이다.
"여보, 이리 나와 봐, 나비가 이상해. 죽은 거 아냐?"
순간 울음이 터지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라고 오열했다.

그렇게 무릎 위로 올라오고 싶어했는데 못 해줘서,
수시로 드나들어 성가셔하며 마루문을 잘 안 열어줘서,
밥만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더 자주 쓰다듬어 주지 못해서--

오늘 새벽엔 유난히 야옹거리며 신경을 거스른다 했더니
이렇게 허무하게 가려했나 보다.

너를 한줌 재로 만들어 단지에 담아 돌아오니 이제 집안 어느 구석에서도 야옹거리는 널 볼 수 없게 되었구나
15년간 함께 누리던 이 공간에서 이제 네 자리가 사라졌구나.

나비야,
폭신한 너를 이제 안아 볼 수도,  장난삼아 살금살금 깨무는 네 이빨의 감촉도 이제는 느낄 수 없구나.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이제 무거운 육신의 옷을 벗었으니, 나비처럼 가벼이 날아올라 금강이와 두리곁으로 가렴.
그곳에서 지상의 동물로 살아가는 서러움을 더 이상 겪지 않기를~~

영화<미션>에서 추기경이 한 말이 떠오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떠난 이의 영혼이 살아갈 겁니다."
나비를 영결한 오늘, 유독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이와 비둘기  (2) 2023.09.24
나비는 가버렸지만~  (0) 2023.07.26
친구네집 냥이들  (0) 2022.06.28
나비의 오후  (0) 2022.06.26
나비야, 너도 봄이 좋지?  (0) 202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