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도

제주올레3 <시흥리에서 말미오름까지>

맑은 바람 2009. 3. 6. 22:29

  [ 시흥리에서 말미오름까지  2009. 2. 26 목, 개다 흐리다 비 오다]


제주민박→시흥초등학교→올레1길→말미오름(두산봉)→해녀의집(전복죽)→조가비박물관→

비자림→항몽유적지→공항식당(성게국)


서울 인사동에서 오래 사셨다는 주인장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여기 살 만하신가요?” 여쭸더니

“예가 살 만하면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왜 李氏(이씨)들이 하나도 건너오지 않았겠소?”하며 함축적으로 답을 한다.

오늘도 황토색 귀여운 마티스가 이끄는 대로 시흥초등학교를 찾아갔다. 파란 화살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라도 만난 양 반갑다. 따라가 보니 산 아래 몇 대차들이 주차하고 산길이 보였다. 잘게 자른 폐타이어를

이어 붙여 깔고 흰 밧줄로 미끄럼 방지 턱을 만들어 놓아 걷기도 좋고 그 위로 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인간과 자연이 相生(상생)하는 올레 취지에 걸맞는 산책로였다. 말미오름(두산봉)에 올라 알오름을 멀리 건너다보고

돌아 내려왔다.

 

            

                     제주올레 1길 출발점

 

   말미오름을 두산봉이라 한다

 

 꼬마 기사들은 여기서 잠시 쉬게~

 

 걸멍 쉬멍~

 

 

   말미오름 가는 길(폐타이어와 밧줄을 적당히 이용, 미끄럼 방지에 신경을 썼다)

 

 

 폐타이어 틈으로 봄풀이 파랗게 올라오고 있다

 

 올레꾼을 반기는 올레길 이정표

 

 말미오름에서 알오름을 건너다 봄

 

시흥리 해안도로변에 있는 <해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 유명한 전복죽을 먹기 위해.

“전복죽과 오분작죽이 어떻게 달라요?”하고 물었다.

“둘 다 비슷해요.”

‘그렇다면 굳이 2000원이나 비싼 걸 먹을 필요 없지.’하며 오분작죽을 시켰다.

죽이 아니라 걸죽한 국에 밥을 만 형상이다. 밥알이 오들오들해서 꼭꼭~ 씹어 먹었다.

 

 전복죽이 유명한 해녀네 집

 

해녀의 집 뒤쪽에 <조가비박물관>이 있다. 세계적인 희귀 조개류 15000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들여다 보노라면  콩알 만한 조가비에게도 기기묘묘한 아름다움을 부여하신 신의 오묘한

손길을 느낀다. 박물관 내 기념품 가게에서 옆지기로부터 진주 브로치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작은 큐빅이 수없이 박혀 있는 은빛 날개 위에 덩실 진주 한 알이 달처럼 올라앉아 있는 모양이다.

 

 양식 진주로 장식한 조가비 박물관의 외벽

 

 세계각지에서 수집해 온 조가비들

 

 생일 선물

 

 비자림 가는 길에 만난 매화꽃밭

 

제주도는 도처에 자연 상태를 온전히 보존하기에 힘쓰고 있어 그 점이 맘에 들지만 비자림숲은

참으로 아름답고 그윽해서 명상하는 숲으로 이름 지어도 좋을 듯싶다. 40분 남짓 송이를 밟으며

걷는 촉감이 매우 좋았다. 숲의 맨 안쪽에는 ‘새천년비자나무’라고 명명한 나무가 있는데 고려 말에

심은 걸로 추측되는, 수령 800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임금의 위엄이 느껴진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시라고 축원했다.

 

 

 비자나무에 기생하는 콩짜개난

 

 비자림에서 가장 어르신인 수령 800년이 넘는 나무

 

 

 애월읍 항파두리에 있는 <항몽유적지>는 다른 곳에 비해 초라했다. 당시 집을 지을 때

사용되었으리라 추측되는 10개의 돌쩌귀가 울타리 안에 갇혀 비를 맞으며 풍화되어 가고 있었다.

항몽순의비 앞에서 향을 피우며 김통정 장군 휘하 삼별초 용사들의 치열했던 삶을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죽음이던가?  기념관 안에는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의 사인이 액자 하나 하나에

담겨져 있었다. 그들은 여기 와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돌아갔길래 국민들은 늘 힘들다고 하는가?

그 멋지게 사인하는 손으로 힘든 이들의 등을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토닥여 주면 좋으련만-

 

 항파두리의 항몽 유적지

 

 기록화와 역대 대통령의 싸인이 볼거리로 전시됨

 

  천혜향이 <항몽유적지>울타리로 은은한 향내를 퍼뜨리고 있다

 

 

   공항에서 ‘성게국’을 끝으로 제주 음식 기행도 그 일부를 마감했다.

배를 취소하고 항공표를 끊은 일은 열 번 백 번 잘한 일이다. 기분이 날아갈 듯 가볍다.

야간 비행은 아름답다. 콘도르가 날개 칼을 뽑아 창공을 가르며 무서운 힘으로 몸을 들어

올리자 제주는 어둠 속에 눈물을 깜빡이며 이별의 손짓을 보내왔다. 1시간이 못 되어

김포상공에 다다랐다.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검은 벨벳 위에 오색영롱한 보석이 찬란히 뿌려져 있는 도시,

서울-참으로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내가 이 땅에서 태어나고 사는 것이. 그리고 행복하다.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환할 수 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