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방/피정과 말씀

<풍수원 성당>을 찾아서

맑은 바람 2011. 6. 28. 22:11

천주교신자라면 한번쯤은 꼭 가 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한 곳이 <풍수원 성당>이다.

약도 상으로는 수서역에서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약속 장소인 수서역까지 1시간 30분을 남겨놓고 한성대역을 출발했다.

 

동국대입구역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동국대역에서 전철은 떠날 생각을 않고 차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느 역에서 신호기 고장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바쁜 사람은 환불 조치 해 주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한두 번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들려왔어도 메트로 신문에 눈을 박은 채 기다렸다.

그러나 세 번, 네 번째 방송이 나오자 아무래도 이러다 늦는 게 아닌가 하고 환불 받아 출구로 나왔다.

 

일은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한남대교를 빨리 건널 수 있는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내렸다.

안내판을 보니 수서역 가는 버스가 한 가지가 있었다. 17분 후에 도착한다는 전광판이 떴다.

왔다갔다 하느니 그냥 기다리자. 17분 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보니 버스전용 차선마저 꽉 막히고 세월아 네월아 가는 건지 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천천히 오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이러다간 아무래도 순례자를 위한 미사 시간에 늦을 것만 같아 도로 지하철을 타야 할까 보다 생각했다. 양재역에서 내리려 맘먹고 출구에서 기다리니 사거리를 돌아 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내려놓는다. 택시를 탔다. 출근 시간이 지났으니 조금만 가면 길이 뚫려 잘 빠질 거라는 택시기사의 말은 차도를보니 신빙성이 없었다.

도곡역에서 세워 달라 했다. 전동차는 10분 만에 목적지에 나를 데려다 주었다.

약속 시간에서 40분 늦게-- 나의 뒤떨어지는 순발력과 어리석음의 총체적 결과다.

 

일행을 태운 차는 <풍수원 성당>에 꼭 40분 늦게 도착했다.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이미 끝나고 성당은 텅 비었다. 신부님도 이미 출타하신 듯했다.

텅 빈 마루에 방석을 깔고 앉아 각자 기도를 바치고 성전을 물러나왔다.

사제관과 식당을 둘러보고 십자가의 길을 한 바퀴 돌았다.

정규하 아우구스띠노 신부와 김학용 신부님 묘소에 잠시 머물렀다.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곳에 야외 제대가 있고 주변에 휴식할 만한 정자들이 있었다.

 

                   1909년 낙성식을 한 풍수원 성당

 

                 성당과 역사를 같이한 느티나무

 

 

 

 

 

 

                 마루에 방석을 깔고 미사를 본다

 

               제대

 

               뒤뜰의 성모상

 

            사제관 옆 장독대

 

 

                  누구의 손길일까~

 

 

                 1처:예수, 사형선고 받으시다

 

            2처:예수, 십자가를 지시다

 

             3처:예수, 첫번째 넘어지시다

 

            제 4처: 예수, 어머니를 만나시다

 

           제 5처: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지다

 

            제 6처:베로니카, 예수의 얼굴을 닦아드리다

 

           제 7처:예수, 두 번째 넘어지시다

 

            제 8처:예수, 예루살렘 여인들을 위로하시다

 

           제 9처:예수, 세 번째 넘어지시다

 

            제 10처:저들이 예수의 옷을 벗기다

 

           제 11처:저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다

 

            제 12처: 예수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다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다

 

                    제 14처: 예수 무덤에 묻히시다

 

           여기, 풍수원성당과 생사를 같이한  정규하 아우구스띠노와 김학용 신부도 함께 묻히시다

                      꽃으로 피어난 두 혼백

 

장마 중에 모처럼 비 갠 오늘,

한국인 신부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성당이자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풍수원 성당> 산그늘 정자에서

뻐꾸기 울음소리와 닭 울음소리, 까마귀와 영롱한 새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은총의 시간을 가졌다.(201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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