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은륜을 따라

제주올레-자전거로 <이중섭미술관>에서 <쇠소깍>까지

맑은 바람 2009. 3. 3. 11:59
2009. 2. 24 화 흐림


 밤배를 타고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리라는 기대는 자정을 넘기면서 ‘낭만에 초치는 소리’로

변했다.  좁은 객실(이등실-항공료보다 비쌈)은 코고는 소리와 8명이 뿜어내는 숨으로 탁하고

후덥지근해서 로비로 나왔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담요를 들고 나와 소파

여기저기에 누워 있다.

 

                                   인천 제주 왕복,<오하마나호> 945명 정원, 시속 40km, 6층 건물

 

                                        저무는 인천항

 

                                         3층 로비

 

                                            유일한 쉼터

 

  옆지기는 13시간 동안 눈 한번 못 붙이고 전전긍긍하더니 배에서 내리자마자 돌아가는 배편

예약을 취소하고 항공예약을 했다. 시외버스(3000원)로 서귀포로 가서  택시(2000원)로 ‘서귀포

오일장’을 찾았다.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식사 후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천혜향과 들깨강정을 샀다.

동문사거리로 이동, 자전거를 빌렸다(10000원).

 

낡고 무겁기 짝이 없는 자전거를 끌고 한 30분 가니 도로 갖다 놓고 싶었다.

차도는 위험하고 자신이 없어 인도로 가자니 장애물이 많고 오르막이 자주 나타났다.

오르막에선 시지프가 바위를 들어 올리듯 낑낑대고 자전거를 밀었다.

그러나 못지않게 내리막과 평지도 많아 그런대로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중섭이 6.25 때 피난 와서 머물던 곳. 가장 행복했던시절이라 회상함

 

 

                                     제주가 자랑하는 서귀포 칠십리 해안길

 

                                     풍광이 빼어난 곳에서 시 한 수를~

 

                                   할망 끌고 다니느라 하르방 폭삭 속았수당 ~

 

                                    불로초를 찾아나선 진시황의 사자 서복

 

                                    <서복공원>

 

                                     비바람에 뚝뚝 져버린 동백꽃길

 

 

 

                                    자알 오셨수당~

 

 <이중섭미술관>, <서복기념관>, <검은여>를 거쳐 <쇠소깍>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앞쪽 골목에 세워 두었던 차가 후진을 하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한 데다 약간 내리막길이고 좀 속도가 붙은 상태라  멈출 겨를도 없이 자전거를

내동댕이치고 해안가 돌담에 얼굴을 박았다. 순간 ‘대형 사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차를 후진하려던 운전자가 달려와 “어디 다치신 데 없으세요?” 물었다.

“피가 나나요?” 이마를 가리키며 내가 물었다.

“아닌데요.” 

입술을 가리키며

“여기는요?” 

“괜찮은데요.” 

“가세요, 제가 당황해서 이렇게 된 걸요. 정신 좀 차리고 일어날께요.”

자꾸 걱정하며 묻는 운전자를 보내고 일어났다. 웃음이 났다.

‘돌이 놀랬겠구나, 저 못지않게 단단한 내 머리통 때문에-’

 

 

자전거에 다시 올라탈 만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앞서간 영감을 따라잡고 <쇠소깍>에 닿았다.

왜 이곳을 올레 출발점으로 했는지 알겠다.

沼(소)는 맑고 깊고 그윽했다.

주변의 잔잔한 해안 풍경과도 조화를 잘 이루었다.

 

                이마가 까지고 입술도 터지고~

 

                        <올레 6코스> 출발점 <쇠소깍>

 

 

 

 새로 연 듯한 음식점에서 ‘해물뚝배기’를 먹었다. 오분작이 세 개나 들어있었다.

오는 길에 <소라의 성>도 들렀다.

 

한때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낡고 헐어 폐성을 떠올렸다.

김중업(1922-1988, 삼일빌딩, 조흥은행 본관 등 굵직굵직한 건축물 많음,

프랑스에서는 ‘건축가 김중업’이라는 영화도 만들었다 함)이라는 건축가가 소유했던 집이라고.

                                    마을 사이로 난 오리지날 올레길

 

                                          자전거가 좋아하는 길

 

                                          김중업의 <소라의 성>뒤쪽- 이 폭포도 개인 소유

 

 

  저녁엔 성산의 숙소부근에서 ‘갈칫국’을 먹었다. 땡기지는 않지만 그놈의 못 말리는 '호기심'

때문에-  넓은 대접에 나온 맑은 국은 파란 배추잎과 노란 단호박살이 얹혀져 있어 빛깔이 고왔다.

가라앉은 갈치를 저어가며 한술 뜨니 칼칼하고 맛이 시원했다. 비린내에 대한 염려는 기우였던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