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이정표를 보았을 뿐인데 그때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날 그 장소에 갈 계획은 없었다.
평창을 떠나 홍천을 경유하여 인제군에 들어섰을 땐 오후 3시가 넘었다. 피정의 집에 도착해서 사무장을
만나니 곧 미사가 있으니 얼른 접수하시고 성당으로 올라가자고 하신다. 절묘한 시간 맞춤이었다.
미사 중에 들려주신 강론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었다.
강론의 내용은 '몸이 병든 자식'과 '정신이 병든 자식' 얘기다.
아픈 자식을 병원에 입원시킨 어머니가 신부님을 붙들고 얘기했다.
아들 병만 낫게 해 주신다면 성당에 열심히 다니겠다. 다음 날 더 간절해진 어머니, 아이 병만 낫게 해 주신다면 전재산을 다 내놓겠다, 그 다음 날 어머니는 안타깝게 신부님께 매달리며 호소하듯 말했다.
아이만 낫는다면 나마저도 몽땅 내놓겠다-신부님은 어머니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당신의 재산이 필요해서 아이를 아프게 하신 걸까요?
아이의 병을 통해 하느님이 이루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기도 속에서 답을 구하시오."
내리 딸만 넷을 낳아 이번에도 또 딸을 낳으면 시집에서 쫒겨날 판인 만삭의 어머니가 신부님께 매달렸다.
출산 일 주일을 앞두고 이렇게 조르는 엄마를 위해 신부님은 열심히 기도를 바쳤다.
기적처럼 아들이 태어났다. 천주교 신자인 며느리를 박대하던 시부모는 모두 천주교 신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애기 영세식날 큰 잔치를 베풀어 신자들을 대접하기도 했다.
20년 후 어느날 그 어머니가 신부님 앞에 다시 나타났다.
"신부님, 하늘이 제게 왜 이런 십자가를 지워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중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문제아로 자라더니 소년원까지 갔다왔습니다."
축복 속에 태어난 아이가 필경 과보호 속에서 패륜아가 된 모양이었다.
신부님은 그 어머니에게도 같은 답을 주었다.
"기도하십시요,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시오."
<게세마니 피정의 집> 전경
1990년 피정의 집을 설립하신 조 필립보 신부
피정의집 현주소
묵어 본 사람은 안다, 진정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밤 산책에 필요한 자작나무 지팡이
기도의 길로 접어들면 소양호반으로 나간다
십자가 목책
숙소 복도에 걸린 글
장날 시장에서 데려온 강아지
마니가 인사하는 포즈를 취한다
지혜를 구하고자 떠나온 여행이었는데 나는 신부님의 강론 말씀에서 답을 찾은 듯했다.
그리고 알맞은 시간에 이 자리에 불러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2011.10.1)
'카타리나방 > 피정과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편집실 (0) | 2012.01.21 |
---|---|
말을 잘 다스려라 (0) | 2012.01.01 |
대화성당 (0) | 2011.07.31 |
<풍수원 성당>을 찾아서 (0) | 2011.06.28 |
꽃으로 피어난 순교자의 영성(배티성지) (0) | 2011.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