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메릴랜드 모 고등학교로 유학가는 아이와 글솜씨가 남달라 여기저기 외부 글짓기대회에 나가 화려한 입상경력을 지닌, 열여섯 살 제자 둘이 학교로 찾아왔길래, 데리고 나가 지난번 광양 갈 때 차 속에서 맛있게 먹었던 <효자동 할매 떡볶이 집>을 간신히 찾아내 함께 먹고 근방의 무궁화 동산으로 갔다. 안전한 가옥(안가)이 처절한 죽음의 현장이 된 아이러니한 역사 현장, 궁정동 안가 -이제는 쭉쭉 자라는 느티나무와 무궁화와 공놀이하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아이들, 두런두런 한담 나누는 엄마들로 한가롭고 평화롭기까지한 <무궁화 동산>이 됐다.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나도 열여섯 계집애들처럼 나이를 잊고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데 애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를 불러대는 게 아닌가? 순간 당황스럽고 얼떨떨 민망했으나, '그래 잘한다. 목청껏 불러라. 깨끗한사회 구현한다고 스승의 날 꽃 한 송이 교문 안으로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이 드럽게 깨끗한 정의 사회’에 엿 먹여라! ' 노래가 끝나자, 주변의 수다 떨던 아줌마들,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동작을 멈추고 듣고 있다가 함께 박수를 쳐 대는 게 아닌가? 고맙다, 그리구 늬들 참 멋 있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자 기분이다, 우리 팥빙수 먹으러 가자. 2005. 5. 15
<문학의 집> 행사에 초대된 제자
자랑스런 제자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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