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엘에이 하늘 아래 친구에게

맑은 바람 2009. 5. 9. 15:42


 봄이 실종된 듯 땡볕이 긴 팔, 긴 바지들을 마구 벗기더니, 지난 밤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구나.  뙤놈들 똥가루도 이 비에 모두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무슨 재미로 사세요? "
"이눔아, 재미로만 살았음 벌써 죽었다!"
최근 할머니 네 사람이 주연해서 히트친 영화 '마파도'가 있는데
그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야.

잠시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갔다니 다행이다. 우리 다 그렇게 살고 있잖니?
지난 번 혜자네 결혼식은 성황리에 잘 끝났다.
깎은 무같이 미끈한 신랑과 학처럼 긴 목에 단아한 이목구비를 한 새악시가
아주 잘 어울리더라.
혜자는 복도 많다 하면서 착하고 똑똑한 부모가 지성으로 키워낸 열매지 싶었다.
그날은 오랫만에 옥이,석이, 영구도 한자리해서 멋지게 살고 있는
친구들 얘기 나누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단다.

네가 뒤늦게 배우는 피아노에 대해 그렇듯이 나도 시 배우기 벌써 3년이 됐는데
실력이 느는 듯 싶지 않아 때려칠까 하다가도 좋은 시나 시인을 만나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늦바람 난 여자 같고 늦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나지 뭐니,
아무튼 니나 내나 늘그막에 좋은 취미(?) 하나 붙들고 있는 게 틀림없는 듯 싶으니
끝까지 밀고 나가 보자.

이 비 그치고 내일이면 광양으로 바람 쏘이러 갈 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다.
언제쯤 너를 내 곁에 앉히고 이런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시간을 잊고 수다를 늘어놓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 행복하기를--,
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
이 친구의 명령이다,
알았지?                                        2005. 5. 6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벗회의 어느 날  (0) 2009.05.09
名醫를 찾아서   (0) 2009.05.09
우리 모두는 장애인?  (0) 2009.05.09
지옥 탈출-名醫를 찾아서  (0) 2009.05.09
스승의 날<무궁화 동산>에 울려 퍼진--  (0) 200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