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방/피정과 말씀

말을 잘 다스려라

맑은 바람 2012. 1. 1. 00:16

***나의 고백성사의 주된 내용은 말로 지은 죄를 참회하는 일이다. 조용히 남의 얘기만 들으면 좋겠건만

제 생각을, 제 주장을 꼬박꼬박 하다 보면 그냥 참을걸, 한 번 더 생각해 볼걸, 동조하지 말걸--하며 후회한다.

새해엔 좀더 지혜로운 내가 될 수 있게 기도해야겠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요한복음 11>

-황창연 베네딕도 신부 강론(2011. 9. 7)

 

인류의 조상 호모사피언스는 멸종위기의 네안데르탈인까지도 잡아먹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게 된 이유는 그들의 입천장이 평평하여 모음을 낼 수 없으므로

사실상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말이 안 통하는 공동체는 무너지게 되어 있음을 입증하는 사실이다.

 

미국 이민 가족의 큰 문제가 자식이 성장할수록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교육을 최우선시하는 유대인은 자녀가 크면 이스라엘로 1년간 유학을 보낸다.

뿌리를 습득시키기 위한 그들의 오랜 전통이다. 이 모두 말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예다.

 

인간 다음으로 소통을 잘하는 동물이 바로 흰수염 고래다. 고래는 2000km까지 소리를 전달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 고래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것이 배의 모터 소리다.

고래가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까닭도 결국은 그들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 인생최고의 선물이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예는 무수히 많다.

한 예로, MBC TV에서 말의 힘을 시험한 적이 있다.

생명이 없는 에게 한쪽에서는 계속 사랑의 말을 들려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움의 말을 했다.

그 결과 사랑의 말을 들은 밥은 향긋한 냄새가 나고 미움의 말을 들은 밥은 썩고 냄새가 나더란다.

 

세상의 신랑신부가 모두 예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사랑한다. 행복하다는 말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1890년에 태어난 역사적 인물이 둘 있는데 그들이 바로 유고의 티토 대통령과 미국의 씨 추기경이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성당에서 복사 활동을 했는데 똑같이 聖水를 엎지르는 실수를 했다.

그때 티토는 크게 꾸지람을 듣고 성당과 멀어졌다. 그는 후에 카톨릭 신자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편 씬 추기경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신부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후에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왼쪽의 강도는 십자가의 예수를 향해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하며 주를 모독했다.

그러나 오른쪽 강도는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느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말 못하는 놈과 잘한 사람의 본보기다.

 

말은 소중한 대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관계를 끊어지게도 한다.

칼보다 무서운 혀를 소중히 잘 다루어야한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부모가 전부다.

끊임없이 매달리고 사랑을 요구한다. 이때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거절을 반복하면 10살 이후 아이들은

자연히 부모로부터 멀어진다. 밖에서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대상을 찾게 된다.

 

불세출의 영화감독 스필버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글자를 잘 익히지 못했다. 그러나 그 엄마는

아들에게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늘 칭찬하며 12살 때 카메라를 선물했다.

그때부터 아들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라는 아이들한테 계속 희망을 주고 잘한다고 격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알 수 있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눈과 귀와 온 마음으로 잘 듣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고민)을 잘 들어주면 스스로가 답을 얻는다. 답은 이미 말하는 이의 속에 있으므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다 알고 있는 얘기라도 처음 듣는 듯이

귀 기울인다.

자식이 계속 어긋나게 말하며 부모를 쳐다볼 때,

이게 어디서 눈 똑바로 뜨구 쳐다보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어휴, 이건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웬수!!”  이 말만은 해선 안 된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사람도 들어주는 이만 있다면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부간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장점만 얘기하고 단점은 눈 감는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해 봐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를 합리화할 것이다. 결국은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우리가 살아온 얘기 한번만 하는가? 혹 남편이 반복해서 한 얘기 또 하더라도 그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 마라.

아유, 됐어. 그 얘기 한 번 더 하면 백번이야.”

 

어느 날 평창 필립보 생태마을에 시각장애인들이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강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 이렇게 경치 좋은 데는 첨이다!!”

그래서 신부님이 다가가 경치 좋은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강물소리, 새소리, 느티나무 부딪는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어요.” 하더란다.

그러니 눈이 있으면서도 그걸 못 느끼면

그런 눈 빼버려!”

 

밤하늘을 잊은 지 오래인 현대인들-

<평창 필립보 생태 마을>에 가거든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라, 그리고 말해 보라.

난 당신밖에 없어, 사랑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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