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내 사랑 자유로

맑은 바람 2009. 5. 8. 19:54

 

 고양, 일산 사는 사람이 누리는 天福이 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자유로를 오가며 출퇴근하는 사람의 경우-

 

 도심지에선 빛 가운데 살아도 빌딩 숲에 가려 제대로 온전한 해의 모습을 볼 수 없었건만 일산 쪽에

살게 되면서부터 해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옆에 끼고, 아침마다 눈부신 해를 바라보며 온몸으로 해의 정기를 흠뻑 머금고 일터를 향해 달린다.

간혹 날씨가 흐려 안개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난지도 옆 밤섬이 꿈속인 양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해질녘 노을의 장관에야 비할 수 있을까?

사위가 서서히 어둠 속에 가라앉으면 별보다 먼저, 보석처럼 하나둘 가로등이 켜진다.

상기된 노을이 온 하늘을 가득 물들인 가운데 호박(琥珀) 빛으로 빛나는 가로등 밑을 마냥 달리노라면 하루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지고 서서히 짜릿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간혹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면, 불야성을 이룬 영종대교 아치가 아름다운 신공항고속도로를 달려,

용유도 해안을 거닐며 바닷바람을 쏘이다 돌아오기도 한다.

 

낭만적 분위기를 찾는 친구가 함께할 땐, 금촌 방향으로 달려, 통일전망대 가까이 있는

'프로방스'엘 간다.

프랑스풍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레스토랑에선 감칠 맛 나는 스파게티를 맛볼 수 있다.

 

때로 기분 울적한 날에는 의정부 쪽으로 방향을 돌려 장흥관광단지 안에 있는 '아사도'를 찾아봐도

좋다.

항시 감미로운 현악 사중주가 흐르고, 수프를 비롯해 요리가 일품인 아사도 정식을 맛보고 있노라면,

8시경엔 70년대에 우리 곁에 있었던 친숙한 가수(임희숙, 이동원)의 노래를 코앞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모두가 자유로가 주는 멋진 선물이다.

하여 나는 오늘도 내 사랑 자유로를 누비며 달린다.

 

200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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