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도

제주올레2-종달리에서 광치기 해안까지

맑은 바람 2009. 3. 4. 11:07
 
 

[종달리에서 광치기해안까지   2009. 2. 25 수, 비 오락가락하다 갬]


성문모텔출발→제주공항식당(몸국)→카렌트(마티즈)→제주자연사박물관→제주국립박물관→

만장굴→점심(멸치국수)→김녕 해수욕장 앞 제주민박(짐 풀고)→광치기 해안→저녁(돔 지리)


 눈을 떴다. 조심스레 이마와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이상이 없다. 몸을 일으켰다. 욱신욱신 온몸이 쑤신다. 어제 자전거 사고 후유증이 이 정도니 다행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몸이야 좀 쑤셔도 머리에 이상이 없으니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는 아무래도 걷기에 어려움이 있을 듯해서 차를 빌리러 공항으로 갔다. 요 며칠 비가 자주 내려 거리는 매우 깨끗하고 가로수들은 반짝반짝 윤이 났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가로수 이름이 궁금했다. 주로 남부, 섬 지방에서 자라는 후박나무, 담팔수, 황칠나무, 소귀나무, 돈나무 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듯했다. 빨간 열매를 조로록 매단 것은 ‘먼나무’란다.

시외버스 속의 제주말이 재밌다.

“내릴 꺼과?”

“내릴 꺼우다.”

한 할망은 차비를 다 깎는다. 기사는 언성도 높이지 않고 500원만 더 내라고 반복해 말한다.

잠시 실랑이 끝에 할망은 내리고 차는 다시 떠난다.

공항식당에서 ‘몸국’이라는 걸 주문했다. 돼지육수에 모자반을 풀어 넣은 된장국의 일종이다.

홍합국물을 썼더라면 더 시원할 텐데 하며 먹었다.

  몸국(몸에 좋아~)

 

 오늘 함께할 귀여운 친구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난 석주명 선생(1908-1950)과 나비가 인상적이었다. 6.25 때 인민군으로 오인되어 총을 맞으면서도

“나는 나비밖에 모르는 사람인데-”했단다.

그가 살아서 지금껏 연구를 계속했더라면 ‘세계의 나비사’를 다시 쓰지 않았을까? 안타깝고안타깝다.

“너무 살생을 많이 해서(그가 20년 간 수집한 70만 마리의 나비표본이 6. 25 때 과학관이 폭격을 당해 모두 사라졌다.) 좋은 데로 못 갔을 거”라고 옆에서 누군가가 부처님 같은 소릴 한다.  

 애고~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건지--

 민속자연사 박물관(제주를 한눈에 알고 싶거든--)

 

 갖은 형상의 화산석들

 

 명품들-

 

 여기도 명품이

 

 15세기 글자가 아직 쓰이고 있다니!

 

 <萬丈(만장)굴>은 문자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다. 총 13,268m 중 불과 1km 밖에 공개가 안 되지만 수십 년 전 신혼여행 때는 만장굴이 공사 중이었던 관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찾았다. 며칠 전 폭우로 빗물이 흘러들었음인지 바닥에 물이 많고 천정에서도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곳곳에 금이 가 있고 군데군데 천정에서 떨어져 내린 돌무더기를 쌓아놓았다. 언젠가는 이 굴도 균열로 무너져 내리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만장굴 속의 거북 형상

 

 휴, 굴 밖으로(폐쇄공포증이 약간~)

 

이 집 멸치국수는 참 구수했다.(구수해서 국수?)

 

수선화도 곱고~

 

 아침엔 가랑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이리저리 이동하는 동안 날은 개고 <광치기 해안>에서는 아름다운 日沒(일몰)을 보았다. 밤에는 김녕해수욕장 해안에서  뭇별들 속에서 북두칠성을 헤아려보기도 했다.

 

 광치기 해안 가는 길에

 

 드디어 광치기 해안(갑자기 새들이 날아오르며 나를 반긴다~)

 

 광치기 해안에 서 있는 푯말

 

 해안에서 성산 일출봉이 건너다보인다

 

 일몰(몇 초 상관에 꼴깍 넘어가네. 우리 인생도 저와 같을지니~)

 

 자는 얼굴에 낙서하지 맙시다.

 

 중국 여행지 식당엔 온전한 그릇이 별로 없던데~

 

 

 

 김녕해수욕장 앞 <제주콘도식민박> 주인어른이 친절하고 배려가 깊다

 

 

 

 

 저녁엔 ‘돔 지리’를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도 향토음식을 주로 택했다. 다 <제주걷기여행>책자에서얻은 정보다. 딱이 ‘이거다’ 싶은 맛은 없었지만 식비 부담이 덜한 편이었다.

 집 떠난 지 사흘째, 너희들이 서울을 잘 지켜주니 난 멀리 떠나와 이렇게 편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아들들에게 고마워했다.

하르방, 니엉도 속았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