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도보순례-이문재

맑은 바람 2009. 1. 10. 01:02

 

 

도보순례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반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 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 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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