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마에 귓가에 등줄기에 땀이 배어나오는 7월-
참으로 견디기 어렵지만 이런 날씨라야 곡식과 과일이 익지-하며 참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어디 서늘한 땅에 가서 여름을 나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7월 말로 접어들면 일말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다.
말복만 지나 봐라~여름의 기세는 아침저녁으로 꺾이고야 말 테니--
예상대로 8월 8일 말복을 넘기면서부터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밤중 잠들 무렵에-풀밭 어디쯤에서 우는지 처음엔 그 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들린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부터는 초저녁부터 여러 놈이 합창을 시작하는데 밤새도록 거의 새벽까지 계속된다. 벌레들은 달빛 속에서도, 난데없는 빗줄기
속에서도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 소리는 매미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매미 울음이 지속되면 사람을 질리게 하는데 이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하고 나지막한 자장가 소리같이도 들린다.
열대야에 시달리며 뒤채던 날들과 작별하고 선들바람 속에 오랜만에 꿀잠을 잘 수
있다.
그들에겐 짧기만 한 늦여름 한 순간, 지금 풀밭 어디에서 저들은 암놈을 애타게
찾으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겠지.
내일 모레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눅눅한 이불도 내어 말리고 가을맞이
채비를 해야겠다. (2010.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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