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름 모를 꽃

맑은 바람 2009. 5. 8. 20:53

  

 여행길에 절간 마당이나 담장이 낮은 시골집 장독 가에 또는 앞마당 화단에서 많이 보던

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우리 동네 골목길 입구에서 이 꽃을 만났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보라고 동회에서 설치해놓은 건지 앞집 가게 주인이 건사하는 건지 모르는

커다란 돌 화분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보시시 아슴하게 골목 입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뿌리 캐다가 집안에 들여 놀까?

그러다가 그만 바쁜 생활 속에 흐지부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다시 이 꽃이 생각나 그 자리를 눈여겨보았습니다.

누구의 손길이 닿았는지 작년 보던 그 꽃은 온데 간데 없고 엉뚱한 꽃이 그 자리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낭패감으로 발길을 멈추고 맥없이 서서 바라보다가 순간 눈이 환해졌습니다.

화분 주변에 보도블록을 뚫고 올라오는 풀들이 그 이파리 생김으로 보아 필경 그 꽃이었습니다.

화분 주인이 그 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뽑아 내던진 모양입니다.

아이구, 이젠 맘 놓고 집어가도 되겠네.

 

그럼에도 웬지 남의 것을 슬쩍하는 거 같아 어둑 녘에 그 길을 지나오면서 길바닥에 던져진 채

천덕꾸러기로 씩씩하게? 크고 있는 고것들을 세 뿌리나 조심조심 뽑아들고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요것들이 그 은혜를 아는지 여름 내내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꽃 대궁이 열 개도 더 되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다른 일년생 꽃들은 햇빛 뜨거운 날 물 안주면 피시시 주저앉아 버리는데 얘네들은

꿋꿋하게 잘도 이 변덕스런 여름날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이름 모를 꽃아!!

 (2007. 9. 5)

 낭중 알고 보니 이 꽃 이름은 '풍접초', '족두리풀'이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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