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소 -김기택

맑은 바람 2009. 1. 16. 11:17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김 시인은

소처럼 순하고 말이 없는 분이라 누구보다

감정 이입이 잘 되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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