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김 시인은
소처럼 순하고 말이 없는 분이라 누구보다
감정 이입이 잘 되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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